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예전에 번뇌성주님께서 경마팬들을 위해 올리셧던 것을 퍼왔습니다.

**************************************************(완결편)

두두두두두.........!

눈발을 뚫고 12 마리의 마필이 경주로를 질주하는 순간....
내 심장은 이미 멎었다.
멎어버린 내 심장만큼이나..
내 눈동자는 1번 마필을 뒤 쫒으면서 열병에 걸린 환자처럼 충혈되어 있었다.

눈발을 뚫고...
이 경주의 최고 인기마인 2번 마는 강력한 댕을 행사하면서 총알을 타기 시작했다.

아아...그리고...

우리들의 쏘스마 1번 역시 강력한 승부 말몰이로 2번마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수의 다부진 체직과 말몰이가 시작되고...
중간 부분에서는 이 경주의 최고 인기마인 6번 말이 큰 착 차 없이 여타의 마필을 제치고 뛰쳐나왔다.

사람들의 환성이 폭설을 뚫고 탄환처럼 허공을 갈가리 찢기 시작했다.

[벌써 붙었어!]
[2번 6번이야!]
[1번은 바람이야!]

사람들의 외침이 내 귀를 찢고 지날 때도...
내 눈은 오로지 1번마를 쫒고 있는 자석일 뿐이었다.
1번마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2번마를 붙들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래!)
(승부다!)
(2번 1번이다!)

나는 숨이 가파오르기 시작했고....
갑자기 눈물이라도 핑 돌 것 같은 흥분이...
내 영혼과 이성을 비워 버리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내 옆에 있던 형이 내 손을 꽉 조여 온다.

[좆..좆 밥....]
[승부여...2번 1번이여...]

말들이 3코너를 돌고 있었다.
2번이 여전히 강력한 선행으로 1착...
안으로 2번을 따라 붙으면서 2번을 놓치지 않고 있는 1번 마....
외곽의 6번마....
바로 그 뒤를 따라붙고 있는 두서너 마리의 마필들....

말들이 3코너를 돌아 직전 주로의 종반 탄력을 이끌어 내고 있는 순간...
내 심장을 꿰뚫으면서 한 줄기 탄환이 날아들었다.

---1번이 2번의 뒤를 너무 따라 붙고 있다.
2번은 안 쪽으로 기대는 악벽이 있는 마필!
자칫 진로가 막히면!

아아...
내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직선주로에서...
강력한 승부를 보이면서 2번 마를 넘어서려는 강력한 체찍질과 말몰이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2번 마가 갑자기 고질적인 악벽을 부리며 안쪽으로 사행을 시작한다.
1번을 제치면서 선두로 부상하려던 1번 마가 한 번 주춤한다.
같이하여....
2번을 제치며 선두로 부상하려던 1번 마가 1 마신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이런 씨팔....!)

내 눈이 6번을 찾아 바람을 일으켰다.
아아...다행인 것은....
끈질기게 따라 붙던 6번의 발걸음이 직선주로에서 무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뒤를 추격하고 있던 두서너 마리의 마필들에게 3착의 자리마저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피를 담은 절규가 눈발을 뚫는다.

---어 저 새끼!
채찍도 안대고 등짝에서 놀고만 있네!

---어어!
1번 2번이다!

분명히....
결승점 200미터 전방 까지 2번 1번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6번은 이미 무너져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외곽의 두 마필에게 이미 추월을 허용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손을 잡은 형의 손에서 땀이 묻어온다.

경주마들을 바라보고 있는 형의 두 눈에는...
절름거리며 달려 온 지난날의 비참한 마판 인생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는 환희가 깃발처럼 펄럭이기 시작했다.

또 다시...
우리들의 희망을 담은 1번마가 2번마를 제치고 우승을 하려는 강력한 시도를 한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2번 마가 또 한 번 사행을 한다.

(씨팔!)

움찔 놀란 1번의 00기수가 안 쪽을 파고드는 것을 포기하고 말고삐를 외곽으로 튼다.
이것으로 마필이 2,3마신의 손해를 본다.
그러나...
결승점 50미터를 남겨 놓고는 2번마를 거의 마신 차 없이 따라 붙는다.

안도의 회오리....

이제는 더 이상 2번 1번의 마번을 위협할 마필은 없다.
얼어붙었던 심장의 긴장이 반쯤은 녹아들고....
내 손을 조여 오는 형의 손을 나 역시 조여 주었다.

---그래! 형!
우리들은 성공한 거야!

---마음의 쏘스는 완벽했다구!

눈발이 날리는 경주로 위로 차갑게 웃고 있는 하얀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도 소중하고....
너무도 귀한....
그리하여...
무한의 애정을 솟아오르게 하면서 하얀의 얼굴이 내 가슴에 사무치도록 파고들었다.

그러나...그 순간.....

---뭐야!
날라 오고 있는 저 말!
어! 어어!

허공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내 심장과 영혼을 꿰뚫는 사람들의 비명!
그랬다.
반 마신 차이까지 따라 붙었던 1번마가 약간 힘이 부친 듯...
결승점을 바로 눈 앞에 두고 1마신 차로 밀려나던 바로 그 순간!

외곽으로부터 총알처럼 날아들고 있는 한 마리의 마필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마필은 절대가 없다는 불안한 심정에서 내가 받치기로 샀던 9번 말도 아니었다.
폭설 속에서 마필의 번호도 기수의 복장도 확인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2번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1번이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순간 그 마필이 1번을 머리차로 따돌리고 결승점을 통과해 버렸다는 것이다.

내 손을 식은땀이 나도록 쥐고 있던 형의 손이...
생명의 끈을 놓아 버린 사람처럼 투욱...내 손을 떠났다.

나 또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다만....눈물이....
이상한 울분을 동반한 눈물이.....
하얗게 표백이 되어 가는 내 영혼을 타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씨팔...)
(2번 말이 두 번이나 1번을 방해 했는데 왜 심의는 주지 않는 거야....)

(씨팔...)
(두 번의 진로만 막히지 않았어도 1번은 2번을 적어도 4마신 차로 이겼단 말이야!)

(씨팔...)

(2번 1번이 아니라....)
(1번 2번이였어....)

이미 영혼을 놓아버린 나는 하얀을 원망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하얀의 쏘스는 완벽했다.
완벽한 진검승부를 해 주었고....
다만 경주의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었다.
누가 보아도 이 경주가 매끄럽게 전개만 되었어도 1번 2번의 마번 조합이 분명했다.
사람들의 회오리 외침들이 같은 물리칠 수 없는 의혹의 깃발처럼 날렸다.

---씨팔 놈들!
마사회 놈들이 해쳐 먹었어!

---처음부터 전광판이 뚫렸어!
개새끼들!

---8번 똥말이 4배로 뚫려 있었어!
씹새끼들!

회오리 같은 절규를 뚫고 한 무리의 사람이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뛰어왔다.

---주영감!
2.8이야!

---주영감은 얼마나 샀어!
나는 열장 밖에 못 끊었당께!

---에이 좆같이!
나는 다섯 장이여!

용역을 맞아서하는 최씨가 나를 뒤흔든다.

---야! 번뇌!
너 얼마나 끊었냐!

---한 오십 장 끊었냐!
---오십 장이라고 해도 돈이 얼마냐!

진위를 확이하려고 나를 흔드는 잡놈들 틈에 섞인 내 두 눈에는 눈물이 넘치고 있었다.

그랬었나?
형이 1번의 쏘스를 완벽히 감추기 위해서 내 뱉었던 8번이 쏘아 버렸나?

그랬었나?
확실히 2번을 쫒아 날아 든 말이 8번이었나?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나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다만....
환호하는 잡놈들 속에 묻혀 있는 형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형은 미이라가 되어 있었다.
영혼이 떠나 버린 백치와도 같은 얼굴....
나는 그 얼굴에서 소름이 끼치는 죽음을 읽어 내고 있었다.

결승점을 떠나지 않고 있는 형의 눈동자가 하얀 표백을 일으키며...
피폐한 토지에서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듯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흥분으로 소리치는 잡놈들의 외침을 밀어 내고 있었다.
죽음 같은 절망으로....
마지막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추방 객과도 같은...
소름이끼치는 안개를 담은 눈물이....

---주영감!
이 한 방으로 끝내 버린 거여!

---잘했어!
잘했어 주영감!

잡놈들의 너스레를 밀어내고 있었다.

---어! 주영감!
우네...울고 있네...

---하기사!

아무도 영혼의 끈을 놓아버린 형의 눈물을 이해할 사람이 없었다.
이것은 분명 형이 입에 개 거품을 물고 형이 날린 쏘스였으며....
그 쏘스대로 결론은 난 상태였으니까...

이 순간----
형이 강하게 사람들을 밀쳤다.
음습한 안개기 맺혀 눈물이 되고....
그 눈물이 밭도랑처럼 갈라진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을 닦을 생각도 없이 형은 휘청거리며 발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너무도 위험해 보이는 형의 발걸음....
나는 그런 형을 뒤 따를 수도...
붙들고 위로할 수도 없었다.

하얀의 쏘스는 완벽했으며...
다만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그러나 나 역시 형과 다를 바 없었으므로....
자살을 생각하는 내 의식을 내버려 둔 채로 그저 안간힘을 다해 서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쏘스라는 이름의 첫 열차는 형과 나를 레일 위에 올려놓고는....
우리 두 사람을 산산조각 내면서 지나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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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잡놈 판에 형은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나 또한 너무도 큰 데미지를 입었으므로 잡놈 판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그 잡놈 판에서....
형과 나는 서서히 전설이 되고 있었다.

그 전설은 건너 건너서 내 귀까지 전달이 되었다.

---형과 나는 몇몇 조교사들과 호형호제하고 지내고 있으며.
---십 여명이 넘는 기수들하고 친분이 무지 두텁다.

---또 조교사들과 기수들하고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머잖아!
---또 한 방이 나온다!

---한 방이면 끝나니까!
---이 번엔 완벽히 한 건 하자!

그리고....
형이 잡놈 판에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형은 쏘스의 댓가로 오백이 넘는 돈을 거두어 갔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만일 쏘스비를 내놓치 않으면 다음엔 절대로 없다는 위협을 하면서...

쏘스에 목마른 잡놈들은 기꺼이 돈을 내 놓았던 모양이다.

혹시나 자살을 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던 형의 기상천외한 반전....

형은 그 한 번의 쏘스로 절대권력자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형 앞에서 감히 주영감이라고 비웃을 사람도 없게 되었다는 것이고....
언젠가 물어다 줄 고기를 위하여...
기꺼이 신하가 되었고 하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형은 그렇게 쏘스꾼으로 성공을 했다.

그런데 나는....

하얀에게 메달리고 있었다.
하얀의 쏘스는 너무도 완벽했으므로....
또 한 번의 쏘스를 얻어 내기 위해서 그녀에게 메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좀더 정확하게 말하자...
그녀를 향한 애정의 봇물이 터져서...
발정 난 숫캐처럼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고...

이유를 떠나서...
그로부터 몇 년을....
나는 그녀의 치마폭에서 놀았고....
그녀의 하인이 되었고 그녀의 신하가 되어 주었다.

너무도 비참하게 그녀의 애정을 구걸했고....
그녀의 젖무덤을 구걸했으며....
그녀의 뜨거운 여성을 구걸했다.

나의 처절한 번뇌는 그렇게 시작되었으며....
그녀가 쳐 놓은 덪...
그러니까 그녀의 뜨거운 여성 밑에서 내 번뇌는 신음했다.

그 폭풍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라는 이름의 계절이 다가 왔을 때....

나는 봄이라고 불려지기를 원하는 그녀 앞에서...
숨을 죽이는 흥분으로 쇼팽의 카페 한 구석에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거의 4개월 여만에...
그토록 나를 애타게 만들었던 쏘스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고...
나는 그녀...
아니 봄의 쏘스를 받아 내기 위해서..
평소와는 비할 바 없는 심정으로 황송하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카페 안에는 쇼팽의 야상곡이 흐르고 있는데....
내 긴장이 폭발할 지경으로 상승되어 있는데....
봄이 두 눈을 감은 채 쇼팽에 홀려 있는데....
느닷없이 이 긴장을 깨며 봄의 핸폰이 울었다.

테이블 위에 놓아 둔 핸폰을 향해 봄의 차가운 시선이 얹혔다.

[개새끼!]

그녀는 핸폰을 열었다.

---여어! 봄이여!
작업해 논 말 읍능가!

봄이 침묵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일어난다.

---한 건 안해주멍 알제!
팍! 터뜨려 버릴 껑께!

---줄줄이 수갑 차기 싫으멍 한껀만 주랑께!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껑께 말이여!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탁하고 쉰 목소리....
그랬다.
핸폰을 걸어 온 주인공은 형이었으며...
형은 이렇듯 쏘스를 얻어 내기 위해서 봄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핸폰을 통해 들려 오는 형의 음성에 대꾸를 거부하며 조용히 들어 주기만 하던 봄의 태도가 오늘만은 달랐다.

우선 그녀가 핸폰을 열기 전에 내뱉은 욕설이 그랬고....
격렬한 모멸을 담은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 늑대 같은 살의를 담는 것이 그랬다.

---내 말 잘 들어 영감!
그 동안 영감이 날린 쏘스!

---내가 다 알지!
다시는 건방을 떨지 않도록 만들어 주지!

---바로 지금!

동시에 핸폰을 통해 형의 비명이 울려왔다.

[누,누구야!]
[캐액!]

단말마의 비명....
핸폰을 통해 울려오는 말....

---봄...이 놈을 어떻게 할까...?

봄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담배 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나는 그녀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고....
그녀의 입에서 긴 담배 연기가 내 뿜어졌다.
그리고 흩어지는 연기처럼 무료한 음성....

---영감의 귀에 핸폰을 대어 줘.

핸폰을 통해 음습한 사내의 웃음이 걸린다.

[후후...]

길게 내 뿜은 하얀의 담배 연기가 나를 유린하듯 내 얼굴에 불어진다.

그리고...
마치 나로 하여금 똑똑히 들어 두라는 살의를 담은 음성이 내 얼굴에 흩어진 담배연기를 타고 비수의 섬뜩한 칼질을 해댄다.

---이게 바로 나야.
알겠어 영감!

봄이 무정하게 핸폰을 닫았다.
닫히는 핸폰 속에서 형의 비명이 터진다.

---으아....으아아아....
살려 줘.....살려 줘....

내 온 몸에 오한이 밀려들었다.
봄이 때론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무서운 여자인지는 깨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이 쇼팽의 야상곡을 차며 몸을 일으켰다.

네온이 가득한 거리는 봄바람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봄은 나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의 존재 따위는 발가락의 때만도 못하다는...
너무나도 무정히 내 모든 것을 짓밟으며 그녀는 네온 속으로 멀어졌다.

나는 상처 난 짐승처럼 헐떡거렸다.
이를 악물었고....
가슴에 맹서를 세겨 넣었다.

---좋아...좋아...
지금은 좋아...

---그러나 언젠가는...
너를 내 앞에 신음하게 만들어 주마.

---맹세코!
신에 맹세코!

그리고...
그 날 밤...
나의 맹서는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현실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번뇌성을 지을 수 있게 만들었고...
나를 살아 남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지옥 같은 마판에서 꿋꿋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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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서둘러 끝을 맺었습니다.
그녀와 나의 인생역전은 너무도 기가 막혔으므로....
한 번쯤은 더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