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한국마사회 감사팀장 사망계기, 경마산업 민영화 논의 본격화 해야 한다.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 방침, 경마산업 위축과 내부 갈등 초래
―경마단체 간 갈등 심화, 경마발전에 걸림돌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경마관련 정책과 인사, 심각한 폐단
김종신 한국마사회 감사팀장의 사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마산업의 위기가 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이제 한계에까지 왔다는 지적은 한결같다.
경마산업은 98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며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때부터 경마상금 및 관련 인력은 대폭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마단체들 간, 또 경마팬의 경마단체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서로간 흠집내기와 발목잡기로 일관하게 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사회 경영진이 물갈이되면서 정치 논리가 경마산업에 개입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마산업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한국마사회 내부 갈등이 화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하에서 정부는 실적, 경영 상태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산업에 일률적인 구조조정작업을 벌였다. 일체의 정부 투·출자 없이 연간 수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던 한국마사회 역시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상금삭감 조치를 단행해야했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98년 9월22일 1급 12명, 2급 16명에게 직권면직을 통보한 뒤 이를 거부한 1급 3명, 2급 11명을 직위 해제했다. 사측의 강요로 퇴직한 1, 2급 직원의 출신 지역은 영남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7명 △충청 3명 △경기 2명 △호남 2명 △강원 2명 △제주 1명 등이었다.
흑자기업인 마사회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이를 강요한 정부의 지침이 일차적인 문제였다면 이 과정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객관적 기준 없이 영남권 인사 위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국마사회의 조치가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98 구조조정을 계기로 마사회 직원들 간 정서는 매우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 게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사회 경영진 역시 철새처럼 바뀌다보니 직원들간 위화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으며 혈연, 지연, 학벌, 파벌 등에 따른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있은 살생부 문건 파문 당시 양심선언 한 7명에 대해 마사회 내부에서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종신 감사팀장, 98 구조조정 당시 어떤 일 했나>
14일 사망한 김종신(金鍾信) 감사팀장은 마사회 구조조정이 이뤄진 98년 8월 당시 인사과장직을 맡아 해직 대상자 선정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마사회 조직 전체가 살생의 기로에서 복지부동하고 있을 때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김팀장은 이 기간 기획팀에서 인사과장을 거친 후 2급으로 승진, 대외협력처장, 감사실팀장 등 주요부서장을 거치면서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무렵부터 강제퇴직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검에 고소함에 따라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특히 살생부 문건 파문으로 마사회 인력구조조정이 정치성향과 출신지역 등에 따라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몹시 괴로워한 것으로 마사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마사회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로 조사를 받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시 강제 퇴직 당했던 13명은 해고 부당 소송을 내 현재 2심까지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구조조정 진상규명 위한 노사공동위 조사>
지난 3월 불거져 나온 한국마사회의 이른바 ‘구조조정용 살생부’ 문건 파문으로 한국마사회는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본지, 3월 16일(349호), 17(350호)일자 보도) 당시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노병준)는 “98년 구조조정의 전말과 관련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살생부 문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통해 문건 작성과 관련된 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며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의, 곧바로 노사공동위원회를 발족하고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다.
구조조정 관련자는 오영우 전 마사회장, 신일수 전 노조위원장, 이은호 전 비서실장, 그리고 당시 인사과장이었던 김팀장이다. 4개월 여에 걸쳐 김팀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은 수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오영우·신일수·이은호씨가 일관되게 살생부 문건의 존재를 부정하고 합법적인 절차로 구조조정이 이뤄졌음을 주장한 반면, 김팀장은 공정한 기준 없이 지역, 출신별 평가에 따라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며 중간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팀장은 퇴직한 13명으로부터의 압력은 물론 사내외 비난 여론에 실달려야 했다고 주변인들은 밝혔다.
한편, 노사공동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일부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전면 공개된데 마사회 직원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팀장 사망과 노사공동위의 조사결과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직원들조차 공유하지 못한 정보가 새나갔다는 점에서 마사회 직원들 간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진상조사위 조사 과정서 김씨 증언 결정적 역할>
―“구조조정 객관적 평가 기준 없었다” 증언
―소송 제기한 강제 퇴직자 13명의 압력과 사내 비난 여론에 비관
김씨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마사회 구조조정이 인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당시 오영우(吳榮祐) 회장을 비롯한 회사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조사위가 공개한 김씨의 진술문답서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을 위한 사측의 사전 모임이 있었고, 인사과에서는 정리 대상자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평가자료조차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구조조정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이뤄졌다는 오영우, 신일수, 이은호씨 등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며 당초 이들과 함께 했던 김팀장이 중간에 진술을 바꾼 것이다.
그는 3급 이하 직원의 경우 인사과에서 정리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자료를 준비중이었지만 당시 노조위원장이 찾아와 대상자를 직접 선정하겠다며 준비중인 자료를 받아갔다고 밝혔다. 또한 강제 해직된 1, 2급 직원에게 퇴직을 권유하는 전화가 퇴직 강요나 압력으로 작용했다고도 진술했다.
김팀장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사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을 진술한 것과 서로 엇갈리는 이들의 진술에 대해 진실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내부적 혼란과 현안 수습을 위한 획기적 대안-민영화!>
지금까지 한국의 경마산업이 외부의 편견적 규제, 통제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었다면 지금은 첨예한 내부 갈등이 새롭게 부각돼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마사회 내부적 파벌 싸움을 비롯해 마주협회 등 경마단체의 내분, 갈등 양상은 현안 과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마사회 경영진이 물갈이되고, 이에 따른 파벌이 새롭게 형성되며 경마단체간 교섭에 혼선을 빚고 중장기 계획이 수정되는 등 공기업으로서 마사회가 갖는 치명적 결함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경마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마사회 민영화가 속히 추진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써 경마가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사회 전 분야가 자율적 경쟁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마산업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사행산업인 경마가 민영화됨으로써 파생될 문제점도 적지 않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발전적 정책이 수립돼 궁극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방식에 있어서는 단순 민영화로 독점 민간기업을 낳을 경우 소득의 배분에 있어 비효율적일 것이며 가격의 측면을 고려했을 때도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해 결국 경영의 자율성 및 효율성 증대는 기대보다 크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마사회의 민영화는 규제완화를 통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영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데 그 목적을 두어 규제완화차원에서 시장의 감독기능까지 민영화와 연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완전히 시장경쟁원리에 맡겨 경마산업을 민영화하게 되면 먼저 경영권과 소유권 분리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경영이 가능케되므로 경주질 향상을 통한 경마팬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사행오락으로써 그동안 과도하게 이중과세되던 세율부분도 민간 이양과정에서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되므로 경마팬의 세부담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경마관계자들을 소액주주로 영입할 경우 경마시행의 책임을 분담할 수 있어 유관단체간 유기적인 협조를 가능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안과제와 내부 갈등으로 이제 한계에 달한 경마산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민영화만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이에 대한 논의가 따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