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서울 강남권 중심지였던 선릉 장외발매소가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임차 종료던 2일(토,일)만 영업해야하는 비경제성등 원인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대체장외없이 문닫을 수밖에 없다해서다.

2006년 이후 단 한 곳의 신규 장외발매소도 개설되지 못한 가운데, 서초·부천·대전·연제 등에 이어 선릉까지 폐쇄되며 경마 산업은 점점 오프라인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마 매출 감소는 단순한 수익 저하를 넘어, 말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경마를 통해 조성되던 축산발전기금은 과거 연 2,500억 원 규모에서 현재는 7백억 원대로 급감했다니 경마규제의 심각성이 수치로 입증된다. 이로써 말 생산과 육성, 관련 농가와 산업 전반에 걸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반면 복권과 토토는 매출이 늘어날수록 기금도 따라 늘며, 재정·체육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일례로 2024년 국민체육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계정은  3조3484억원으로 편성돼 전년보다 5.8%(1832억원) 증가하는 등, 토토 등 활황에 힘입어 체육재정은 경마와 달리 풍족하다.

더욱이 2026년 복권위원회의 복권발행계획(4.29)에 따르면 8.1조원을 발행해 복권기금수익을 3조 2,891억원을 목표로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복권 토토 폭주와 달리 경마 산업만 유독  쇠락하게 된 원인은 명확하다. 코로나19 시기, 경마장만 유일하게 ‘전면 입장 금지’ 조치를 받았고, 온라인 발매(정식명칭은 전자마권)는 뒤늦게 허용(`23.5.25)되고 정식발매(`24.6.21)었지만 총매출의 10% 이내로 제한되었다. 지금은 전자마권발매가 확대될수록 오히려 장외발매소를 줄이라는 비상식적인 규제까지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신규장외발매소는 개설 승인조건을 어렵게만 만드는 농식품부의 자해적 규제 정책으로 개설이나 이전은 불가하며 이것들이 경마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감위는 규제의 형평성 개선은커녕 또 다른 역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제4기 사행산업 건전화 종합계획에서는, 기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적용되던 총량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1조 원대에 달하는 추가 사행산업매출 총량을 복권과 토토로 배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5년간 도박중독유병률이 높은 업종은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경마 매출 총량을 줄이고 복권·토토로 이전해온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사감위가 복권 토토  등 특정 산업에 편중된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경마 전자마권은 과도한 규제로 장외발매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건 가입절차 불편(대면가입), 과도한 구매제한(경주당 5만원) 등을 들 수 있는데 복권토토경륜경정은 그런 규제가 없다.

경륜경정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발매 도입시는 경륜 경정의 온라인매출한도를 총매출의 50%로 정하고, 경주당 5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게 했었지만 2024년 11월 온라인매출한도를 폐지하고 경주당 10만원까지로 상향조정했다. 경마가 온라인매출한도를 10%, 구매한도를 5만원으로 정한 농식품부가 얼마나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는지 알법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공정한 규제다.

첫째, 경마에만 있는 인터넷 발매 한도 제한은 폐지되어야 한다.

둘째, 온라인 실명인증 기반 비대면 회원가입을 허용해 디지털 채널가입을 일부러 불편하게 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셋째, 전자마권 확대에 따라 장외를 폐지하는 정책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넷째, 전자마권 경주당 구매상한선을 1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

다섯째, 사감위는 모든 사행산업에 대해 동일하고 공정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경마는 단지 오락산업이 아니다. 말 생산, 사육, 경주, 승마, 관광에 이르는 말산업 전체의 뿌리다. 경마의 몰락은 곧 말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뜻하며, 이는 농촌 경제와 축산 기반에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지금 경마 산업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형평성 있는 경쟁 조건이다. 경마가 다시 뛸 수 있도록, 그 출발선을 공정하게 마련해야 한다.


김종국 정책학박사, 사행산업정책연구소 대표, 전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ㆍ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