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시] (윤한로詩) 지스락 물
지스락 물
윤 한 로
장마 끝나고 뙤약볕 쏟아지누나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라고
피지 말란 법 있댜
돼지울 개구랑창 흰 도라지 분홍 도라지 한창이고
저녁 새때 웬 눔의 초학에 더우까지 잡숫더니
시나브로 까부라지던 성님
썩은새 추녀 끝
장근 보름 고인 지스락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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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겉
겉
윤 한 로
이제
깨지고 금 가고 망가진 것들
모양 잃은 것들 생김생김
그대로 만져보고 싶구나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구나
굵은 콧물 빨아마시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개 작은 꽃이파리 오므라뜨리던
어렸을 적 동무 육손이
새우젓 냄새 피운다
볼 거 하나 없고...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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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여름밤
여름밤
윤 한 로
칵,
염전 물에 풍덩 빠져 죽어버릴라
와리바시 깎으며
연안 부두에 고철 주우며
송림동 산동네
다들 막갔다
오늘은 또
구루마 집 작은 곤지가
핵교에 갔다
별 한 개
달았다
똥갯고랑에 짠물 밀고
팔번지 짧은 여름밤
하늘엔 별 다닥다닥 붙었다
시작 메모...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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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이슬이
이슬이
윤 한 로
좀
일찍일찍 일어날 것이지
해가
똥구멍에 뜰 때까진 자다가
또 지각이다
코를 훌쩍거리며
얼굴 뚫어져라 쳐다보는
맑은 두 눈
이슬아,
그래 잘 했다
시작 메모
꼭두새벽 버스에 대해 생각하다, 석수역 안개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독쟁이 고개 꿀...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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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아침 그믐달
아침 그믐달
윤 한 로
가시 끝
밤새도록 맺힌
이슬 한 방울
뾰족한 가시도 저렇게 우는구나
나이 먹고 추레하니
나 이제야 보이네
푸르스름한 아침
그믐달 눈 뜨네
시작 메모
아카시아 이파리 속 뾰족한 가시 끝에 맺힌 이슬을 본다. 밤새 내린 빗방울일지도 모른다. 늘 풀잎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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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까치 택배
까치 택배
윤 한 로
빨강 얼굴
빨강 코
웬 사내
헐럭하니 망사조끼엔
‘까치 택배’ 새겼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 온다는 게로군)
근사하다
오늘도 반지하 우리게
저벅저벅 걸어들어완
박스 하나 휙 뿌리고 간다
빨강 팔뚝
빨강 다리
대낮부터 삭힌 홍어 냄새 풍기며...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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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벤치
벤치
윤 한 로
아 아
문리대니 예대니 계집애들은
왜 그렇게 깔깔거리는지
스모르에 백구두에
꾀죄죄, 시 나부랭이 좀 써보겠다고
대학물 한번 먹겠다고
나 같은 놈팽이
연천에서 올라와
나무 벤치 위
외롭고도 마냥 쪽팔리더라
청자 한 대 꿀리곤
신문지 한 장 뒤집어썼지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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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새벽 미사 (윤한로詩)
새벽 미사
윤 한 로
두 손 겹쳐 성체를 받아
모신다
마냥 지지고 볶고
저들 위해
나 또한 옷이 되리니
굶을라
밥이 되리니
갑자기 뒤설렌다
그렇고 그런, 시시껄렁한 이놈한테서도
자칫 춤과 노래 흘러나올 것 같아
휘휘
보따리니 전대 돈이니 다 놓고
부르튼 손발 ...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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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이스라치
이스라치
윤 한 로
더두
덜도 아닌
꼭 어제만큼 떨어졌네
양재기에 한 홉큼
빨간 알갱이들
꼭두새벽 이슬 머금어
좀 시금털털하쟤
아버지 오입 가 돌아오지 않는
된 밤, 파랗게 걷히고
* 이스라치 : 산앵두나무 열매.
시작 메모
붉은 버찌 알알이 깔린 아스팔트...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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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시] (윤한로詩) 기말 고사
기말 고사
윤 한 로
우리 재수할라요
웬만한 애들 거의 엎드리고
수학 시험 시간
수학 시험 문제지에
모자도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권총도 그리고
시내 삐끼 다리도 그리고
조용조용히 어느 소녀 얼굴과
다시 그 얼굴 코 밑에
찍찍 숯검정 수염도 칠하고
속절없이 먼 산 바라다간... [취재 : 서석훈 기자 2013.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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