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특히 많았던 경마일이었습니다. ‘다이와아라지’의 마주협회장배 준우승에선 거의 절정이었죠. 이래서 경마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신마도 아니고 1군마가 갑작스럽게 능력변화가 생긴 건 아닐텐데, 현장에서 상태는 어땠나요?

…◆솔직히 다이와아라지 상태까지 신경 쓰진 않았어요. 적정 핸디캡인 이상 누구도 우승후보가 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이와아라지까지 계산에 넣을 순 없었다는 거죠.
…◆언어카운티들리의 부진이 좀 그렇군요. 김택수 조교사는 계속 상태가 별로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레이스 전개에 그다지 무리가 따랐던 것 같지 않은데도 결승선 상에서 추입이 전혀 안됐잖아요. 컨디션이 좀 떨어지긴 했나 봐요.
…◆이날은 유독 매 경주마다 다이와아라지 같은 말이 많았어요. 지알, 자생 같은 말이 대표적이죠. 인기마에 부진마가 함께 입상하는 케이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을 상실할 정도였죠. 극도로 부진하다 갑작스럽게 입상하는 이런 케이스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이 되나요?
…◆자생은 가능했죠. 그동안 선행 일변도로 타다가 뒷심 부족을 보이곤했는데 이 말은 굳이 선행이 아니어도 되거든요, 이번 경주처럼. 근데 지알이나 킹돌, 다이와아라지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 같기만 하다면 경마가 진짜 어려울 것 같아요.
…◆인기마에 엉뚱한 말이 동반입상하거나 단승식 2배 미만의 압도적 인기마가 부러지거나 하는 것이 지난주 많았다는 얘긴데, 그 이유는 뭘까요?
…◆능력이 그렇게 안되는데 예상보다 낮은 배당을 형성한 말, 즉 불안한 인기마에 대한 맹신이 고배당을 자초했다고 봐야죠. 대표적 예가 다이아몬드퀸인데요, 그 말은 예전 로얄넛지라는 말을 연상하면 될 겁니다. 1400m 첫 출전하는 선행마, 그리고 경합이 뻔히 예상되는 레이스 흐름, 절대 믿어선 안되는 축이었는데 의외로 많이 팔렸죠.
이건 여담인데요, 예전에 위풍당당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능검 기록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냥 퇴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훈련 때 모습, 능검 때 모습, 그리고 실전에서의 모습이 다 다른게 바로 경주마고, 그래서 경마가 더 어려운 거죠.


비록 언어카운티들리의 우승은 놓쳤지만 그래도 김효섭 기수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지난달 월간 승수가 16승인데, 기록 아닌가요?

…◆박태종 기수와 타이에요. 그런데 당시 박태종 기수는 기승횟수가 60∼70회 정도였던데 반해 김효섭 기수는 50회가 채 안됐다는 점에서 승률이 훨씬 높죠. 그러고보니 김효섭 기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태종 기수가 최근 부진한 것 같습니다.
…◆좋은 말을 덜 탔기 때문 아닌가요?
…◆그건 아니죠. 복승식 최저 배당마에도 여러차례 기승했는데 지난주 11회 출전에 단 한 번도 2위 내 입상하지 못했다는 건 박태종의 카리스마가 사라졌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이신영 기수는 어떻게 된건가요? 마카오 초청경주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겁니까?
…◆감기였다는 군요. 다행히 정상 컨디션을 찾아 지난 화요일에 마카오로 출국했고 다음주 월요일에 귀국한답니다. 모쪼록 여성 기수로는 처음있는 일인 만큼 이신영 기수가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고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양희진 기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순위변경됐는데, 심판실의 결정에 모두 동의하십니까?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 같던데...

…◆저는 심판실의 결정에 반대에요. 명견만리가 선행에 나서는 과정에서 하이킹과 일정 거리를 두었고 그 후 페이스를 조절한 걸로 판단되는데, 이때 페이스를 늦추지 못하고 중간에 껴 낙마한 것은 우창구 기수의 과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도 제재를 내렸습니다. 직접 피해건 간접 피해건 뒷말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고,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피해마의 피해정돈데 하이킹의 경우 기수낙마까지 하면서 주행중지됐잖아요. 그러니 순위변경이 맞는 거죠.
…◆재결의 판단은 Case by Case여야죠. 피해를 주고받는 상황이 항상 똑같은 건 아닌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판단해야지 천편일률적으로 그때 제재를 내렸으니 이번에도 그래야한다는 식의 주장은 곤란해요. 다시 말해서 ‘이 정도 피해를 끼쳤을 땐 이 정도의 제재가 내려진다’는 식의 원칙은 필요하지만 똑같은 피해행위였다 하더라도 상황 해석에 따라 제재 강도 등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명견만리는 외곽에서 선행을 감고 나왔던 마필이에요. 자리를 온전히 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뒤에 있던 하이킹과 분명 거리를 뒀죠. 그 이후에 페이스를 조절한 건데 이것은 기수의 작전이기도 해요. 뒤에 따라오는 선행마들의 힘을 빼놓기 위해 이런 작전을 쓰는데 그때 뒤에 따라오던 기수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낙마했다고 해서 앞선 마필과 기수에게 제재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양희진 기수도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41조 마방 관계자도 엄밀히 말해선 순위변경 감이 아니라고 할 정돈데, 당사자야 오죽하겠습니까.


경마왕 선발대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재야의 고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기대가 드는데, 아닌가요?

…◆예로 제시된 문항들을 보니까 수준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경마의 원리와 경주에 대한 이해, 암기는 물론, 경마시행 세칙이나 혈통 등에 관해서도 상당한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될 전망입니다.
…◆제 주변에도 참가하겠다는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많은데요, 이들이 실제로 전문가 못지 않은 상당한 실력가라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출제에 관해서는 마사회에서 워낙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를 지는 진단하기 어려운데 마사회 내 전문가들 상당한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문제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전문가를 왜 대상에서 제외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추어와 프로를 분리해 시행했으면 좋았을텐데. 사실 전문가 혹은 예상가라 해도 경마상식에 관해서는 의외로 약한 사람들 많잖아요. 반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공부하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많구요. 전문가나 예상가들이 별도의 라이센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기회에 각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팬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