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률, 이대로는 안된다 ② - 경마팬이 떠난다!
-낮은 환급률로 경마팬 부도사태... 부정적 인식의 결정적 원인
-환급률 낮추면 오히려 세수 증가, 정부당국의 전향적 사고 절실

-72%에 불과한 세계 최저 환급률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본지가 창간 이후 각종 기사와 칼럼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다. 하지만 환급률은 인상되기는커녕 지난해부터 교육세가 1% 인상됐고 기타소득세, 특별소비세도 여전하다. 레저세의 국세화 논의도 큰 진전이 없어 상황은 오히려 악화, 급기야 팬들이 환급률 인상을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서는 지경까지 왔다. 우리경마의 환급률,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본다.

◎경마팬 부도사태 = 과도한 세부담과 이로 인한 72%의 환급률은 경마팬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하면 할수록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의 팬들이 여유자금이 아닌 빚을 내서 베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 대부분이 빚을 갚기 위해 경마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빚은 쌓여가기만 한다. ‘경마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 ‘원수 진 사람은 경마장으로 데리고 가라’는 비아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환급률 인상을 위한 소비자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백형기(검빛 ID 유한질주)씨는 “저질 경마와 맞출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이른바 ‘소스 마케팅’이 공범이라면 낮은 환급률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 경마팬들의 파산은 곧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직결되는 한편 향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큰 문제다.

◎경마팬 이탈 가속 = 이렇게 경마팬들이 돈을 잃으면서 점차 경마장을 떠나고 있다. 경륜,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 경쟁산업은 이런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향후 경정, 메인카지노 개장 등 경쟁산업의 ‘팬 끌어 모으기’가 본격화되면 경마의 인기는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가만히 앉아서 관람대가 차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미국, 일본 등 경마선진국의 예는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마가 사양화되는 추세로 매출과 관중 급감, 경마장 폐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에게도 이같은 일은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도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한 번 사양화에 접어들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선 경마선진국보다 수십, 수백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팬들의 주머니를 꽉 채워주진 못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급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사설경마, 맞대기 성행 = 경마팬들의 파산과 함께 사회적으로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채질하는 것이 바로 사설경마와 맞대기다. 일반인들은 뉴스에서 접하는 이런 얘기를 보면서 경마는 도박, 범죄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된다. 사설경마와 맞대기가 성행하는 것도 낮은 환급률 때문이다. TV 중계와 인터넷의 발달로 경주와 배당률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사설경마와 맞대기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비공식적인 조사이긴 하나 사설경마와 맞대기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돈은 마사회 전체 마권매출액의 30%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부담 낮추면 오히려 세수 증가한다 = 낮은 환급률의 직접적인 원인은 높은 세금. 전세계적으로 경마에 대한 세율은 10% 내외로, 18%는 예를 찾기 힘든 살인적인 세율이다. 정부 당국과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경마에 대한 세율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세수 증가를 위해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경마, 조세 전문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이 근시안적 사고와 경마에 대한 무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율을 낮추면 오히려 세수가 증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율을 1% 낮추면 세수는 1% 확대된다는 연구도 있었고, 실제로 외국에서도 1%의 세율 인하로 4.8%, 1.48%의 세수 증가 효과를 본 싱가포르, 미국의 예와 경마에 대한 세금을 반으로 줄여 경마팬이 3배가 늘고 1.5배의 세수 증가 효과를 본 인도의 예 등 세율 인하, 세수 증가의 예는 많다. 세율을 인하하고 환급률을 높이면 그만큼 팬들의 수와 베팅액이 늘어나게 되고, 또한 사설경마, 맞대기 등 탈루세액이 감소해 세수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계산이 아니다.

◎마사회, 경마팬의 노력 절실 = 하지만 아직도 정부는 경마를 여가 체육으로 정해놓고도 경마는 도박이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거둬 공익을 위해 써야한다는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들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경마팬과 마사회를 비롯, 경마종사자들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빠른 길이다. 조세 전문가들도 경마 전국화와 대중화가 환급률을 높이고 세율을 적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팬의 권익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경마종사자들은 깨끗한 승부로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경마팬 역시 경마는 도박이라는 자학을 벗어 던지고 떳떳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