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경매 이후 무소식... 향후 일정조차 잡지 못해
-“이미 많이 들여와 여유 없다” vs “한 명이라도 살 사람 있으면 한다”
국산마 생산 발전을 위해 출발한 경매가 갈팡질팡 갈 지(之)자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경매는 지난 4월 최초로 호가경매 방식으로 전환돼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6월과 9월로 예정됐던 경매가 개별거래마의 과다 공급과 미국산 신마 도입의 집중으로 인한 마방부족을 이유로 지금껏 시행은커녕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자칫 전면 취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마사회와 마주협회, 생산자협회 등 경매를 주관하는 단체들은 20일(토) 경매에 관해 협의했다. 하지만 경매 시행의 대전제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서로의 입장차로 인해 다소의 진통이 예상된다.
마주협회는 경매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연내 시행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마방부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현행 상금체계에서 최근 미국산마를 대거 도입했고, 국내산 개별거래마를 상당수 구매하는 과정에서 마주들의 여력이 많이 소모됐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올해 3백40두(경매 포함)의 국산마 도입을 계획했던 협회는 현재 한 차례 경매실시에도 불구, 개별거래의 성행으로 이미 3백70여두를 도입한 상태다. 더욱이 12월 미국산마 도입이 한차례 더 남아 있어 경매 시행을 벅차하는 느낌이다.
경매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생산자협회의 경우, 당장 어렵다는 현실에는 수긍하면서도 연내에는 반드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마주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 명의 마주라도 살 사람이 있다면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마사회의 경우도 경매 시행에 동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마방부족 문제 등 예상되는 장애물들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 놓고 경매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당과 제주의 마사회 육성목장에서 1백6두, 일반 생산농가에서는 15두 내외의 마필들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8년 시행 이후, 99년을 제외하고 작년과 올해 연이은 파국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산마 경매. 경매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국산마의 전체적인 유통질서 자체가 무너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관계자들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