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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명 마주 “납득할 수 없다”…소송 준비
서울마주협회(회장/정진태) 갈등이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 마주협회는 지난 14일(수) 이사회에서 회원 6명을 제명시키고 34명에게 경고처분을 내렸다.(본지 8월 18일자 보도) 이에 대해 제명 마주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공동 대응키로 하고 제명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준비중이다.
마주협회는 김익영, 김진철, 박성구, 박정열, 천병득, 한광세 마주 등 6명이 ▲경사모(경마를 사랑하는 마주들의 모임) 구성과 운영을 주도하며 협회 운영을 방해했고 ▲협회 정책을 비난하는 서신을 수차례 회원들에게 보내 협회의 명예를 훼손시켰으며 ▲협회의 권고에도 불구 6월분 착순상금 공제회비 9%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8월 19일(월)부로 이들의 협회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또한 34명의 마주들은 착순공제 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경고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마주협회 집행부와 경사모를 중심으로 한 마주들의 갈등은 지난 2월 정기총회부터 본격화됐다. 집행부는 경사모가 사사건건 시비걸기로 협회 운영을 방해했고, 급기야 상금을 개별수령하고 협회비를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협회 운영을 방해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경사모는 회원들의 건전한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집행부의 독단과 독선을 잘 말해주는 것이며 지금의 집행부로는 회원의 친선, 편의, 이익 도모라는 협회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명 마주들은 외산마 위임구매 대상에서 제외되며 마방 입·퇴사, 외산마 겸역·국산마 경매, 상금에 대한 세무 등에 관련된 업무에 대해 협회의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며, 협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식·친목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마주자격은 유지되기 때문에 마주전용실, 자키클럽 등 마사회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편 마사회는 아직 제명 마주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지 않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두 개의 마주단체가 공식화되면 행정상, 업무상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마주단체가 생긴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마주협회, “원칙대로 한다”〉
마주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인영 부회장은 “협회 정관은 임의로 손을 댈 수 없는 원칙”이라며 “이번 제명 결정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정관대로 처리,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집행부 한 마주는 경사모가 단순히 집행부에 대한 불만으로 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사실을 왜곡하며 협회 운영을 비판했고, 집행부의 권고와 설득에도 불구 협회비 공제를 거부하는 등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전했다. 한편 협회가 제명결정을 내리기 전에 코토바(한국경주마생산자마주회) 회원들이 회원 중 한 사람이라도 제명될 경우 집단 탈퇴하겠다는 서명을 받아 집행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박성구 마주(코토바 대표)를 제명시킨 것은 집행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경고를 받은 34명의 마주들에 대해서도 집행부는 정관 9조에 명시된 회원의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징계한다는 방침이어서 제명 마주들의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명 마주들, “납득할 수 없다”〉
제명 마주들은 제명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집행부 업무정지 가처분소송도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명 마주들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 협회가 비판을 제기한 회원들을 제명한 것은 집행부의 월권이며, 자격미달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한다. 협회비 납부거부는 총회, 대표마주회의 등을 통해 제기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택한 의사표현 수단이지 협회운영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아직도 협회에 애정이 있고 협회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마주도 있었다. 또 다른 마주는 이번 결정이 협회에 관심이 없었던 마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집행부 반대세력의 활동을 가속시킬 명분을 제공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주들의 대규모 협회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열 마주는 “절이 싫어야 나가지 중이 싫다고 나갈 수는 없다”고 밝혔으며 박성구 마주 역시 협회를 이탈해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소송 과정이 길어지거나, 제명 마주가 늘어나면 공식적인 단체는 아니더라도 구심체는 필요할 것이라는 게 협회 안팎의 관측이다.
〈경마장 인생의 축소판! 마주협 한국정치 축소판?〉
경마장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1차산업부터 4차산업적 요소까지가 공존하고 다양한 사람들, 사회의 모든 계층이 고스란히 축소돼 있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마주협회 갈등 양상은 흡사 한국정치판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씁쓸하다. 마주협회는 정·제·학계인사 450여명이 망라된 국내 최고의 엘리트집단으로 문제는 집행부, 경사모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양보와 타협, 기다림과 설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기주장과 상호비방만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갈등을 경마발전, 친목도모라는 마주협회 본래의 목적을 도외시한 채 이익추구, 주도권 다툼에만 치우친 결과라고 꼬집고 있다. 집행부와 경사모를 비롯 모든 마주들이 현 상황은 모든 경마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경마관계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금의 상황이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경마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마주협회가 경마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난세는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일 수도 있다. 지금의 고통을 딛고 마주협회가 본래의 기능과 모습을 되찾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