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협회노조 숨가쁜 임금투쟁, 그 끝은 경마중단인가?

결국 경마시행이 벼랑끝까지 몰렸다.
지난 13일(월)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던 조교사협회노조(이하 관리사노조)가 이번주부터는 출근시간을 오전 9시로 변경하며 그동안 시행돼 왔던 새벽훈련이 아침시간대로 옮겨졌고 이에따라 경주마들의 훈련시간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업무량 급증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기수들을 위해 기수협회는 22일부터 훈련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로 제한, 경주마의 훈련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조교사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관리사노조가 정상복귀한다해도 이젠 경마시행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관리사노조의 2000년도 임금투쟁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현재까지 마사회와 관리사노조간 의견대립이 팽팽해 경마 중단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마사회측 입장
타당성 고려해 요구 수용, 제도전환합의서 폐기하자
이번 조교사협회 노동조합(이하 관리사노조)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는 한 축인 마사회에서는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관리사노조와 의견차를 보였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경마중단까지도 우려되자 관리사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타당성을 고려해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마사회에서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완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사회로서는 관리사노조에 약속을 해줄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승인은 문화관광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류근창 경마협력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관리사노조의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요구사항에 대해 많은 부분을 수용하기로 한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은 서로간에 의견차가 남아 있어 협상을 진행중이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공기업으로서 정부와 협의중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사회는 이번 문제가 93년 제도전환이후 지속적으로 누적돼온 문제로 서로간의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이번 관리사노조파업을 기회삼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전환합의서를 폐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즉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들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앞으로도 계속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제도전환합의서를 없애고 싶어하는 것이 마사회의 입장이다.
한편 현재 파행에 가까운 경마시행에 대해 관리사 노조에서 경마시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주 경마시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라도 다른 방법을 동원, 경마시행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교사협회 노조
고용불안 해소없이 제도전환합의서 폐기 불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지 벌써 20여일이 넘었으나 관리사노조는 아직까지 업무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투쟁 수위를 조금씩 높여 나가고 있으며 이번주부터는 출근시간도 9시로 늦춤에 따라 경주마들은 새벽훈련을 오전훈련으로 대신해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관리사노조는 이번주 경마일에도 오전 9시에 출근, 출전마들의 채혈보조업무를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파행경마가 불가피 하다.
이는 총파업의 첫 단계로 간주되며 관리사노조의 투쟁수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입증한다.
관리사노조의 김동성 사무국장은 “(조교사)협회측과 수차례 교섭을 가졌으나 별반 진전된 것이 없다”며 투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한편, “비록 우리들의 사용자는 조교사협회지만 실제로는 마사회가 나서 진지한 자세로 이번 사태 해결의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관리사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2000년도 임금요구안을 살펴보면 인건비 25% 인상을 비롯해 복리후생비, 구조조정 완료 인센티브 3%, 야간경마시 초과근무수당, 월요일 당직자 휴일근무수당, 마사회 기능직과 동일한 직급보조비 지급등 총 6개항목에 달한다. 기타 요구 사항으로는 그동안 미정산돼왔던 체불임금 및 퇴직금을 비롯해 마사회에서 인상한 복리비 동등지급과 99년도에 지급했어야할 가계보조비성 상여금, 마사회직원들에게 지급한 매출액 3조달성 상여금 등도 포함됐다.
또한 이밖에도 관리사노조는 지난해 오영우 전회장이 약속했던 퇴직한 관리사들의 장외발매소 매점 운영권, 관리사 숙소 및 사내복지 시설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다.

기수·조교사협
이번 사태로 실질적인 피해 가장 커
관리사들의 부분파업으로 조교사와 기수들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주째 소속조 마필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수들은 체력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따른 안전사고 위험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수들의 누적된 피로도를 우려한 기수협회는 22일 총회를 열어 안전사고 및 경주시 체력저하 방지를 위해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만 경주마 훈련을 실시하기로 잠정결정했고 그동안 오후 2시부터 실시했던 놀이운동에도 참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노조의 부분파업에 이어 기수들도 업무시간을 단축할 것임이 알려지자 대다수 조교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교보와 조교승인이 마필 기승을 거부함으로써 벌써 일부 조교사들은 직접 경주마에 기승, 기수와 함께 금주 출전마의 훈련을 담당함으로써 총체적인 마필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기수들마저 훈련시간을 단축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
조교사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주 경마일에는 정상적인 출전주기를 맞은 경주마라도 훈련부족으로 출전이 불가능해져 경주에 필요한 출전두수를 60%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조교사와 기수들은 조속히 이번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지만 사용자로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조교사협회와 그에 소속된 관리사노조의 구조적인 문제가 선결돼야만 이와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수협회는 사정이 허락하는한 최선을 다해 경마가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정경마운동연합 성명서에 대한 문화관광부 답변
■3월 21일
국민의 레저스포츠인 경마시행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귀 연합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필관리사 노조의 쟁의에 대하여 우리부에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원인분석, 대책 방안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음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우리부로서는 경마시행 당사자인 한국마사회가 제반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며, 마필관리사 노조문제 해결방안에 대하여 마사회가 건의해올 경우 우리부에서도 성의를 다하여 검토할 계획임을 설명드립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경마발전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3월 22일
귀 연합의 경마시행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충고는 우리나라 경마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부는 한국마사회법에 의하여 한국마사회를 지도 감독하고 있으나, 경주의 편성 등 경마의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한국마사회에서 담당하여 처리할 사안입니다.
귀 연합의 지적과 같이 경주마 조교 불충분으로 인한 경주의 질이 저하되어 경마의 공정성을 저해할 경우에는 마사회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여 이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부에서는 경마가 국민의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 중에 있음을 말씀드리며, 앞으로도 경마발전을 위하여 더욱 많은 지도편달을 당부 드립니다.

경마팬의 입장
경마팬 중심의 생각이 필요한 때다
혼란을 거듭하며 전례없이 불안하게 시행되는 경마공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경마팬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노사문제로 인해 경마가 중단된 경우는 없었다는 예를 들어 어떻게 되던지 경마는 시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입장과 파행적인 경마를 시행할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경마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주가 열리지 않는다면 차라리 경마중단을 해야한다는 강경론을 펴는 경마팬도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경마시행을 볼모로 하는 것은 경마팬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제는 경마관계자들이 경마팬 중심에서 모든 생각을 해주길 강력히 바라고 있다.

조교사협노조로부터 위임받은 공공서비스노조연맹의 입장
경마중단 사태 막는다는 전제하에 관리사노조의 입장 충분히 반영 기대
지난 20일 조교사협회노조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실태조사와 노사간 의견을 듣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노조연맹은 극단적인 경마중단 사태는 막아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마사회 조교사협회와 관리사노조처럼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관계는 드물다. 조교사협회는 마사회로부터 상금만 지급받고 경마시행에 관계하고 있을 뿐 관리사노조의 정상적인 사용자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문제 해결의 열쇠는 마사회와 정부가 쥐고 있으며 마사회는 관리사노조와 약속했던 부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에 걸친 교섭에 참여했으나 관리사노조와 마사회간 입장차가 확연하다. 관리사노조의 요구사항인 2000년도 임금부분과 체납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의견차가 해소되고 있으나 문제는 93년도 작성된 제도전환합의각서의 파기 문제다. 마사회는 각서의 파기를 요구하기에 앞서 조교사협회가 정상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하며 이것은 다각적인 검토작업을 요한다.
또한 임금교섭 내용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야간경마 근로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은 유권해석에 따른 축산업 분류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관리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인정돼야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가 정부에 관리사의 직업분류 질의서를 올린 것으로 아는데 세밀한 업무 내용을 첨부했는지 여부는 관리사가 축산업으로 분류될 지 서비스업으로 분류될 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공정경마운동연합
경마시행 유보하라
지난 주말 (3월 18일, 19일), 저급의 경주조건에서 우승마 선정에 때아닌 난항을 거듭해야만 했던 많은 경마고객들은 허탈했다.
19일의 평균 복승식 배당률은 61.5배에 이르렀다. 올해 3월, 6일간 열린 경주의 평균 복승식 배당률 34.6배의 2배에 이르는 고액배당이 주류를 이루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 24개 경주 중에서 5개 경주가 편성 불성립되어 분할 경주가 되었다는 점이다. 경마에서 인기마가 반드시 입상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극단적인 요구조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 불충분으로 인한 일련의 사태들은 의혹의 소지와 함께 시행체에 대한 경마고객의 원성과 성토를 가져왔다.
경마파행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주째에 접어든 경주마 훈련불량과 신마들의 검사 취소는 이번주에도 이어져 당장 23일로 예정된 능력검사 또한 무기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리사 노조는 밝히고 있다.
경주마의 정상적인 훈련이 이루어질 때 까지 경마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 마사회 성성원 경마처장은 3월17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주마로 질 낮은 경주를 열 수는 없어 훈련량이 전과 같은 말만으로 경주를 편성할 계획”이라며 “경주 수를 축소해서라도 저급의 경주 편성은 막을 방침”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경주질의 향상은 고사하더라도 불충분한 훈련으로 허우적 거리는 경주마를 상대로 한 경마 시행은 중지되어야 한다.

작 성 자 : 이희경 jso0106@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