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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용어, 트리플크라운. 야구에서 타자가 타율, 타점, 홈런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경우를 비롯해 달성하기 어려운 세 부문에서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을 때 쓰이곤 한다. 지극히 보편적이 돼버린 이 용어도 사실은 경마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1930년, 북미 경주마 ‘갤런트폭스’(Gallant Fox)가 미국의 3대 경마 대회인 켄터키 더비·벨몬트 스테익스·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1935년, ‘갤런트폭스’의 자마인 ‘오마하’(Omaha)가 아버지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며 똑같은 세 개의 대회에서 우승해 혈통의 위대함을 입증했다. 당시 한 스포츠 기자가 이를 가리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였는데, 이것이 화제가 되며 정식 명칭으로 굳어지게 됐다.
-북미의 삼관대회
[표] 북미의 삼관대회
| 구분 | 켄터키더비 | 프리크니스스테익스 | 벨몬트스테익스 |
| 경주거리 | 2000M | 1900M | 2400M |
| 경마장 | 처칠다운즈 | 핌림코 | 벨몬트 |
| 상금 | 2백만$ | 150만$ | 150만$ |
트리플크라운하면 야구나 축구를 떠올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북미에서는 “트리플크라운=경마”의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있다. 보통의 경주마는 2세 때 데뷔한 뒤 3세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의 말처럼 최고의 떡잎을 가리는 대회가 바로 3세마 시리즈인 삼관대회, 즉 트리플크라운이다.
북미의 경우, 5월부터 6월까지 열리는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가 이에 해당된다. 불과 2주‧3주의 간격을 두고 열리기 때문에 가혹한 레이스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높은 벽만큼 이를 뛰어넘은 경주마에게는 최고의 명예와 인기가 주어진다.
[표] 북미의 역대 삼관마
1919> 써바톤(Sir Barton)
1930> 갤런트폭스(Gallant Fox)
1935> 오마하(Omaha)
1937> 워애드머럴(War Admiral)
1941> 휠러웨이(Whirlaway)
1943> 카운트플릿(Count Fleet)
1946> 어썰트(Assault)
1948> 사이테이션(Citation)
1973>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
1977> 시애틀슬루(Seattle Slew)
1978> 어펌드(Affirmed)
2015> 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북미 경마가 배출한 삼관마는 고작 12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2015년에 배출된 ‘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의 경우 37년 만에 탄생한 삼관마로서 오랜 기다림에 지친 경마팬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쉬웠던 편성과 여건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각종 뉴스와 티비쇼에서 아메드 자얏 마주와 밥 배퍼트 조교사‧빅토르 에스피노자 기수가 쉬지 않고 출연하고, 얼마 전에는 인기 잡지 ‘보그’에서 모델 대신 ‘아메리칸페로아’의 화보를 촬영해간 것을 보면 삼관마의 위엄은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페로아’만큼 역대 삼관마들은 북미의 스포츠 스타로서 높은 인기를 구가해왔다. 북미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삼관마 스타의 대표 주자들을 만나보자.
-“前無後無”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 1973년 달성
보그의 표지모델로 ‘아메리칸페로아’가 낙점됐던 것은 사실 오래된 경마팬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에 말을 넘어 동물로는 최초로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말, ‘시크릿테리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크릿테리엇’의 인기는 당대의 어떠한 스포츠 스타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만큼 능력 또한 뛰어났다.
2세마시절 ‘시크릿테리엇’의 서억은 9전 7승, 2위 1회와 4위 1회였다. 데뷔전에서는 악벽마에 밀려 막판까지 꼴찌로 달리는 험난한 전개를 펼쳤으나 오직 결승주로에서의 탄력만으로 4위를 거뒀다. 10월 무렵 치렀던 챔피언 스테익스에서는 불량한 출발로 앞의 말과 15마신 가량 뒤떨어진 채로 경주를 펼쳤으나 발군의 뒷심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해의 최우수 2세마로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3세마인 ‘시크릿테리엇’은 삼관대회의 첫 번째 관문인 켄터키더비에 참가하게 된다. 켄터키더비 직전에 치렀던 우드메모리얼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한 탓에 ‘시크릿테리엇’의 인기도는 압도적이지 못했다. 당시 같은 경주에 출전해 2위를 기록했던 ‘샴’(Sham)이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역사의 서막이 시작됐다. ‘시크릿테리엇’은 2000M의 거리를 무려 1분 59초 4에 통과하며 당시 최고 신기록을 경신했다. ―1875년 첫 시행 이후 2분 내의 기록을 달성한 경주마는 2001년의 ‘모나초스’(Monarchos, 1분 59초 97)와 ‘시크릿테리엇’ 단 2두 뿐이다―게다가 당시 ‘시크릿테리엇’의 기록을 살펴보면 400M구간을 각각 25초 2, 24초, 23초 8, 23초 4, 23초로 주파해 쉬거나 힘 안배의 틈 없이 2000M를 계속해서 가속하며 달렸음을 알 수 있다. 후문에 의하면 경주 다음날에도 쌓인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주로를 몇 바퀴나 돌아야했다고. 반면 라이벌 ‘샴’은 2위를 기록한 후 코피를 쏟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두 번째 관문인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역시 ‘시크릿테리엇’의 낙승이었다. 이 대회에서도 ‘시크릿테리엇’은 1900M를 1분 53초 00에 주파하며 최고기록을 달성했는데 여전히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샴’은 이번 경주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사건은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펼쳐졌다. 초반부터 강공작전을 펼쳐나간 ‘시크릿테리엇’은 초반 800M를 46초 2에 통과했다. 이때까지는 라이벌 ‘샴’ 역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속도를 맞췄다. 하지만 점점 가속이 붙는 과정에서 지친 ‘샴’은 점차 뒤로 밀렸고 ‘시크릿테리엇’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관중들은 모두 넋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분 24초 플랫. ‘시크릿테리엇’이 기록한 2400M의 기록이다. 2위 마와의 거리 차는 무려 31마신.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시크릿테리엇’은 삼관마에 등극했다.
‘시크릿테리엇’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그해의 최우수 3세마와 최우수 수말 챔피언은 물론 연도대표마까지 싹쓸이한 것은 당연했다. 현재 결승선 폴대의 무늬가 파란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되어있는 것은 ‘시크릿테리엇’의 복색에서 유래됐다. 1974년 경주마 영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블러드홀스에서 꼽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북미 경주마 100두 중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맨오워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시크릿테리엇’의 팬들이 아직도 다수 존재한다) 2010년에는 ‘시크릿테리엇’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상영되며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있다.
- “신데렐라에서 제왕으로” 시애틀슬루(Seattle Slew) 1977년 달성
‘시애틀슬루’의 이야기는 한 편의 신데렐라 스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씨수말 ‘볼드리즈닝’(Bold Reasoning)의 자마인데다, 앞발이 90도 가까이 꺾인 결함을 지니고 있어 경매 당시 1만 7,500달러의 헐값(?)에 테일러 부부에게 낙찰됐다. 테일러 부부는 교정 편자로 돌아간 발목을 바로잡았고 본격적인 명마로 키우기에 전념했다. 이들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시애틀슬루’는 2세마 시절 출전한 모든 경주에서 우승하며 최우수 2세마에 등극했다. 특히 10월에 치렀던 샴페인 스테익스에서는 1600M를 1분 34초 4에 주파하며 이름을 떨쳤다. 3세마 시절에는 일반경주 우승을 시작으로 GⅠ경주인 플라맹고 스테익스와 우드 메모리얼에서 연승을 거두며 통산 6전 전승의 대기록으로 삼관대회에 임하게 됐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켄터키더비를 2분 02초 2에 주파하며 1¾마신 차 우승을 거둔 ‘시애틀슬루’는 뒤이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서 1½마신차 우승을, 벨몬트 스테익스에서는 무려 4마신 차 낙승을 이끌어내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삼관마에 등극하게 됐다. 앞선 6연승까지 포함해 삼관대회의 우승까지 9연승 무패 행진을 기록한 유일한 삼관마이기도 하다.
‘시애틀슬루’의 행보는 삼관마 달성 이후가 더욱 눈에 띈다. 4세가 된 1978년은 ‘어펌드’(Affirmed)가 삼관을 달성하며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때였다. 당시의 ‘시애틀슬루’는 일반경주에서도 연패하며 옛 영광을 잃어버리는 듯 보였다.
1978년 9월, 벨몬트 파크에서 열린 말보로컵에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명승부가 예고돼 화제를 모았다. 삼관마 ‘시애틀슬루’가 또다른 삼관마 ‘어펌드’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게이트가 열리고 ‘시애틀슬루’는 편안하게 선행을 나섰고 ‘어펌드’는 초반 기세를 쉽게 허용했다. 당시 ‘어펌드’의 고삐를 잡은 스티브 커덴 기수는 종반 ‘시애틀슬루’의 힘이 소진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승주로에서도 ‘시애틀슬루’의 걸음은 무뎌질줄 몰랐고, 결국 선배 삼관마(?)가 3마신 차로 승리하게 됐다.
‘시애틀슬루’의 이야기는 제2의 삶인 씨수말로 전향하며 더욱 화려해진다. 1979년 신방을 차린 ‘시애틀슬루’는 첫 해 자마 7두의 평균가가 38만 달러에 그치며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7두 중 암말 ‘랜다루스’(Landaluce)가 2세 암말 상금왕에 올랐고 ‘슬루오골드’(Slew O`Gold), ‘아도어드’(Adored), ‘슬루피’(Slewpy) 등이 G1 챔피언에 오르면서 ‘시애틀슬루’는 씨수말로 재평가됐다. 84년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하며 3세 대표마에 선정된 ‘스웨일’(Swale), G1 우승마 ‘시애틀송’(Seattle Song), ‘쓰나미슬루’(Tsunami Slew)의 활약으로 ‘시애틀슬루’는 처음으로 리딩사이어에 등극한다.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리딩사이어에 이름을 올린 ‘시애틀슬루’는 사망일까지 총 9백96두의 경주마를 생산했으며, 이중 6백86두(68.9%)가 경주에 나서 4백66두(46.8%)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중 1백2두(10.2%)가 스테익스에서, 56두(5.6%)가 그룹 혹은 그레이드(G) 경주에서, 26두(2.6%)가 G1 경주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이 경주로에서 벌어들인 상금만 7천5백만 달러가 넘는다. 수많은 자마 중 단연 돋보이는 말은 ‘에이피인디’(A P Indy)다. 현재 더트 주로의 3대 주류 혈통으로 꼽히는 ‘에이피인디’는 2003, 2006년 북미 리딩사이어에 선정된 바 있다.
‘시애틀슬루’는 외조부로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는데 외손자 중에는 연도대표마 출신 ‘시가’(Cigar)와 99년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우승한 ‘레몬드롭키드’(Lemon Drop Kid) 등이 포함돼있다.
1만 7천5백 달러에 사들인 말이 경주로에서 1백 2십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은퇴 후에는 교배료와 자마 판매로 5천만 달러가 넘게 벌어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더욱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 “라이벌이 만들어낸 명마” 어펌드(Affirmed) 1978년 달성
‘아메리칸페로아’의 쾌거 이전까지 최후의 삼관마로서 경마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경주마가 바로 ‘어펌드’다.
‘어펌드’를 이야기할 때는 빼놓을 수 없는 경주마가 있는데 바로 숙명의 라이벌 ‘알리다’(Alydar)다. 경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주를 그려냈던 두 경주마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어펌드’와 ‘알리다’의 운명은 2세마 시절이었던 1977년 6월에 열린 유스플 스테익스에서 시작됐다. 당시의 경주가 데뷔전이었던 ‘알리다’는 ‘어펌드’에게 우승을 넘겨주어야 했으나 뒤이은 경주에서는 다시 승리를 가져오는 등 한동안 엎치락 뒤치락이 반복됐다. 2세마 경주에서 이러한 라이벌 관계의 형성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세간의 관심은 두 경주마를 향했다. 2세마 시절 ‘어펌드’와 ‘알리다’의 전적은 4대 2로, 우위를 점한 ‘어펌드’가 그 해의 2세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후 두 라이벌은 각각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로 이동해 전력을 다지며 다가올 승부를 준비해나갔다. 둘의 메인매치는 3세마 최강자를 가리는 삼관대회였다.
첫 번째 관문인 켄터키더비에서는 ‘어펌드’가 다소 우세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막판 발군의 탄력으로 치고 나온 ‘알리다’가 온 힘을 다해 따라붙었으나 결국 1½마신 차로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리벤지 매치는 2주 뒤인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로 넘어갔다. 경주 초반은 ‘어펌드’가 좋은 순발력을 발휘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직전의 분패를 만회하기 위해 ‘알리다’는 한 타임 빠른 추입을 시도했고 이 작전이 주효하게 먹혀들어가며 ‘어펌드’와의 접전이 이어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승부가 결승주로 내내 이어졌다. 결국 직전 한 발을 더 쓴 ‘어펌드’가 목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주를 이어가는 두 라이벌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특히 추입에 강점을 보이는 ‘알리다’의 능력 상 2400M의 벨몬트 스테익스에서는 ‘어펌드’를 꺾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알리다’의 베이치 조교사는 알리다의 눈가리개까지 해제하며 ‘어펌드’의 삼관마 저지에 나섰다. 후에 베이치 조교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경주 중 라이벌인 ‘어펌드’를 보면서 근성을 발휘하길 바랐다고 한다.
마침내 역사적인 삼관대회의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 스테익스의 게이트가 열렸다. 평소와는 달리 ‘어펌드’는 선두에 나서지 않고 힘 안배에 나섰다. 총 5두가 출전한 가운데 경주 절반이 채 되지 않아 두 라이벌은 자연스럽게 선두로 나섰다. 두 마리를 위한 경주였다. 막판까지 선두를 가릴 수 없는 접전이 이어졌다. 두 라이벌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몸을 부대끼며 경합을 이어갔다. 결국 막판 근소하게 앞선 ‘어펌드’가 머리 차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치열했던 라이벌전의 최종 우승마가 됐다. 세 번의 승부에서 두 경주마의 마신 차를 모두 합해도 채 2마신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어펌드’는 숙명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알리다’의 경쟁 덕분에 77년 ‘시애틀슬루’에 연이어 삼관마 달성에 성공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삼관대회
우리나라의 삼관대회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3세마 대회인 더비의 출범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1996년 국산마 분리경주 체계 도입 이후 영국의 엡섬더비나 미국의 켄터키더비와 같은 3세 우수마 발굴체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97년에 더비 창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개최시기와 관련해서는 국산마의 골격형성 및 능력향상 추이 등을 감안해 6월과 8월, 10월 등 여러 가지 안이 거론됐는데, 능력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기 전에 시행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며 5월로 결정됐다. 특히 5월에 개최되는 경마문화제와 연계시켜 같은 기간에 시행되던 무궁화배를 대체, 국산 3세 최강마 선발경주로서 98년 5월 제1회 코리안더비가 탄생했다.
2007년에는 본격적인 삼관대회 체계가 도입됐다. 2008년에는 부경경주마까지 대상마가 확대돼 한국의 진정한 3세 최강마를 선발하는 시리즈로 자리잡게 됐다. 국내의 삼관대회는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로 구성돼 있다.
세 번의 삼관대회에 출전하여 기록한 순위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최고 성적을 거둔 수말에게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특별적립금에서 7억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표] 한국의 삼관대회
구분>KRA컵 마일(GⅡ)>코리안더비(GⅠ)>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경주거리>1600M>1800M>2000M
경마장>부경>서울>서울
상금(2015년기준)>5억원>7억원>5억원
- “대한민국 유일의 삼관마” 제이에스홀드
2007년 국내에서 첫 번째 삼관 경주를 시작한 이후 역대 3연패에 성공한 경주마는 ‘제이에스홀드’ 단 한 두 뿐이다. 특히 삼관 시리즈가 서울과 부경의 통합경주로 전환된 후로는 단 한 두의 우승마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좌절의 해가 거듭될수록 기존의 삼관마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게 된다. 국내 유일의 삼관마 ‘제이에스홀드’가 그렇다. 서울에서만 치러졌던 경주인데다 시스템 정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시간을 되돌려 부경과의 통합 경주로 진행된다고 해도 ‘제이에스홀드’는 트리플크라운에 올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제이에스홀드’는 한국 경마 역사에 남을 명마로 꼽힌다.
‘제이에스홀드’는 2004년 4월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정성목장에서 태어났다. 약 6개월 무렵 한국마사회 제주육성목장에 매입돼 육성훈련을 거쳤으며 2006년 6월에 열린 2세마 경마에 상장돼 문재식 마주에게 낙찰가 5천만 원에 구매됐다.
생산자인 임상윤 대표에 의하면 ‘제이에스홀드’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다른 마필에 비해 상당히 큰 체구를 가졌다고 한다. ‘포트스톡턴’과 ‘환상질주’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모마인 ‘환상질주’는 ‘제이에스홀드’를 마지막으로 노령과 치아이상으로 교배 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훗날 ‘제이에스홀드’의 활약을 보며 생산업계에서는 너무 일찍 떠나간 명씨암말의 빈자리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데뷔전을 치른 ‘제이에스홀드’는 11월 26일 출전한 두 번째 경주에서 ‘디디미’의 자마 ‘여풍찬가’와 맞붙게 된다. ‘제이에스홀드’는 데뷔전 성적으로 인해 인기도 3위에 그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제이에스홀드’는 무려 14마신차로 우승을 거두며 인기도를 비웃는 한편,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무엇보다 당시 우승이 의미 있었던 것은, 국산마 최초로 1000m를 1분 안에 주파했다는 사실이었다. 59초 9. ‘제이에스홀드’가 2세마 당시 세운 한국 경마의 신기원이었다.
‘제이에스홀드’의 특징은 나는 듯한 걸음이다. ‘날개달린 천마’라는 별칭처럼 당시 경주를 지켜봤던 팬들의 표현에 의하면 결승주로에서의 ‘제이에스홀드’는 마치 공중을 날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500kg이 넘는 큰 체구에서 나오는 힘과 압도적인 주폭이 이러한 모습을 연출하는 데 일조했다.
‘제이에스홀드’가 3세마였던 2007년, 경마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히는 삼관대회가 첫 시행됐다. 지금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었던 당시의 삼관 경주는 뚝섬배(1400M)와 코리안더비(1800M), 농림부장관배(2000M)로 구성돼있었으며 3세 기대주들이 총출전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첫 번째 관문인 뚝섬배에서 ‘제이에스홀드’는 초반 중위권에서 여유롭게 힘 안배 후 3-4코너 구간에서부터 앞선 마필들을 따라잡아, 결승주로 발군의 탄력을 발휘해 7마신 차 우승을 거뒀다.
두 달 뒤에 열린 코리안더비에서도 ‘제이에스홀드’의 적수는 없었다. 1800M의 경주를 12마신 차로 우승한 ‘제이에스홀드’에게 더 이상 거리낄 것은 없었다. 최초의 삼관마 탄생을 앞두고 매스컴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이에스홀드’에 대한 기사를 다뤘고 경마 관계자들의 관심 또한 비상했다.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제이에스홀드’였지만 마지막 관문인 농림부장관배를 앞두고 불안한 전조가 보였다. 이전과 달리 다리의 상태가 온전치 못했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번 ‘제이에스홀드’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던 ‘강호명장’이 절치부심의 각오로 전력을 다져 경주에 출격했다. 초반부터 앞선을 장악한 ‘강호명장’은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탄력으로 자리를 지켜냈다. 막판 한방을 보여주는 ‘제이에스홀드’였지만 ‘강호명장’의 이러한 전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 박자 빠른 추입타이밍이 필요했다.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삼관마의 탄생은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막판 ‘제이에스홀드’는 발군의 뒷심을 발휘하며 치열한 추격에 나섰다. 결승선 전방 50m 지점까지 공방을 펼치던 ‘제이에스홀드’는 결승선을 앞두고 어깨를 내밀어 ¾마신 차 우승을 거뒀다. 삼관마의 방점을 찍는 경주였다. 그리고 ‘제이에스홀드’는 그 명성을 살려줄 만큼 스릴넘치는 경주를 펼쳐보였다. 이렇게 ‘제이에스홀드’는 한국 경마 역사상 첫 삼관마에 등극하게 됐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