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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권 페이스 휘말린 것이 패배의 주된 원인인 듯
충격적인 패배였다.
22일 열린 <부산광역시장배>는 역대 최강이라고 일컫던 ‘터프윈’과 ‘스마티문학’의 우승쟁패로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과는 국산마 ‘당대불패’에게 우승을 내주면서 각각 4위와 2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말았다. 심지어 ‘스마티문학’은 한 수 아래라고 여겨지던 ‘주몽’과 마지막까지 힘겨운 승부를 펼쳐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도 연출했다.
대권 야망을 품고 부경원정을 감행한 이들이 왜 이토록 참패를 당하고 말았을까.
일부에서는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염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연일 섭씨 35도 내외의 기록적인 더위는 사람뿐만 아니라 경주마에게도 곤욕스럽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부경 원정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더한다면 상대적으로 홈그라운드의 부경 경주마에 비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경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마티문학’이나 ‘터프윈’이 보여왔던 위력적인 걸음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의 부진을 단순한 날씨로 돌리기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당대불패’를 관리하고 있는 유병복 조교사는 경주 후 인터뷰에서 “애초에 어떤 마필이 선행을 나서든 따라가는 작전을 세웠고, 그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당대불패’는 선두마 뒤를 이어 2위권을 유지한 후 4코너 진입을 앞두고 선두로 치고 나와 순식간에 2위권과 마신차를 벌린 격차를 그대로 결승선까지 지켜냈다. 이날 ‘당대불패’가 기록한 3코너까지의 랩타임은 1:19.3이었다. ‘당대불패’의 2000M 평균 3코너 랩타임(1:18.1)과 비교해 무려 1초 이상 늦은 타임이다. 결국 선행을 나서지 않았던 것이 평소보다 훨씬 페이스를 안배하기 용이했고, 한편으론 선행에 나섰던 ‘전성시대’가 마라톤으로 치자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다.
반면, 대부분 서울에서만 경주를 치렀던 ‘스마티문학’과 ‘터프윈’은 강한 선행마와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 점이 결국 선두마의 페이스에 휘말리며 주저앉고만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마가 경주마의 능력 외에도 경주 전개 등 수 백가지의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스포츠임을 여실히 방증했다.
이들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월 그랑프리에서의 재격돌은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티문학’과 ‘터프윈’이 진정 대한민국 최강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빠른 경주흐름을 제압할 수 있는 경험과 숙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대불패’에게 또는 제3의 마필에게 또다시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