‘위대한제왕’, 단승식 1백배의 신화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적응해가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이영우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이영우 기수를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선행마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누구처럼 꼭 선행스타일을 고집하는 기수는 아니지만 과거 많은 선행마 기승에서 두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선행에 나서는 경향이 많이 줄어 들었다.
발주 100m 진로변경 금지라는 제도로 인해 조심하는 것도 있지만, 경주스타일을 바꾸려는 그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선행에 나서는 것이 입상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선행에서 실패한 마필은 방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스타일로 고정화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과거 신인들이 그랬듯이 이영우 기수도 고배당메이커로 유명했던 기수다.
첫 기승했던 ‘타임머신’과 호흡을 맞추면서 입상을 기록하면서 소위 ‘999’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물론 당시 우승을 차지한 권진환 기수의 ‘뉴타운’이 있었기에 복승식 배당 2천9백26.9배 가 가능했다.
이런 고배당으로 인연을 맺은 ‘타임머신’은 이후 그에게 두 번의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기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애마가 되었다.
36조에서 첫 기수생활을 시작한 이영우 기수는 첫 승이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었다. 두달이 가까워져서야 첫 승 테잎을 끊게 되었는데, 바로 ‘위대한제왕’이란 말이었다.
인기없는 마필들 위주로 기승하다보니 당연히 입상시에는 배당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위대한제왕’은 경주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말로 이전까지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때문에 단승식 배당이 1백배가 넘게 나왔다.
동기들이 첫 승을 할 때는 부럽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승을 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에게 다른 어떤 명마보다 기억에 남는 말은 11조의 ‘오세아니안드림’이다. 신마 때부터 정성을 들였던 말로 발주와 능력검사를 하고 데뷔전에서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는 4연승을 함께 이룩했다. 그때 기분이야말로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현재 이기수는 23조와 기승계약을 맺고 있다.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큰 성적을 내고 있진 않지만 망아지들이 계속 나아지고 있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견실한 자세를 보여주는 이기수는 올해 안에 수습딱지를 떼는 것을 목표로 정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