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고 주파기록들, 어떻게 작성됐나?

경마 자료를 보면 관심이 가는 분야 중에 하나가 경주 거리당 최고 주파기록이다.
예를 들어 1200m를 1분14초5로 주파한 마필이 있다면 이보다 더 빨리 뛴 말, 혹은 1200m에서는 어느 정도의 최고 주파기록이 작성되어 있는지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 볼 만 하다.
최근 경주로 상태에 따라 들쭉날쭉한 주파기록이 작성되고 있는데, 과연 경주 거리당 최고 주파기록은 어떻게 작성되어 져 있고, 또 어느 구간에서 잘 뛰었기 때문에 그러한 주파기록이 작성되었는지 심층 분석해 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 1000m ‘대련’ 1분00초3,  시속 : 59.7km/h
1992년 9월, 호주산 마필 ‘대련’이 작성한 1000m 최고 주파기록은 10년이 지난 현재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산마 ‘이른아침’과 ‘허니비’가 1분00초대의 주파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으나 각각 5와 4에 그치며 기록 경신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날 ‘대련’은 시종일관 선행 작전을 구사했으며 결승선에서는 2위마를 18마신이란 대차로 따돌렸다.
10년전의 일이라 정확한 구간 기록은 나오지 않았으나 ‘대련’이 선행을 한번도 빼앗기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3F의 ‘35.8’(60.3km/h)은 ‘대련’의 것.
이 기록을 ‘허니비’(36.4)와 ‘이른아침’(36.2)의 것과 비교해 본다면 0.4초 이상 빠른 기록인 만큼 ‘대련’이 최고 주파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더 잘뛰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 1200m ‘자당’ 1분13초4,  시속 : 58.9km/h
최고 주파기록 부문에서 유일하게 국산마가 보유하고 있는 거리가 바로 1200m다.
이 기록은 1999년 뚝섬배에서 ‘자당’이 이전 ‘청파’가 보유했던 1분13초6을 0.2초 앞당기며 새롭게 수립했다.
‘자당’이 이와 같이 좋은 주파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주력, 이날 경주에서 ‘자당’은 스타트부터 3코너까지 24초3 즉 속도로 환산하면 59.9km/h라는 빠른 스피드로 레이스를 주도했다.
현재 흐름상 ‘자당’이 보유한 이 타임도 쉽게 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400m ‘천지제왕’ 1분26초5,  시속 : 58.3km/h
일반적으로 거리를 구분할 때 1400m까지를 단거리로 해석한다. 단거리인 만큼 순발력 좋은 마필이 최고 주파기록을 작성함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1400m 또한 순발력 좋은 ‘천지제왕’이 1분26초5로 최고 타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거리 만큼은 ‘천지제왕’ 외에도 ‘샤이닝타임’등이 타이를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경신될 공산이 높다.
1998년 니가타 쟈키컵에 출전했던 ‘천지제왕’은 3코너까지 62.5km/h라는 막강한 도주력으로 레이스를 주도했고, 결승주로에서 스테미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최고 주파기록 경신에는 성공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1400m의 ‘천지제왕’이 1200m의 ‘자당’보다 더 빠른 구간 속도를 작성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가속할 수 있는 직선구간이 1400m가 더 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1700m ‘아담’ 1분49초8,  시속 : 55.7km/h
1700m부터는 선행마가 아닌 선입 혹은 추입마가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발빠른 선행마가 있어야만 이들이 좋은 주파기록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주파기록면에서 선행마가 절대적이라면 추입마는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을 갖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서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아담’은 1999년 6월, ‘신세대’, ‘대견’이라는 걸출한 도주마가 있었기 때문에 퇴역한 지금에도 그 마명이 되새겨지는 듯 하다.
이날 레이스에서 선입 작전을 구사한 ‘아담’은 특별한 구간에서 좋은 스피드를 냈다기 보다는 전구간에 걸쳐 고른 스테미나를 유지하며 즉 ‘신세대’를 놓치지 않았고, 막판 역전을 시키는 과정에서 현재의 최고 주파기록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 1800m ‘통일천하’ 1분55초7,  시속 : 56.0km/h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거리가 있다면, 미국은 단거리, 호주. 뉴질랜드는 장거리, 우리나라는 1800m가 특징을 나타내는 거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는 이 거리는 내노라하는 명마들의 격전장이 되어왔다.
바로 이 거리에서 최고 주파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마필은 뉴질랜드산 거세마 ‘통일천하’다.
‘통일천하’는 지난해 일간스포츠배에서 빈틈없는 선행 작전으로 근래 보기 드문 호기록 1분55초7을 작성했다.
1700m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중거리 이상은 선입 혹은 추입마들이 강세를 보이기 쉬운데 이거리 만큼은 선행마인 ‘통일천하’가 거머쥐고 있다.
일간스포츠에서 ‘통일천하’는 선행에 나서며 전반적으로 레이스를 빠르게 진행시켰고, 특히 3코너 이후부터 4코너까지 57.6km/h라는 빠른 구간 타임을 작성하며 최고 주파기록 작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 1900m ‘포트오먼’ 2분01초9,  시속 : 56.1km/h
1900m는 다시 거리적 특성을 갖는다. 즉 빠른 선행마가 있었고, 그 뒤를 따르던 선입마가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 주파기록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현재 과천벌 대표마 중의 하나인 ‘포트오먼’, 지난해 8월 ‘신세대’와 같이 편성됐던 ‘포트오먼’은 선입 작전을 펼친 이후 결승주로에서 막강한 뚝심을 발휘하며 해당거리를 2분01초9에 주파한 것이다.
‘포트오먼’의 탄력이 가장 돋보였던 구간은 라스트 600m로 1900m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36초6(59.0km/h)의 화롱 타임을 작성했다.
한마디로 선입마가 추입마 이상의 끝걸음을 발휘한 예가 되겠다.

- 2000m ‘금맥’ 2분08초9,  시속 : 55.9km/h
1000m와 마찬가지로 최근 깨어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 2000m다. 이 거리에서는 명마 ‘금맥’이 2분08초9가 최고 기록이며 최근 7년 동안 이에 가장 근접한 기록이 ‘스트라이크테러’의 2분10초3 정도다.
지난 95년 9월, 선행마 ‘뉴웨이브’가 빠른 레이스 흐름을 주도한 가운데 선입권을 유지했던 ‘금맥’은 3·4코너에서 56.3km/h라는 빠른 속도로 추진을 가하며 해당거리를 2분08초9에 주파했다.
‘금맥’은 1700m의 ‘아담’과 비슷한 경주 전개로 현재의 최고 주파기록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거리별 최고기록〉
거리 마명   경주기록  경주일자       산지    경주로
1000 대련      1:00.3  1992/09/25     호주     불량
1200 자당      1:13.4  1999/09/19     한국     불량
1400 천지제왕  1:26.5  1998/05/17     호주     다습
1700 아담      1:49.8  1999/06/26     호주     양호
1800 통일천하  1:55.7  2001/09/23     뉴질랜드 건조
1900 포트오먼  2:01.9  2001/08/26     뉴질랜드 건조
2000 금맥      2:08.9  1995/09/03     호주     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