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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갈승마클럽 최태진 대표, “선순환 구조 만들어낼 것”
승마산업에는 오랜 ‘관행’이 있다. 승마를 배울 때 정해진 레슨비 외에 교관에게 ‘팁’을 주는 일이다. 또 하나는 말을 구매할 때 ‘바가지’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팁 문제는 복잡하다. 레슨을 잘 해 준 교관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밥이나 한 끼 사 먹으라”며 주는 돈은 표면상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오랜 관행은 승마장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승마장에 악영향을 줬다. ‘돈 맛’ 들인 일부 교관은 팁을 준 회원을 특히 신경 쓰기 마련이다. 팁을 못 받은 교관은 나름대로 불만이 있고, 팁을 줄 형편이 못 되는 회원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면 해당 승마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 승마장 원장이 팁을 받지 못하게 하면 교관은 돈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일부 회원의 팁이 다른 회원과 승마장 원장에게 도미노식 피해를 주는 셈.
바가지 문제는 단순해 보이나 아주 고질적이다. 엘리트 선수이든 생활 승마인이든 승마에 빠져 자기 말을 구입할 때 ‘아는 사람’을 통해 말을 구한다. 믿고 산다지만, 가격은 부풀려지기 마련. 정해진 가격이 없을뿐더러 선배든 교관이든 승마 강습을 배울 때도, 말을 구입할 때도 비싸게 가격을 치렀으니 그 관행을 따라 비싸게 가르치고 비싸게 판다.
이는 누구를 탓할 문제도 누가 악하다고 할 문제도 아니다. 승마계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활동해 온 신갈승마클럽 최태진 대표는 “현재 승마계는 한 솥단지 안에서 서로 울궈 먹는 상황”이라며, “누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고질적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승마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교관이 없어 원장 혼자 쩔쩔매며 강습을 하는 곳도 많다. K 승마클럽의 한 원장은 “최근 한 교관이 돈을 따라 다른 승마장으로 갔다”며 교관을 탓하기도 한다. 조직이 안정적이지 못하니 서비스 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라 회원도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교관들은 나름대로 불만이 있고, 일부 권위적인 원장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부안의 A 승마장 대표는 실적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승마장 원장들 스스로 순치도 하고 주사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교관들에게만 이를 맡기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경마축산고, 마사고 외에 국내 유수 대학의 마사 관련 학과를 졸업한 전문인력은 넘쳐나지만, 적재적소에 이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 부재, 돈으로 일부를 스카웃 해가는 관행 때문에 승마장 뿐 아니라 관련 목장과 말산업 관련 업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태진 대표는 이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해 왔다. 교관에게 개인적으로 팁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썼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말도 모르는’ 학생들을 직접 키우고 양성했다. 나쁜 관행을 보고 배우지 못하도록 극약처방을 내린 것. 최 대표는 “현재 교관들이 이곳 생활에 만족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승마장의 고질적 악순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여러 곳에서 선순환할 수 있는 제도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는 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승마 전문 언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