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이룩한 월드컵축구대회 뒷얘기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 직후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르투갈-미국전을 비롯, 이번 대회에는 논란이 될 만한 많은 판정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왜 유독 한국 경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호들갑인가”라며 “스페인이 진정 훌륭한 팀이라면 충분히 골을 넣으며 당당하게 이길 수 있어야지 왜 그러지 못하고 애꿎은 심판 판정을 문제삼는가”라고 대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강팀이 약팀에게 일격을 당하면 판정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우리도 할 말이 있다. 이탈리아의 비에리는 김태영의 코뼈를 주저앉혔고, 스페인 선수들은 김남일의 발목을 걷어차서 못 뛰게 만들었다. 당연히 퇴장 당해야 했지만 그들은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유럽 정상급 강팀이라면 찬스를 얻었을 때 골을 넣어 이겼어야 했다. 심판 문제는 핑계 일 뿐”이라며 판정 의혹을 일축했다.

◆…축구황제 펠레는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펠레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심판 판정 문제에 대해 “86년 마라도나의 신의 손 파문 등에서 보듯 이전에도 심판의 실수는 항상 있었다”며 “이번 대회 들어 몇 경기에서 집중적으로 심판 판정이 문제가 됐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4강 진출에 대해선 “브라질이 58년 스웨덴대회에서 우승한 것만 빼면 개최국이 속한 대륙의 국가들이 모두 우승했다”면서 “놀라울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얀펠레’ 지코도 “한국축구가 무섭게 성장했고 4강에 들 실력도 충분하다”며 “잘못된 판정이 한국의 4강 진출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밝혀, 한국축구의 발전은 인정하면서도 심판 판정에는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의 4강 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4강 진출이 심판의 오심 덕분이라는 언론 보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25일 열린 독일과의 4강전에서도 한국에게 불리한 해설을 해 지켜보던 교민과 유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평소 ‘공한증’에 시달려온 중국으로선 한국의 4강 진출에 배가 아프기도 하겠지만 일방적 보도 태도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한편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중국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으로 3전 전패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후 외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의 유니폼 교환을 꺼리는 등 철저하게 무시(?)를 당했었다. 한 중국 대표선수는 브라질과의 경기가 끝난 후 유니폼을 얻기 위해 브라질 선수대기실까지 쫓아갔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공동개최국 일본은 한국의 4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의 신문들은 지난 23일 한국의 4강 진출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다루는 등 한국팀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팀의 성공비결, 강점, 히딩크 감독 등을 연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 일고 있는 심판 판정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모습. 또한 일부 유럽축구 매니아들은 유럽의 팬들처럼 이탈리아의 토티를 퇴장시키고, 스펜인의 연장전 골을 무효화한 심판을 비난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한국이 유럽 강호들을 탈락시켜 월드컵을 재미없게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승리를 과소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의 반응으로 대부분의 일본팬들은 한국을 응원하고 심지어 한국대표팀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대성공으로 받아들여졌던 일본의 16강 진출도 한국과 비교되면서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번 대회 판정 시비가 일면서 심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대회 64경기를 맡아 진행한 심판들은 전세계 국제심판 중에서 선발된 주심, 부심 각 36명씩 모두 72명(유럽 28, 아시아 12, 아프리카 10, 북중미 9, 남미 10, 오세아니아 3). 이들은 지난 3월 말 서울에서 세미나 및 체력테스트를 가졌다. 이들은 2700ｍ를 12분내에 주파한 뒤 다시 50ｍ를 7.5초안에, 200ｍ를 32초안에 끊어야 하는 독특한 체력측정법인 ‘쿠퍼테스트’를 거치고 혈압, 심전도, 청력, 시력, 치아검사 등 모두 17가지 신체검사를 통과했다. 본선에 나서는 심판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심판보수규정에 따라 주,부심 구분 없이 2만 달러(약 2600만 원)의 고정수당과 250달러의 일당을 받는다. FIFA는 심판들의 부상과 사고에 대비해 30만∼50만 달러의 상해보험을 들었다.

작 성 자 : 권현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