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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말하는 아들, “책임감 강하고, 가정에서는 자상해”
“아들의 명예회복 될 때까지 끝까지 갈 것”
“내 아들은 죽었지만, 이로 인해 말 관리사들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말 관리사 P씨 어머니의 말이다.
지난 5월 27일 새벽 1시 5분경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한 마방에서 P씨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P씨의 죽음을 놓고 일각에서는 가정불화, 빚에 의한 것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P씨의 유족들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유족 측은 아들의 죽음을 가정불화, 빚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데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라고 말한다. “본인 재산만 수억이고,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목한 가정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이다.
P씨가 사망한 지 보름여 가량이 지났지만, 장례는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P씨의 명예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P씨의 죽음이 가정불화, 빚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런 여론을 만든 이들이 직접 사과를 해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 J씨는 아들이 사십 평생 술 먹고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책임감 강한 아들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우리 아들이 얼마나 일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느냐면요. 우리 집이 제일 큰 집이라 제사가 엄청 많은데 매번 제사를 지내고 나면 바로 마방으로 갔어요. ‘엄마, 동생들은 초짜라서 만약 말이 탈이 나면 내가 마방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힘들어해요. 내가 여기서 차 타고 가는 순간에도 말이 탈이 날 수도 있고, 거기 가서 자는 게 편해요’라면서”
“해당 조 관리사 동생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우리 아들이 자주 우리 집에 와서 음식을 해가지고 갔어요. 동생들 먹인다고요. 밥도 한 솥 해가고, 심지어는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도 해갖고 갔어요. 그래서 내가 여름에는 영양탕이다 삼계탕이다 해갖고 보내고 그랬었거든요. 그만큼 다른 말 관리사 동생들을 걱정했어요”
P씨는 사고 전에도 부당한 고용 구조에 대해 얘기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 J씨는 그럴 때마다 아들을 다독이며 50살까지는 회사에 다니라고 말했다.
“아들은 집에 찾아오면 자주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엄마, 한국마사회는 개떡 같은 회사예요. 회사 자체가 사람대접을 안 하고, 관리사들은 말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살아요. 그래도 내가 댕겨야 되겠어요”라고요.
“아들이 그만둔다고 할 때마다 ‘네가 마사회 취직했을 때 천직이라고 했고, 다른 사람들도 한국마사회 좋은 직장이라고 다 알고 있는데 그 일도 힘들어서 못 하면 다른 일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고 했었거든요. 아들을 내가 사지로 내몬 것 같아 가슴 아파요”
“아들이 고마 힘들다고 그만둔다고 할 때 그만두게 뒀으면 될 텐데. 기어코 50살까지는 참고 다니라고 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유족들은 P씨의 죽음이 가정불화, 빚에 의한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들이 가진 재산만 해도 한 20억이 되는데 2~3억 그게 무슨 빚입니까? 그리고 가정불화라고 얘기하는데 모르시는 소리예요. 우리 아들이 얼마나 가정적인데요. 우리 아들이 억세면서도 가정에서는 얼마나 자상하고 그런지 몰라요. 잉꼬부부라고 소문난 사람인데 무슨 가정불화요. 그건 백 번 천 번 아닙니다.
“쌍둥이 머시마들 낳아서 키웠을 때도 회사에 갔다 오면 며느리가 애 둘 보느라 힘들다고 목욕 같은 것도 지가 다 시켰어요. 며느리가 못되게 해서 아들이 죽었다는 이상한 말도 하는데 우리 며느리는 옛날 같으면 양반 같은 사람입니다. 진짜 신랑한테도 잘하고 시부모한테도 잘해요. 아직까지 며느리한테 니가 우쨌노 소리 한 번 안 해봤어요. 그만큼 며느리는 속이 깊고 착한 사람이에요”
사고가 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P씨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진심 어린 사과가 없다면 몇 년이 걸리든 절대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한다.
“내 아들은 죽었지만서도 내가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 아들 명예회복을 원하고, 두 번째는 다른 말 관리사들이 정당하게 임금을 받는 겁니다. 내 아들이 가정불화로 빚으로 죽었다는데 그 누명을 벗어야겠고, 사과도 받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아들이 눈을 감고 가지 않겠어요. 그리고 내 아들은 떠났지만 밑에 있는 다른 말 관리사들이 정당하게 임금을 받고 안정된 삶을 살길 바랍니다. 자기가 일한 만큼 정당하게 돈을 받아야지”
“나는 맘을 이래 먹었습니다. 내 혼자는 바위에 계란치기지만은 민주노총 분들과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요. 내 혼자서야 저 사람들이 콧방귀나 뀌겠어요? 내 힘만으로는 아들 명예회복 못 할 거 같아 이분들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했어요. 이제 나도 밥 한 그릇씩 먹고 버틸라고요. 민주노총 분들하고 같이 끝까지 가볼랍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P씨의 아버지는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술만 마신다고 했다. 유족들은 이러다가 P의 아버지까지 장례를 치러 줄초상이 나지 않겠느냐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정의 비극은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국내 제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P씨가 죽은 지 보름이 넘도록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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