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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병신년 주요 이슈]
1. 9월 시행 ‘김영란법’, 말산업계는 무사할까
2. ‘말산업육성법의 입법 영향 분석 보고’ 집중 분석
3. ‘어뷰징’은 가라…전문 언론 살아야 말산업도 산다
최저임금 시급 6천30원으로 인상, 만능 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임금피크제 지원 요건 완화, 상속 재산 인적 공제 확대, 미성년자 기준 연령 19세, 개인 맞춤형 노후 준비 컨설팅 무료 제공 등 각종 시책과 제도가 변경됐다. 이 가운데 작년부터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김영란법’, 공직사회 투명성 높일 것 기대
2012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전(前)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씨가 추진했던 법안, 일명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작년 3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포안을 재가했고 1년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2010년 부산의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 모두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다며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서 도입됐다.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제외됐고 언론사 관계자와 사립학교 교사들이 포함되면서 과잉 입법 및 위헌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김영란법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영란법이 명시한 부정 청탁의 유형은 △채용 및 승진 등 인사 개입 △공공기관 의사 결정 관여 △직무상 비밀 누설 △계약 체결 과정 개입 △일감·용역 몰아주기 △평가·판정 업무 위반 △단속·감사 배제 등 광범위하고 적용 대상 직원이 약 200만 명에 이르는 등 ‘관피아’ 척결을 위한 법안이라는 평가다.
말산업계 역시 ‘김영란법’을 피해갈 수 없다. 기획재정부 지정, 총 316개의 공공기관 중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는 총 10개 공공기관이 있는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어촌공사 그리고 한국마사회가 있다. 한국마사회는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 2분의 1이상의 ‘공기업’이자 준시장형(자산 규모가 2조 원 이상으로 총 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85% 이상인 시장형 이외 기관)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도 이 유형에 포함된다.
공기업 모럴 해저드…뿌리부터 근절해야
농림축산식품부 최장수 장관으로 이름을 올린 이동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한 뒤 2년 9개월째 장관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정부 신임이 두터운 이 장관은 2014년부터 공공 부문 개혁을 당부하며 방만 경영과 인사 비리 문제를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산하 전 공공기관 임직원이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
2013년 12월 5일 부임한 현명관 제34대 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4일까지다. 상임 및 비상임이사의 임기도 2명을 제외하고는 올해 중후반이면 끝난다. 삼성 경영인 출신인 현명관 회장은 그간 ‘혁신과 윤리 경영 기법’을 도입, 윤리 경영을 중요한 덕목으로 정하고 ‘신의 직장’, ‘비리백화점’이라 불리던 한국마사회를 청렴한 공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부임 첫해 윤리 청렴 주간을 도입했고 지속해서 관련 이벤트와 교육,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투명신뢰 No.1 공기업’을 선포했고 감사실 내 청렴팀을 신설 운영해왔다. 그 결과 한국마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패방지시책평가 공공기관Ⅲ 그룹 부문에서 13년과 14년 2년 연속 최우수 1등급을 부여받았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지속 가능 경영 실태조사(koBEX)에서도 4년 연속 최우수(AAA)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전 임직원에게 ‘청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모 기관에서 친인척 기업과 위장 수의 계약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자 현명관 회장은 “이러한 일이 한국마사회에서는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전 부서 및 임직원은 입찰 및 계약 업무를 비롯한 모든 업무 수행에 있어서 특혜를 배제하고 청렴하게 임할 것”을 강조하며 “고의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를 경우 절대 용납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지난 한 해 마사회 자체 특정 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내부 문제는 여전했다. 승마대회 대외지원금과 관련해 경고 및 시정, 통보 조치 결과가 있었는데 대부분 업무 이행 소홀과 ‘돈’ 문제였다. 감사 지적 사항에 따르면, 승마대회 활성화 지원 사업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담당자에게는 ‘경고’를, 대회 기간 내 집행되지 않은 영수증을 처리한 280만 원 금액에 대해서는 환수 및 용역비 산정 방식을 변경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승마교실 및 학생 승마체험 사업 관련 교육도 미비했고 정산 업무도 불성실했다고 지적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문제와 행사비 예산을 회식에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여직원이 다수인 팀 내에서 성희롱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고 사무실 내에서는 전자 담배를 흡연한 행위도 적발됐다. 게다가 예산 편성 목적과 달리 행사비 예산 230여만 원을 부서 회식 비용으로 사용해 관계자는 징계와 경고, 시정 명령을 받았다.
우리 말산업은 아무 문제 없다 전해라?
한국마사회는 ‘임직원 행동 강령’을 통해 부패 방지와 깨끗한 공직 풍토 조성을 위한 윤리적 가치와 판단, 행동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영란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한다는 것이다. 마사회 행동 강령에 따르면, 직무 관련자에 대한 정의도 언급돼 있는데 이 ‘직무 관련자’의 범위와 그와 관련한 ‘경조사’ 문제가 향후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히 행동 강령 제25조, ‘건전한 경조사 문화의 정착’에서는 친족 그리고 소속 종교·친목 단체 등을 제외하고는 5만 원을 초과하는 경조금품 등을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지만, 주요 임원들의 업무 추진비 명세를 살펴보면 ‘유관 기관’ 및 ‘협력 업체’, ‘관계자’ 등에 경조사, 부의금 등으로 건당 평균 10만 원을 지급했다. 반면 실처장급과 관련, 일부 부서는 업무 추진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기타 업무 추진’ 항목으로만 명시된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마사회뿐만이 아니다. 말산업계는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축산발전기금의 혜택을 입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축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말산업 육성 지원에 애초 370억5천만 원에서 30억5천만 원(8.2%)이 삭감된 34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적립금 집행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 승마캠프 용역 계약 정산 부적정으로 징계와 주의, 통보 △마사진흥사업비 집행률 저조로 개선 △RNA칩 분석 용역에 있어 계약 관리 부적정 △승용마 생산 육성 세미나 사업비 집행 및 정산 부적정 등이 지적돼 관련자에게 각각 징계와 주의, 통보 그리고 경고까지 내렸다.
말산업 관련 유관 단체와 협회, 용역 업체 등 종사자들은 말산업 예산을 ‘눈먼 돈’으로 보고 사업을 따고 지원만 받으려 했지 투입된 예산에 못 미치는 ‘성과’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익숙하다. 말산업의 특성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경쟁 입찰 대신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독점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관행이 됐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지만, 사업 정산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업체 선정의 다각화를 통한 활성화 그리고 사업 진행을 지속해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더는 뿌리쳐서는 안 된다.
‘말귀신 쓰인’…‘말밥 먹는’ 우리부터 달라져야
말산업계는 그간 스스로 언론의 ‘동네북’ 역할을 자처한 점도 곱씹어야 한다. 2005년 사회를 경악시킨 ‘곶감 상자와 초밥통’ 뇌물 사건, 조직적 비리 사건 외에도 예산 남용과 불용, 용역업체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 언론 또한 마사회를 ‘신의 직장’, ‘비리백화점’ 그리고 복마전(伏魔殿)으로 치부해왔다. 승마장은 불법 시설로, 말 유통 관계자는 사기꾼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사업의 특수성과 사회공헌 부문 등은 빼고 부정적인 뉴스만 생산했으니 ‘경마가 도박’이라는 인식은 말산업계 스스로 만들어 낸 자화상인 것.
분명한 건 현명관 회장이 부임한 2013년 이후부터 ‘네거티브’한 뉴스들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경마혁신안과 더불어 한국경마의 세계화를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펼친 현 회장은 역대 회장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내부 반발도 잠재운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특히 대외 선진 윤리 청렴 문화를 토착화하기 위해 한국투명성기구 등과 정례회를 갖고 청렴 옴부즈만과의 대화 및 청렴혁신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가장 취약하고도 핵심적인 부분을 짚었기에 분위기가 바뀐 것을 이제 모두가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이 법안을 소개하며 “마사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경우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이 법의 준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직무와 관련한 청탁이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행동강령 등에 잘 규정되어 있으므로 행동강령을 잘 숙지하고 지킨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명관 회장 역시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4년 3월 7일, 청렴옴부즈만과의 대화에서 “공정·투명·청렴이라는 키워드는 기업에 스며들어야 하는 문화적 부분”이라며, “공기업, 특히 마사회와 같이 특수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일반 공기업보다 더 강한 투명, 윤리경영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청탁이 많이 들어오는 부분은 문제 소지가 있다”며, 개선을 위해서 지속적 교육은 물론 ‘제식구감싸기’나 ‘온정주의’가 아닌 ‘일벌백계’로 위반 사항을 다스려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했다.
우리 말산업계는 변화의 중심에 있고 분명 진보하고 있다. 걸음은 느리지만, 정도를 가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부정 청탁 문제는 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다. 제도를 만들었지만, 제도 위에 있는 것도 결국은 사람. 그래서 내외 감사는 물론 공공 영역에 대한 언론의 감시가 필요하다. 말산업계 유관 단체와 협회 관계자, 종사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우리 말산업의 대국민 인식 전환은 물론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진정한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2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전(前)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씨가 추진했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이 9월 시행되면 일부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표적 수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 국제투명성기구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인식된 정도에 따라 각 국가별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한국은 2009년 39위에서 2012년 45위까지 떨어져 부패도가 심한 편으로 나타났다.
▲2013년 12월 취임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공기업 혁신의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고자 ‘투명신뢰 No.1 공기업’을 선포했다. ‘혁신과 윤리 경영 기법’을 도입, 윤리 경영을 중요한 덕목으로 정하고 전 직원에게 청렴의 가치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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