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훈 JIBS 기획팀장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과학저널리즘대학원 프로그램 석사 학위 논문, <표준 제주마의 탄생 – 시대별 말 “표준화” 과정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송종훈 JIBS 기획팀장, <표준 제주마의 탄생> 논문 발표
카이스트 석사 논문… 시대별 말 표준화 과정 집중 다뤄

21세기는 품종과 육종의 전쟁 시대다. 품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의 개량, 혈통 정립 등을 통해 특정 축종을 산업화하지 않으면 발전하기 어렵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의 혈통과 체고 적정성 문제, DNA에 근거한 품종 식별 문제, 기초 등록마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본지도 2013년 제주도의 일부 목장을 취재하던 중 제주마의 표준화 과정을 진행한 축정당국에 대한 현장의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과연 ‘표준화된 우리나라 말이 있는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등록된 말 품종이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역사적 사실과 시대별 표준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의견 조사 및 앙케이트 조사를 통해 ‘한국형 말 품종 생산’의 당위를 밝히는 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논문 주인공은 송종훈 JIBS 기획팀장이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과학저널리즘대학원 프로그램 석사 학위 논문, <표준 제주마의 탄생 – 시대별 말 “표준화” 과정을 중심으로>은 오랜 연구와 실증을 통해 올해 발표됐다.

저자 송종훈 팀장은 언론인으로서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마의 숨겨진 진실’을 주제로 취재하며 말과 인연을 시작, 말산업을 연착륙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에 한계를 느끼며 말의 가치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제주 재래마 표준의 제정 확산과 개념화 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 고찰하며 객관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표준화’란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다. 먼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북아 최대의 말 수출국이었는데 그 근간에는 시대 상황에 맞게 품종 개량을 하며 중흥기를 보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조선말부터 마정(馬政)에 소홀하며 질보다 양을 중시, 품종 유지가 어려워졌고 지금까지 이 흐름이 이어져 말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오늘날 말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우리나라 현재 상황은 세계적으로 등록된 말 품종도 없고 천연기념물 제주마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며 현장과 축정당국과의 괴리는 깊어졌다. 저자는 “시대별 말 표준화 과정의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표준화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밝힌 뒤 논문에서 “표준 제주마 재정립 및 육성 전략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말산업 활성화 방안 과제 중 필수조건인 말 품종 확보와 종 다양성을 위한 육종 정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문헌고증학적 방법과 매체 기사의 분석을 통해 시대별로 진행된 말 표준화 작업을 분석한 뒤 논란이 된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미숙한 표준화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제주마의 천연기념물 지정 과정의) 문제는 외모 심사 표준화 지침이 시대적 트랜드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체고가 큰 전마(戰馬)와 어승마(御承馬)로도 활용됐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채 축산당국은 1950년도 과거 농수산부가 제정한 심사표준을 기준으로 천연기념물 제정에 나섰던 것이다. 당연히 시대 변천과 제주마의 이용 목적이 변화되고 품종이 다양화되는 이 시점에서 50년도 표준은 타당성을 잃으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제주마의 산업화 과정에 있어 제주마 기초등록마의 발생 과정, 경주마로의 자원 활용 문제와 연계된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제주마로) 기초등록된 174마리 중 일부는 혈통 제주마보다 체고가 크고 심지어 기초등록마 등록 이전 제주산마 1등급 1군 경주에서 뛰던 말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말들이 제주마 경주에 참가했다는 점인데 경마 결과는 당연히 경주마의 피가 흐르는 기초등록마이거나 기초등록마의 자마가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초등부 육상 경기에 고등학생이 참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초등록마를 소유한 5%의 일부 마주만이 경마상금을 독식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저자는 이러한 논의 이후 한국자치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제주경마 발전을 위한 경주마종 선택에 대한 의견조사’를 병용한 결과도 밝히고 있다. 조사 결과에서는 경마 고객과 관계자 모두 제주마와 경주마에 대해 ‘제주마 불신’, ‘제주산마(한라마) 위주의 경마’, ‘제주마의 경마용 부적합’, ‘경마는 박진감 우선’, ‘축산농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보였다고 통계를 낸 뒤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주마 혈통 기준 설정과 보존, 점진적인 제주마 경주 확대, 제주산마(한라마) 축산 농가 피해 최소화, 홍보를 통한 경마공원 활성화, 제주마 보호 육성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다른 품종과 유형의 말이 있음을 밝히고 말 품종의 표준화 과정을 소개하며 표준 제주마 육성 전략을 위해서 제주마는 혈통 보전을 위한 천연기념물로 남을 것과 제주마 특유의 형질을 유지한 채 승용 및 경마, 스포츠용 능력 개선을 위한 품종 개량 목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한라마다.

“21세기는 품종, 육종의 시대다. 이제는 편협한 축산 정책을 지양하고 종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동시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표준 제주마 재정립이 필요하며 제주마 자원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송종훈 JIBS 기획팀장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과학저널리즘대학원 프로그램 석사 학위 논문, <표준 제주마의 탄생 – 시대별 말 “표준화” 과정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