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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은퇴식 후 승마장궁평캠프서 승용마로 제2막 준비
지난 28일, 이색 스타마 ‘차밍걸’이 자신이 보유했던 최다 무승기록을 101경주로 경신하고 정들었던 경주로를 떠났다.
이미 100전 100패라는 역대 최다 무승기록을 가지고 있던 ‘차밍걸’은 고별전에서 14두의 출전마 중 12위로 출발해, 경주 중반 9위까지 치고 나오며 이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으나,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특유의 뒷심 발휘에 실패, 1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주 직후 시상대에서는 약 6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차밍걸’과 관계자들을 위한 은퇴식이 진행됐다. 당대를 호령한 명마들도 한국마사회의 엄격한 자격요건 때문에 은퇴식에 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밍걸’의 스타성과 기록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첫 인상이 좋아 ‘차밍걸’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 경주마는 410kg의 왜소한 체격으로, 2008년 1월 데뷔이후 소위 ‘3류’ 들이 겨루는 하급레이스인 4군, 5군 경주에서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3등 8번이 전부다. 그럼에도 ‘차밍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데뷔 이후 월 2회 꼴로 경주에 꾸준히 출전하며 다른 경주마들의 2∼3배 가까운 경주를 소화하는 ‘성실함’과 ‘강철체력’이 알려지면서다. ‘차밍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극진히 관리해 온 마주의 정성 또한 ‘적자생존’의 경마계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5월 ‘당나루’를 제치고 역대 최다 연패인 96전 96패를 기록한 ‘차밍걸’은 이후 매 경기 ‘필패’를 이어나가며 마침내 한국 경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101전 101패의 고지를 밟았다.
정든 경주로를 떠난 ‘차밍걸’은 10월부터 경기도 화성시 궁평목장에서 제2의 마(馬)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곳에서 ‘차밍걸’은 승마 선수를 위한 ‘엘리트 승용마’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변영남 마주
세간에서는 말을 혹사시키는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정말 능력이 부족하고 힘이 다한 말이었다면 직접 나서서 은퇴시켰을 것이다. 회복력도 빠르고 기록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말이 뛰고 싶고 뛸 수 있을 때까지 내보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유명세를 타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 후의 행보를 오랫동안 고심했다. 이제는 경주마로서가 아닌 승용마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최영주 감독
6년간의 긴 여정을 함께 하며 후회 없이 관리해왔다. 생각만큼 능력이 안 나와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어떤 말 보다 성실하고 회복력이 빨라 한 달에 한 번꼴로 출전시킬 것을 두 달에 세 번 출전 시켜도 무리 없이 경주를 소화해냈다. 경주마는 자고로 경주로를 원 없이 뛸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승용마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게 잘 된 일이라고 본다.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고 새로운 곳에서도 성실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류태정 궁평목장 대표
마주협회 월간지를 보던 중 ‘차밍걸’에 관한 내용을 보고 마주님께 직접 연락을 드려 우리 승마장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차밍걸’의 모습이, 능력은 따라주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의지와 열정으로 묵묵히 길을 걸어왔던 내 모습과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경주마를 승용마로 키워낸 경험도 많고 큰 아들이 승마선수라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관리할 자신이 있었다. 앞으로 차밍걸은 승용마로서의 훈련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능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훈련이 제대로 완료되면 장애물 대회에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유미라 선수
100전 중 78전 가까이를 기승했다. 햇수로 따지면 거의 5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셈이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어서 마방에서 끌고 다니지 않아도 이름을 부르면 마치 강아지처럼 따라올 정도다. 혹자들이 최선을 다해 뛰었는지 어떻게 아냐고 묻고들 하는데 경주 후에 그 말이 내뱉는 숨소리의 차이로 구분한다. 기운이 다 빠져 몸이 축 처진채 한껏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오늘도 정말 열심히 뛰었구나 생각한다. 내가 독려하는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가 알아서 뛰어주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