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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 창설된 멜버른 컵은 `국가를 멈추게 하는 레이스(The race that stops a nation)`라는 상징적인 별칭을 보유하고 있다. 1876년부터 경주 당일이 빅토리아주 공휴일로 지정됐으며, 나아가 호주 전국민이 개최 시간에 맞춰 경주를 지켜보는 국가 단위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최대 24두가 3200m를 달리는 이 경주는 지난 10년간 인기 1위마가 우승하지 못했고, 최고 부담중량을 짊어진 경주마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다.
최고 인기는 프랑스의 `프레사지녹턴(Presage Nocturne)`이 차지했으며, 추입력이 기대되는 마필이었다. 두 번째 인기는 `알리파(Al Riffa)`로, 아일랜드 조교마이나 조교사와 기수가 각각 멜버른 컵 2회 우승자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세 번째 인기마 `하프유어스`는 단독 호주산 마필로 출전했다. 직전 코필드컵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2연승 달성에 대한 기대가 쏠렸다.
경주는 `스모킹로만스(Smokin` Romans)`와 최외곽에서 서서히 그룹에 합류한 `체인징오브더가드(Chaingingoftheguard)`의 주도로 시작됐다. 10마신이 넘는 24두의 긴 마군이 첫 번째 코너를 통과했다. 뒷 직선주로에서도 큰 전개 변화는 없었으나, 선입권에 자리했던 `랜드레전드(Land Legend)`가 선두로 진출해 도주에 가까운 형태로 경주를 이끌며 새로운 페이스 변화를 만들었다. `하프유어스`는 계속 선입권 후미에서 자리를 지켰다.
곡선주로 승부처에서 `랜드레전드`의 힘이 부치기 시작했고,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선입권 주자들의 치열한 경합이 시작됐다. 그 속에서 가장 안쪽을 뚫고 부상한 것은 `하프유어스`였다. 경주로 내측의 두터운 마군을 여러 차례 비집고 나와 선두로 부상했다. 외측의 복병마 `구디투슈즈(Goodie Two Shoes)`가 경합했으나 결국 선두를 내주었다. 마지막까지 멜햄 기수의 채찍은 멈추지 않았고, 우승은 `하프유어스`의 차지가 됐다.
경주 타임은 3분 22.460초로, 초중반까지의 느린 페이스와 후미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영향을 미쳤다. 경주 초중반 펄롱 페이스는 12~13초였으나, `랜드레전드`가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11~12초로 단축됐으며, 종반 펄롱 타임은 12.73초로 기록됐다.
`하프유어스`는 제이미 멜햄 기수와 함께 역사상 13번째로 `컵스 더블(Cups Double)`을 달성한 경주마가 됐다. 또한 24두의 출전마 중 유일한 호주산 마필이었다는 점도 주목받았으며, 최근 15년간 11차례나 유럽산 수입마에게 우승을 내주었던 호주 생산 업계의 자존심을 세웠다.
멜햄 기수는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지난 15년간 이 업계에 헌신해온 이유다. 이 일은 힘들고, 때로는 모두가 보듯 화려하거나 완벽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 이 순간의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감격의 우승 소감을 밝혔다.
5세 거세마 `하프유어스`는 부마 `세인트진(St Jean)`의 첫 번째 대상경주 우승마가 됐다. 모마 `라가젤(La Gazelle)` 자마들의 성적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외조부 `데저트킹(Desert King)`은 아이리시 더비(Irish Derby, G1) 우승마이자 멜버른 컵 3연패의 `마카이비디바(Makybe Diva)`를 배출했다. 조부마 `테오필로(Teofilo)` 또한 3두의 멜버른 컵 우승마를 배출한 바 있다. 이러한 유전적 연결고리가 `데인힐(Danehill)`의 중복 교배를 통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멜버른 컵은 여러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제이미 멜햄 기수는 미셸 페인의 뒤를 이어 여성 기수 우승의 계보를 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 기수 최초의 `컵스 더블`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또한 유일한 호주산 마필이었던 `하프유어스`가 유럽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함으로써, 멜버른 컵 우승 혈통의 저력을 입증했다.
최현성 전문기자의 경마이야기는 말산업저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