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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 문화, 확실한 고증 통해 소개해야 오래 사랑받을 수 있어
말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말산업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 TV 프로그램으로 오원 장승업의 그림 ‘군마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6월 8일 tvN 채널의 ‘어쩌다 어른’ 제작진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군마도가 강의 내용과 달리 장승업의 그림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조선 미술사에 대해 최진기 강사가 강의했다. 최진기 강사는 수능 사회영역을 비롯해 경제학, 인문학까지 다양한 강의에 발을 뻗치며 유명해진 스타 강사다.
5월 19일 방송된 ‘어쩌다 어른’ 34회에는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 미술을 만나다’ 편으로 최진기 강사가 조선 미술사를 다뤘다. 최진기 강사는 프로그램 중 군마도, 파초 등 오원 장승업의 작품들을 ‘조선 미술에서만 볼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작품’이라 소개했지만, 방송 화면에 나온 그림은 장승업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었다.
한국미술 전공자 황정수 씨는 6월 8일 프로그램의 오류를 최초로 지적했다. 황정수 씨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운영하는 스마트K 홈페이지에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라는 제목으로 “예로 든 말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 아니다. 서울 모 대학을 퇴직해 아직 생존해 있는 이 모 교수의 그림이다”라며, “제법 인기 있는 방송사에서 하는 강의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어안이 벙벙했다”고 글을 게재했다.
tvN 채널의 ‘어쩌다 어른’ 제작진은 해당 글이 화제가 된 직후 바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류를 인정했다. 제작진은 “강사 및 제작진 모두 사전 검증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여 잘못된 정보를 노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하다”라며,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양질의 방송을 만들어가겠다”고 사과했다.
이번 군마도 오류 사건에 네티즌들은 프로그램의 강의 진행을 맡은 최진기 강사와 ‘어쩌다 어른’ 제작진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진기 강사가 그 전까지의 다양한 콘텐츠의 강의로 인문학에 대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전공 분야가 아닌 조선 미술사 부문에 대해 강의한 것은 과욕이었으며, tvN이라는 파급력 있는 미디어 매체가 진위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황정수 씨 또한 같은 글에서 “이 같은 강좌를 할 땐 검증된 지식을 내세워야 하며, 특히 인문학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라며, “인문학 강의는 홈쇼핑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되기 전까지 ‘어쩌다 어른’의 강의 프로그램은 색다른 시도와 함께 대중이 알기 쉽게 조선 미술사를 다뤘다며 호평을 얻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단숨에 인기가 추락한 셈이다. 우리의 말 문화도 단순히 알리는 데 치중하지 않고 확실한 고증을 거쳐 소개해야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금 재확인해야 한다.
한편, 최진기 강사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최진기 강사는 11일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강의에 오류가 발견돼 많은 분들에게 죄송한 심정이며, 제 강의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반성하며 이 모든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모든 방송 하차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실수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사죄했다.
황수인 기자
▲5월 19일 방송된 tvN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34회에는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 미술을 만나다’ 편으로 최진기 강사가 조선 미술사를 다루며 오원 장승업의 군마도를 조선 미술에서만 볼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방송 이후에 장승업 작품이 아닌 그림을 소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tvN 캡쳐)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