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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5경주. 나른한 오후의 흐트러짐을 한 방에 조여주는 반가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자 경마팬들의 얼굴에 반색이 돌았다.
지난해 10월 ‘조용히’ 강남마사랑 사업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경준 아나운서가 화려하게 컴백한 것이다. 7개월 만이다.
85년부터 마이크를 잡아왔다는 김경준 아나운서로서는 첫 외도(?)였고 낯선 경험이기도 했다.
“좋은 자극이었습니다.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감했죠(웃음)”
너무 오랜 시간 한 곳에 고여있다는 생각에 지점 업무를 자원했고 그에게 강남지점 사업과장이란 자리가 주어졌다. 그의 바람처럼 “현장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18년 동안 막힌 유리 공간 속에서 혼자 떠들던 것과 달리 그 곳은 온통 열려있었다. 팬들에 둘러싸여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고민도 많았고 두려움도 컸다.
무표정 속에 얼어있던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팬들. “경주 뛸 시간인데 여기서 뭐하냐”고 걱정을 해주는가 하면 “신인 아나운서에게 자리를 뺏긴 거냐”며 위로도 해주었다고. 잔뜩 움츠린 자라처럼 껍질 속에서 경직됐던 표정과 마음이 봄 눈 녹듯 녹을 수밖에….
팬들은 그의 복귀를 먼저 알아챘고 반겼다. 얼마나 송구스러우랴.
“잊어주지 않으셔서, 반겨주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마치 기수인 양, 자신이 경주마라도 된 양 땀으로, 웃음으로 중계를 살려내는 그의 열정이 좋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김경준 아나운서! 마권이라도 샀나요?”
Q. 지난주 토요일 느닷없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 아예 복귀한 건가?
A. 꼭 7개월 만이다.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어서 지점 근무를 희망했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 자극도 됐다. 하지만 내 자린 여긴 것 같다.
Q. 지점 생활은 어땠나?
A. 자원한 일이었는데도 솔직히 두렵고 착잡했다. 그런데 팬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줘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쁘기도 했다. 마사회 지점은 고객과 맞닿아 있는 현장 접점이다. 내가 회사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 나름대로 마사회에 오래 근무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감했다. 팬들의 고민과 불만, 그리고 우리의 자화상을 뒤돌아본 계기였다.
Q. 환영 일색이다. 홈페이지 봤나?
A. 봤다. 잊지 않으신 것만 해도 황송한데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익숙한 목소리라 더 오바해서 기뻐해 주나 보다. 잘 해야겠다.
Q. 누군가는 ‘마권이라도 산 사람’처럼 정말 열심히 중계한다고 했다. 비결이 뭔가?
A. (웃음)정말 내가 그랬나? ‘서당 개 3년’이면 뭐라도 된다고 했다. 18년째인데 나도 뭐가 되긴 됐나보다. 이제부턴 매너리즘을 가장 경계할 것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구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이 팬들에겐 얼마나 소중한 것이 될지 상상하면서 일을 하면 그만큼 즐거워진다. 다시 중계를 하게 돼 기쁘다.
【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