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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결과 맹신보다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해야
“저희는 전 직원에게 무조건 친절하라고 가르칩니다. 누구라도 보면 인사부터 제대로 하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요. 그저 와서 말만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직접 채비도 하고 당근도 주면서 말과 친해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입니다. 낙마 사고가 없도록 교관이 항상 붙어 있고 비싼 보험에도 가입했습니다.”
한국마사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가 시행하는 전국민 말타기 운동.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시행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상위 20위권에 랭크된 승마장 가운데 전남의 대불승마클럽(2011년 11위, 2012년 8위)과 전북의 익산승마장(2011년 20위, 2012년 18위)을 제외하고는 다 다르다. 2011년에는 87곳, 2012년에는 108곳의 승마장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두 번째 특이한 점은 ‘만족도’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2011년에 1위를 한 태산승마타운은 6.76점으로 2위 안중승마클럽과 0.01점 차이다. 21위를 한 창녕우포승마장과는 0.19점 차이. 87위를 한 DSK바이오텍영농조합법인(추풍령 말사랑 호스타운)의 만족도는 5.00으로 나타났다. 2012년은 1위 장수승마체험장(6.86점)과 21위 신흥승마클럽(6.53점)의 차이가 0.33점, 108위를 한 경기승마훈련원(5.20점)의 만족도는 조금 더 차별화된 정도다.
꼼꼼하게 뜯어보면, 2012년 장수승마체험장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강습자 모집단은 총 21명. 이 중 △매우 불만족 △불만족 △약간 불만족 △보통 △약간 만족에 응답한 경우는 없고 △만족에 3명(14.3%), △매우 만족에 18명(85.7%)이 응답해 ‘6.86’점이라는 점수가 나온 것. 흥미로운 건 108위를 한 경기승마훈련원에 대한 만족도 결과를 보면 만족 8명, 매우 만족에 13명 총 21명이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기승마훈련원의 모집단은 41명으로 매우 불만족(2명), 불만족(2명), 약간 불만족(4명), 보통(4명), 약간 만족(8명)의 결과가 포함돼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것.
조사를 시행한 (주)아이알씨는 “표본 크기를 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인은 모집단 크기가 아니라 허용 오차(7~10%) 수준임”이라며, 강습 참여자 규모별로 조사 표본 규모를 차등화해 표본 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표본 설계 및 추출 방법에 대해 이의는 없겠지만 전반적 만족도 조사 결과를 통해 각 승마장의 고유한 특징과 개성을 무시하고 ‘등수’를 매기는 작업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고 물을 수 있다. 각 세부 요소 만족도(기승 시간, 안전 장비, 임직원 친절도 등) 조사도 함께 병행했다지만, 이는 각 승마장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말타기 운동 전반에 관한 조사라는 한계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이알씨측은 “직접 설문 방법은 응답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있”기에 다중 회귀 분석을 이용한 세부 요소 중요도를 ‘추정’한 결과를 냈다고 했지만, 종합 만족도가 전반적 만족도와 요소 만족도를 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각 승마장의 특색을 살리는 데에는 무심한 조사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 번째 특이점이 나타난다. 즉 국내 유명 대형 승마장이 거의 하위권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 2012년 결과를 보면 로얄새들승마클럽(91위, 5.91점, 모집단 8명), 홀스메이트(90위, 5.92점, 모집단 26명), 스티븐승마클럽(89위, 5.93점, 모집단 27명), 궁평캠프(83위, 6.03점, 모집단 29명), 지산홀스랜드(79위, 6.08점, 모집단 26명), 아리울승마장(67위, 6.20점, 모집단 25명), 미리내승마클럽(59위, 6.26점, 모집단 31명) 등으로 시설 좋고 강습이 뛰어나며 친절 만족도가 월등한 이들 승마장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 유명 대형 승마장은 전국민 말타기 운동의 문제점들 때문에 회원을 아예 받지 않거나 학생 등 일부만 가려서 받는 경우가 있었다지만, 전부 하위권으로 기록된 결과를 보면 이번 조사 결과가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강습자의 ‘주관적’ 만족도라는 한계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올해 말 ‘2013년 만족도’ 조사까지 한 뒤 3년 치 결과를 토대로 승마장의 ‘옥석’을 가려 발표할 예정이어서 만족도 조사에 더 철저하게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말을 사랑하는 여부를 떠나 돈만 보고 승마장을 우후죽순 ‘개업’하는 문제, 무허가 승마장 난립 문제, 승마장 수익 문제 등에 대해서도 기존 승마장 측의 입장을 집중 조사해 ‘문서화’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