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위기 속의 경마산업 해답을 찾아라!>
④경쟁의 벼랑 끝에 선 기수들…“탈 말이 없다?”
Ⅰ.“삐그덕”대는 경마산업, 바람 잘 날 없다!
Ⅱ.조교사협vs노조, 협상은 타결됐지만 분쟁은 여전
Ⅲ.흔들리는 마주협회號, 최종 종착지는?
Ⅳ.경쟁의 벼랑 끝에 선 기수들…“탈 말이 없다?”
Ⅴ.열악한 생산환경, 때이른 ‘두집살림’
Ⅵ.“강 건너 불 구경 하나!”, 마사회가 나서라!
Ⅶ.경마산업 1백년 대계(大計)를 세우자!
경마의 본질은 경쟁을 통한 우승열패로 구현된다.
물론 어떤 경주마가 가장 우수한가를 가리는 것이지만, 경주에서 경주마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것이 또한 기수다.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는 말이 있듯, 경주마만 우수하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수의 역할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서울경마장에는 1천4백70여 두의 경주마가 있고, 이들을 관리하게 위해 53개 마방이 운영되고 있으며 기수는 90명이다.
한국마사회는 제2 지방경마장 개장을 앞두고 인력 확보 차원에서 매년 기수후보생을 선발, 신규 기수를 배출해 낸다. 이 과정에서 기수들은 생존권의 위협을 호소하며 정상적인 경쟁원리가 구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우선 조성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기수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경쟁 환경이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논란이 되고 있는 현행 기승계약제의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하자.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최소한의 기승횟수 보장하라!
서울경마장의 연간 경마일 수는 대략 94∼96일 정도다. 경주 당 평균 11두씩 일일 12개 경주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수들이 타야 하는 마필 수는 총 1만2천4백여 두에서 1만2천7백여 두로 추산할 수 있다.
이같은 수치에 90명 기수를 대입하면 서울경마장 기수들의 연간 평균 기승회수는 1백40회, 일 평균 출전회수는 고작 1.4회라는 계산이 나온다. 수치상으로만 따져도 하루 두 마리에조차 기승하기 힘든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이제 하반기부터 쏟아져 나올 10여 명의 신인 기수들까지 가세하면 기수들의 출전 기회는 훨씬 적어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수협회와 마사회는 신인 기수 계약 문제를 놓고 매년 갈등 양상을 보이는 한편, 목 빠지게 데뷔전을 기다리는 신인 기수 입장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이제나저제나 결정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올 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경마장의 한정된 경마일 수와 경주 수, 그리고 마방 수에 비해 기수의 숫자가 턱없이 많은 게 문제다.
이같은 현안을 놓고 기수협회는 기본적인 기승회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어도 일일 2두 기승은 돼야 기수들간 건전한 경쟁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공정 경마 분위기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기수협회의 논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경마일수를 확대 하든가, 기수 숫자를 70명 선 이하로 조정 하든가 택일하는 방법 밖에 없다.
경마일수 확대는 혹서기, 혹한기, 명절 등 연간 10일에 달하는 휴장 기간을 없애는 식의 소극적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금요일 경마 시행이라는 적극적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반면, 이미 양성된 기수 숫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마사회의 계획처럼 제2경마장이 오픈 하게 되는 2005년에야 서울경마장 기수들이 일부 부산으로 파견되면서 해결될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2년 남짓한 기간이 남아 있어 역시 당장에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경마일이 돼도 탈 말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기수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박태종이 기수 전체의 반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낳는 양면성, 부작용 많다
서울경마장 90여 명의 기수 중 평균 기승회수를 넘어서는 기수는 불과 37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준인 연간 140회 기승을 갓 넘기는 수준이고 3백 전 이상 출전 기수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 가운데, 박태종 기수는 지난 1년 간 무려 580여 회 기승하면서 일 평균 6회 출전이라는 기록적인 기승회수를 보였다.
연간 최소한의 기승회수도 지키지 못해 기수면허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한켠에는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수들 간 경쟁은 바람직하다. 엇비슷한 능력을 지닌 기수들 간 경쟁으로 경주 박진감은 제고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시너지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 부진 등이 아닌 최소한의 기승회수 부족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지나친 경쟁 때문에 공정 경마 분위기조차 해칠 수 있다면 지금의 제도는 다시 한 번 검토돼야 한다.
경마의 본질인 경쟁원리를 제대로 구현하려 한다면 기본적인 출전회수를 보장하는 상태에서, 즉 기수들이 경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은 후라야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기승계약제, 대안은 없나!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유기승제에 대해 기수들 스스로는 물론 마사회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수협회 한 관계자는 “최소한의 기승횟수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경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리계약제를 실시하면 대다수 기수들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승계약제는 1년 단위로 조교사와 기수 간 개별 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적절한 수요(마방 및 조교사)와 공급(기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함에 따라 한 마방에 2명 이상씩 계약하는 일이 다반사고 특히 원하는 기수, 혹은 조교사와 계약을 하지 못한 때에는 소속조 기수가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조기수 기용을 일삼는다거나 소속조 말보다 타조 말에 더 많이 기승하는 일 또한 다반사다.
제도 시행의 의의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 경마시행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유기승제가 국내 현실에는 시기상조라면 기승계약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훈련전담 기수를 별도로 운영한다거나 기수 중 일부를 희망자에 한해 조교승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현재 인원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무조건 기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수들이 적정한 선에서 가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마사회는 서울경마장 경마시행규모에 맞는 적정 수를 선발, 운영해야 하며 그런 가운데 이들 기수들은 모두 경쟁력이 밑받침 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현재의 기승계약제를 그대로 운영하든, 혹은 자유기승제를 실시하든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마계 내부에서는 기수 숫자가 많아지면서 출전 기회를 갖지 못해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기수들이 부정경마 시도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과다한 기수 양성 및 배출과 이의 활용 방안 없이 지금의 상황을 이어간다면 공정경마 분위기는 단번에 훼손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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