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구조조정 정치적 이슈로 비화
―영남 출신 간부 및 직원 반 개혁성향으로 분류 대거 강제 퇴직
―호남 출신 인사 대거 승진 기용
―오영우 회장 중심으로 이경배 부회장·황용배 감사·김태규 이사 등 민주당 출신 간부급 주도

지난 98년 단행된 한국마사회의 구조조정과 관련 소위 ‘살생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각 언론사에 배포된 ‘구조조정용 살생부’에 따르면 당시 단행된 한국마사회의 구조조정은 1급 간부를 비롯한 3급 이하 일반 사무직 및 기능직은 물론 마주, 조교사, 기수, 심지어 마필관리사들까지 정치적 성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현 정권에 반감을 가진 인사들은 반 개혁성향으로 분류,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자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마사회 비서실 명의로 작성된 일명 ‘살생부’는 정부가 주도한 공기업 및 산하단체 구조조정 방침이 한국마사회에 그대로 적용됐음을 암시하고 있다.
마사회는 그동안 구조조정의 기준이 ▲생계 유지 가능 정도, ▲불법 부정 경마와 관련된 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격증 미소지자, ▲장기 근속자 및 고령자,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 등이었다고 밝혔었다.
특히, 살생부에 기재된 정리해고 대상자 평가내역에는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 ‘특정지역 출신 인사차별 주동자, 지역편향주의자’, ‘반 개혁인물, 이회창 지지자’, ‘철저한 반 김대중, 편향주의자, 반 개혁인물’, ‘김대중 대통령을 비난’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98년 이뤄진 마사회의 구조조정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권고·강제 퇴직한 1·2급 고위간부 27명 중 영남권 출신이 11명이었던데 반해 호남 출신은 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정리해고 후 이뤄진 1·2급 승진 발령에는 호남 인사가 9명이었던데 반해 영남 인사는 단 2명이었다.
구조조정 당시 한국마사회 간부로 재직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마사회는 출신 지역과 정치 성향 외에 사내 특정 인맥 제거를 정리 대상 선정의 목적으로 삼았으며 정리 대상자가 희망퇴직하지 않을 경우 직권면직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절차상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열망하고 있는 종사자들은 자칫 이번 파문이 정치적 이용물로 전락하거나 경마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또한 당시 구조조정의 핵심 인물로 언론에 거론된 사람 중에는 특정 언론사 및 기자에게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번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