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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삐그덕”대는 경마산업, 바람 잘 날 없다!
Ⅱ.조교사협vs노조, 협상은 타결됐지만 분쟁은 여전
Ⅲ.흔들리는 마주협회號, 최종 종착지는?
Ⅳ.경쟁의 벼랑 끝에 선 기수들…“탈 말이 없다?”
Ⅴ.열악한 생산환경, 한국경마 기반이 멍든다!
Ⅵ.“강 건너 불 구경 하나!”, 마사회가 나서라!
Ⅶ.경마산업 1백년 대계(大計)를 세우자!
-국산마 적체 심화…제2경마장 개장만이 살길
-생산관련 현안 산적…한편으론 생산 희망자 증가
-기반이 튼튼해야…정부, 시행체의 적극 지원 절실
-경마는 1차산업부터 4차산업적 요소까지를 두루 갖춘 종합산업이다. 이중 1차산업 격인 경주마 생산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주마 생산이야말로 경마산업을 끌고 가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기반이 튼튼하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반대로 기반이 약하면 무엇이든 아무리 공을 들여도 제대로 설 수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국경마의 기반은 지금 시퍼런 멍 투성이다. 생산자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국산마 적체 = 현재 생산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올해 마주협회는 경매, 개별구매를 통해 470두의 국산마를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현대영, 이하 생협)가 파악한 올해 육성예상두수는 563두다. 이 수치대로라면 93두가 갈 곳을 찾지 못한다. 국산마 교체율이 평균 45%인 데 반해 생산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장이 책임져야 할 잔여두수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생협이 파악한 육성예상두수가 648두에 달해 잔여두수는 170여 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좋은 말은 팔리고 나쁜 말은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생산되는 모든 말이 경주마가 될 수는 없다’며 국산마 적체 원인은 생산과잉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현대영 회장은 “생산은 정상적인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절대 생산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2000년 이전 있었던 제2경마장 설치계획이 지연된 것이 현 적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적체로 시름하는 목장들 = 현 상황을 경쟁의 논리로만 이해하기에는 목장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더러브렛은 그야말로 경주를 위해 생산된 말이기 때문에 이외에 용도에는 제 값을 받을 수가 없다. 민간목장에서 24개월령마 한 마리를 키워내는 데 소요되는 평균비용은 약 1800여만 원. 마사회에서 무료 교배지원을 받지 않고 거액을 들여 민간이 소유한 씨수말과 교배하는 경우 비용은 상승한다. 하지만 이들이 팔리지 않으면 목장은 관리비용으로만 한 달에 수십만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씨암말 구입과 관리에 드는 비용, 목장의 평균 생산성이 임신실패, 유산, 사산 등으로 60% 수준인 점, 초기 시설투자 등을 감안하면 생산자들은 육성마를 다 팔아도 본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적 지원 부족 = 목장에 지원되는 생산장려금은 지난 IMF 시절 대폭 삭감된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경마대회, 1, 2군 등 각 경주에서 지급되는 생산장려금은 지난 97년과 비교해 7∼80% 수준이다. 그나마도 3위 이내에 들어야 받을 수 있다. 생협에서는 지급 기준을 5위까지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마사회의 ‘경쟁성’ 논리에 밀린 상태다. 차이는 있지만 외국의 경우 전체상금의 1% 내외를 생산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한 생산자는 “1%가 아니라 0.5%로 좋으니 착순상금에 생산자 몫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마 수익에서 발생하는 축산발전기금도 경주마 생산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초기 목장 개설시 시설비 융자 등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축산발전기금에서 생산단체로 공식 지원되는 것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경마를 통해 조성된 기금이 경주마 생산이 아닌 소, 돼지, 닭 등을 키우는 데만 쓰이고 있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 현재 전국의 목장은 생협 소속 78개, 내륙말생산자협회(회장/한종수) 소속 14개를 포함, 100개 내외에 이른다. 위에 열거한 문제에도 불구, 생산을 포기하는 목장들은 거의 없다. 투자금도 건지지 못한 목장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본전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제주도에서는 마사회에 생산자 선정을 요구하는 민원도 제기됐다. 이들은 대부분 경주마 생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영 회장은 “경주마 사업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무분별한 참여를 우려했다. 마사회 역시 현재를 포화상태로 보고 더 이상의 생산자 선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2경마장이 개장되더라도 지금의 생산 추세로 충분하다는 게 마사회 안팎의 의견이다.
◎희망은 없는가? = 그밖에도 현안은 많다. 한국경마는 경매정착을 부르짖으면서도 변변한 상설경매장 하나 없다. 제주의 경우 제주육성목장 원형마장을 개조해 경매를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시설, 인력, 비용도 상당하다. 수의 인력 증원도 절실하다. 생산이 증가하는데 비해 수의사 인력은 동결, 수의사 1인당 담당두수가 증가해 수의 지원이 축소되고 있다. 한 생산자는 “다른 건 다 참아도 말이 아픈데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 속에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민간목장들의 노력이 눈에 띄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형 경영을 도입하고 전문 트레이닝 시설을 갖추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목장이 늘고 있다. 목장주들 상당수가 혈통과 사양에 관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생산에 뛰어드는 젊은 2세 생산자도 여럿 있다. 또 마주들이 생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감한 투자로 활로를 모색하는 목장도 생겼다. 하지만 정부와 시행체의 지원 없이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사회의 농림부 환원을 가장 반겼던 일선의 생산자들이 정작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푸념하고 있다. 우선은 제2경마장 개장에 지연이 없어야 하고 제2내륙육성목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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