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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고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한국판 ‘하루우라라’ 등극
96번 경주를 뛰는 동안 단 한번도 2위내 성적을 거두지 못한 소위 ‘똥말’로 불리는 ‘차밍걸’이 루저들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인기스타의 반열에 올라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일) 서울경마공원 제6경주에 ‘차밍걸’(8세, 암말)이 출전해 9위를 기록하면서, 한국경마 연패기록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유미라 기수가 기승한 ‘차밍걸’은 경주 중반까지 11두 중 꼴찌로 쳐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악착같이 하위권 마필들을 따라잡았다. 결국 고성이 기수의 ‘매일선두’를 7마신 차이로 따돌리며 9위를 차지했다.
‘차밍걸’이 한국경마사상 최다연패를 기록하자 유력일간지 등 언론이 일제히 ‘차밍걸’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베팅으로 인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1∼3위 입상을 기본으로 하는 경마에서 단 한번도 2위내 성적을 거두지 못한 ‘차밍걸’에 향한 언론의 관심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차밍걸’에게 쏠리는 관심은 생활에 지친 경마팬들이 하나 둘씩 꼴찌를 이어가면서도 포기를 모르는 ‘차밍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차밍걸’팬을 자처하는 경마팬이 늘어나면서 언론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성적부진으로 조기 은퇴를 생각해볼 만도 하지만, 주인인 변영남(71) 마주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데뷔 이후 월 2회 꼴로 경주에 참가했지만, 거의 매번 꼴찌를 면치 못했다.
딱 한 번 다리 부상으로 경주를 포기한 것을 빼놓고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었다.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노마주는 자신에게 ‘희망’을 봤다고 했다.
변영남 마주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96전 96패는 곧 무려 96경주를 완주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며 “뒷심이 부족해 우승은 못하지만, 마지막 결승 주로에서 한번은 치고 나간다. 온힘을 다해 늘 전력 질주한다.”며 잔병치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차밍걸이 100번째 경주에 출전해 개근상을 받을 때 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라고 밝혔다.
과거 일본경마에선 현역시절 113연패를 한 ‘하루우라라’라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일본인들에게 큰 위안을 선사했고, 은퇴 후에는 일본 최고의 씨수말과 교배해 2세를 생산한 사례가 있다.
수많은 경마팬은 물론 경마산업 각계에서도 한국판 ‘하루우라라’로 불리는 ‘차밍걸’이 1등만이 인정받고, 1등만이 기억되는 각박한 세상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소시민들이 더 많은 위안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