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위기 속의 경마산업 해답을 찾아라!>
①“삐그덕”대는 경마산업, 바람 잘 날 없다!
Ⅰ.“삐그덕”대는 경마산업, 바람 잘 날 없다!
Ⅱ.“경마중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조교사협vs노조)
Ⅲ.마주협
Ⅳ.“탈 말이 없다?”…기수들의 이유 있는 불만
Ⅴ.생협
Ⅵ.“강 건너 불 구경 하나!”, 마사회가 나서라!
Ⅶ.경마산업 1백년 대계(大計)를 세우자!
경마상금 책정·지급 방식 혁신만이 살길…각 단체 한 목소리
조교사협, 노사 분쟁 고리 끊어라!
마주협, 두 집 살림 “불안불안”
경쟁 벼랑끝 몰린 기수협, “부익부 빈익빈” 가속
‘독자노선’걷는 내륙과 제주 생협, 시기상조론 고개
문제 해결의 열쇠 쥔 한국마사회, 내분 겪으며 ‘뒷짐’만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네!’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그리고 경주마생산자협회까지 경마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단체들은 지금 동상이몽(同床異夢) 중이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느라 혈안이 되어 경마라는 선박(船舶)이 지금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좌초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는 경마산업, 이 위기를 돌려세울 키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지금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 해답을 찾아보자.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문제의 불씨, 경마상금체계
현행 경마상금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규모 자체가 경마산업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데서 종사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으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마는 경주마 생산을 통한 경주 시행이 기본 골격이지만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산업의 비중도 상당 부분가치이다. 또한 경주마 생산 분야는 투자가 있어야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결국 상금은 경마산업 메커니즘의 출발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생산자는 경주마를 생산하고, 마주는 우수한 경주마를 구매하며, 조교사와 관리사 등 종사자는 정상적인 경주 출전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관리를 하는 한편, 기수는 경주에서 전력질주함으로써 경마팬들은 누가 우승할 것인가 초점을 맞춰 마권을 구매한다.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물론, 마주의 경주마 구매 비용, 경마시행을 위한 경비, 그리고 관련 종사자의 임금까지 모두 경마상금 범위 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상금 책정액이 높으면 그만큼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마주는 경주를 통해 벌어들인 상금으로 또 다른 투자를 하게된다.
이는 결국 경마상금을 매개로 생산부터 재투자 단계까지 하나의 싸이클을 형성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같은 원가산출 개념의 경마상금은 상당히 수동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사업계획에 따라 소요될 경비를 장기적인 안목 하에 상금으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년 대비 일정률 인상이라는 소극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타 산업과의 단순 비교가 어려울 만큼 경마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아직도 그 성장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있지만,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기 위한 뒷받침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상금의 배분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다.
지금은 마사회가 매달 경주 결과에 따른 상금액을 계산해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등으로 일괄 지급하고 있으며 각 협회는 공제금을 제하고 나머지를 회원들에게 지급한다.
경마상금은 우승열패에 따라 결정되므로 경쟁성 성격이 강하지만 마치 월급의 개념처럼 월 단위로 지급함으로써 월말에는 출전마가 몰리고, 반면 월초는 경주 편성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므로 향후 주단위 지급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또한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상금책정 단계에서부터 배분까지 마주협회가 주체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어쨌든 경마상금체계의 혁신적 변화 없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분오열(四分五裂) 위기에 선 서울마주협회
지난해부터 서울마주협회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생산자마주협회라 할 수 있는 코토바가 창설된데 이어, ‘경마를 사랑하는 마주들의 모임’(이하 경사모)이 생겨나 현 정진태 회장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마주세력이 규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토바는 마주협회 테두리 내에서 경주마 생산을 겸하는 마주들 간 친목단체로 자리잡았지만 경마모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이번 달 분 상금부터는 협회를 거치지 않고 마사회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의사를 57명 회원 전부가 밝혔는데, 이에 대해 마주협회가 협회공제비마저 납부하지 않을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맞서 협회 세력 대 반(反) 협회 세력으로 자칫 양분될 위기를 맞고 있다.
마주협회와 경사모는 실무 대표자간 자리를 갖고 절충안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경사모가 상금 개별지급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마주협회 내 불협화음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개인마주제 출범과 함께 창립된 마주협회는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인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마주협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경마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역설적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조교사협 노사 갈등, 근본적인 해소 방안 찾아라
조교사협회와 노조(이하 관리사노조)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이미 경마중단사태까지 야기했었지만 이후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매년 협회의 ‘노조 달래기’와 노조의 ‘불만스런 목소리’는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노사 간 갈등에서 쟁점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일치하는 근무환경 조성이다. 즉 노조는 초과 근무시간 및 휴일 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과 함께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사측이라 할 수 있는 조교사협회가 실질적으로 관리사들의 임금 및 복지 부분에서 있어 실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데 있다.
관리사분 임금 역시 상금의 일부로 책정되는 만큼 마사회가 연간 상금책정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달린 문제지만 현재 조교사협회의 노사 문제에 마사회는 간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풍요 속의 빈곤’, 기수들 경쟁 속에 애탄다
한국마사회는 2005년 부산경남 제2경마장 개장을 앞두고 인력 확보 차원에서 매년 기수후보생을 모집, 신규 기수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 서울경마장 경주 수나 시행계획 상 적정 기수 운영 규모는 70명 선 이하다.
따라서 외형 지표에 비해 기수 숫자만 과다할 경우, 경쟁의 차원을 넘어 자칫 공정 경마 시행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점과 기수·조교사 간 정상적인 기승계약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제2경마장 운영을 위한 인력 확보나 경쟁원리 구현을 위한 기수 간 경쟁체제 도입 등에는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적정 기승회수 보장, ▲기승계약상의 효율성 문제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우승열패를 위한 경쟁의 원리는 경마의 본질이지만 한정된 52개 조와 경주마 및 경주 수 등은 제쳐두고 오직 기수들 간의 경쟁만 부추겨서는 안될 것이다.
경마발전 중장기 정책, 차질 없이 진행해라!
경마산업과 관련한 각종 정책은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체는 물론 정부부처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마사회 경영권이 흔들리고 과거에 추진했던 사업들은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경마산업과 관련된 중장기 정책들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일이 다반사다.
경주마 생산과 관련된 정책은 경마지방화, 인프라 확충 등과 맞물려 있지만 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일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2 육성목장이나 지방경마장 건설 등 굵직한 사업들이 무산되거나 시기가 늦춰지게 되면 여기에 맞춰 준비해왔던 관련 분야-경주마 생산 계획, 기수 양성 계획 등은 모조리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마산업이라는 거대한 분야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치밀한 중장기 계획이 우선 세워져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추진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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