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150cm의 작은 체구를 가진 김 기수는 특유의 끈기와 성실함으로 통산 5129전에서 467번 우승하며 여성기수 최다승 기록을 달성했다. 같은 시기 데뷔한 남성기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코리안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KRA컵 클래식 등 주요 대상경주를 제패하며 `최초`이자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그랑프리(G1) 경주에서 한국경마 102년 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되며 진정한 정상에 올랐다.
김 기수는 은퇴 직전까지도 `현역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올해 3월 세계 최고 수준의 경마대회인 두바이월드컵 시리즈에 도전해 예선 2차전인 `알 막툼 클래식`에서 3위를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는 `코리안자키 김혜선`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남녀가 동일 조건에서 경쟁하는 경마는 1990년대까지 사실상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체력과 근력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 여성기수를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여성기수인 이옥례 기수가 1975년 기수 면허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조기 은퇴하면서 `경마는 여성이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사실상 최초의 여성기수라 할 수 있는 이금주·이신영 기수가 2001년 등장했고, 이신영 기수는 10여 년간 성공적으로 활동한 뒤 2011년부터 여성 1호 조교사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스웨덴이 1위를 차지했고,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일본, 튀르키예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성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마법규와 마학, 인사·노무 등을 포함하는 조교사 시험에서 필기와 실기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둔 김 기수는 현재 26두의 경주마를 위탁받고 `부산경남 5조` 마방을 이끄는 조교사가 됐다. 현재 한국의 여성 조교사는 서울 14조의 이신우(이신영 기수가 개명) 조교사와 부경 5조의 김 조교사 단 두 명뿐이다. 김 기수의 은퇴로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성기수는 서울, 부경, 제주를 통틀어 9명이 됐다.
조교사는 경주마의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마주와 소통하며 기수, 말 관리사, 수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마방운영에 반영하는 `감독` 역할을 한다. 기수보다 폭넓은 관점과 조직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지난달 21일 부경 2경주에서 마지막 기수 생활을 마친 김 기수는 "기수 생활로 받은 응원을 조교사로서 더 큰 실력으로 돌려드리고 싶다"며 두 번째 인생의 포부를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는 "많은 여성 스포츠인은 부상, 체력의 한계,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김혜선의 경력 전환은 여성 스포츠인의 지속가능한 커리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혜선의 두 번째 질주가 한국경마에 어떤 장면을 남길지, 그의 행보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