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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 과정 및 지도 매뉴얼 개발, 엄격한 논문 심사 등 필요
“말을 잘 타면 이론적 백그라운드는 없고, 이론이 뛰어나면 말을 탈 줄 모르는 게 대한민국 말산업 전문가들의 현주소입니다.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전문가는 국내에 10명이 채 안 된다고 봅니다. 그나마 진짜 전문가는 뒷전에 앉아 있고 비전문가가 나서서 진짜 행세를 하는 상황이 국내 말산업의 현재입니다.”
제주한라대 마산업학부(학부장 김병선)의 김갑수 교수는 국내 말산업 관련 대학 교육의 문제점으로 △전문가 부족 △엉성한 교과 과정 △교재 용어의 통일성 부족 및 잘못된 번역 △발표 논문의 수준 미달 등을 손꼽았다.
우선 국내 말산업 관련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진 등 전문가들의 ‘비전문적’ 배경이 문제가 됐다. 일부 대학에서 돈이 되는 마사과를 개설해 말(馬)과는 전혀 무관한 전공 출신의 교수에게 강의를 떠넘기는 식이라는 것. 비전공자가 이론을 강의하고, 학생들을 승마장에 내보내 실습 강의를 맡기는 상황이다. 주먹구구식 강의와 사업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상아탑에서 버젓이 이뤄지다보니 정작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교과 과정 개발, 전문 교재의 발간은 한없이 미뤄지고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학이 이러니 고등학교는 오죽하겠냐”며 한탄했다.
김갑수 교수는 마산업학부가 신설되기 1년 전에 부임, 교과 과정 준비 작업 등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또 한국말산업학회(회장 안중호 서울대 교수) 교육·학술 분과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말 관련 학과의 교과 과정 개발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말 관련 서적들이 번역되거나 말산업 자격시험 실시로 관련 교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학 교재로 쓰기에는 부족하다. 관련 용어들이 다 제 각각이고 설명도 다르다. 쓰는 언어는 통일되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말 해부 생리학에 관한 책을 번역해서 내달에 출간할 예정이며, 마산업학부 학생들과는 매주 원어 스터디를 진행해 전공 지식을 쌓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진과 전문가들의 교차 강의를 통해 각 전공에 대한 심도 있는 강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공직자, 대학 총장, 장관 후보자, 목사들이 논문 표절로 ‘낙마’하거나 사퇴하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말산업 관련 단체들의 학술대회 논문의 질과 발표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문 학술 단체로서 학술대회 일정을 미리 준비하고 주제에 맞는 논문도 공모해 철저하게 심사한 뒤 발표하는 기본이 필요하다는 것.
김갑수 교수는 “국내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선진국처럼 전문 인력 및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전국적 통일 지도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또 대학이나 단체를 통한 지도자 강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 수요 창출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진짜 전문가들이 나서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갑수 교수는...
김 교수는 고려대 축산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수의고시 패스 및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수의학 박사학위를 취득, 외과수의사로서 활동했다. 국내로 복귀한 뒤 김갑수말전문동물병원을 개원하고 대한승마협회 수의분과의원,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 수의분과위원장으로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진료 수의사를 했다.
현재는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의 마축자원학과장 및 (사)한국말산업학회 교육·학술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50여 편에 이르는 주요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