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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분한 대중들, 항의 전화 빗발…동물 복지 논의 필요
2월 23일 JTBC는 경주에서 말이 끄는 꽃마차와 관련한 단독 보도를 했다. 영업 이후 말을 관리한다며 말 주인이 채찍질을 하고, 막대기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짓밟는 영상을 내보낸 것. 영상은 한 시민이 동물사랑실천협회와 JTBC 측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이후 관련 원본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유튜브 사용자 J.G Park은 경주 인완동 한 공터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이 10분가량 채찍질과 구타, 발길질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마차에 몸이 매인 말은 마부가 채찍질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불안한 듯 뒷걸음질을 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말의 얼굴에까지 채찍질을 가한다. 얼마 후 서너 사람이 더 모여 말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말의 머리를 막대기로 때리고 발길질을 한다.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1만 건을 넘길 정도로 대중의 공분을 샀다. 댓글도 수백 개가 올라올 정도다. 이들은 ‘저건 사람이 할 짓 아닌거 같은데?’,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혐오스럽습니다. 경주에서 꽃마차 절대 안타야겠네요’, ‘처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때리면 안되니까 벌금을 많이 물게 했으면 합니다’, ‘같은 인간으로써 저 말에겐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네요’, ‘말한테 빌어먹고 사는 말 기생충들이 주인을 왜 때리냐’ 등등의 글을 올렸다.
학대 현장을 직접 찾아갔던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말이 아스팔트를 달리게 하는 것도 학대라고 주장하며 말들이 받는 고통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동물사랑실천협회 공동 대표인 전채은 씨는 <오마이뉴스>에 현장 상황을 찾았던 일을 기사화했다. 기사에서는 말을 학대한 김모 씨(57)가 혐의를 부인하다가 방송 이후 태도를 바꾼 점, 해당 말을 어디론가로 팔아 버려 더는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만든 점을 언급하고 있다. 전채은 씨는 “사람들 말대로 동물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 생업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생업을 유지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과 도리가 있지 않을까. 결국 그 남자는 동물을 학대했다”고 썼다.
사건이 커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경주시는 24일 폭행에 가담한 마부 김모 씨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부서와 협의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찰이 동부사적지 등을 우마차 운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관련 법규를 근거로 단속에 나설 수 있다”며,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북경찰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업체 대표 김 씨 등은 "말을 길들이기 위해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주경찰서는 이들 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며 “사건 경위를 조사해 조만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제3조는 동물을 사육·관리·보호하는 사람은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물을 학대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위 혐의로 실형을 받은 사례는 역대 단 2건 뿐이고 현행법상 징역 또는 벌금형이 내려지려면 학대받은 동물이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이 어렵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건수는 2002년 1명에서 2008년 50명, 2011년 113명으로 매년 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형이 내려진 사례는 징역 6월을 선고받은 두 건에 불과하다.
[2보. 2월 27일] “렛츠런한국마사회에서 치료 시작”
2월 26일 동물사랑실천협회는 경주 경찰서 협조를 통해 경북 영천의 한 농장에서 꽃마차를 끌던 말 가운데 하나인 ‘깜돌이’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2차 소유주에게 매입비를 지불해 양도받아 렛츠런한국마사회 말보건원으로 이송, 검역을 마친 뒤 혈액 채취와 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깜돌이와 함께 꽃마차를 끌던 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28~29살의 ‘삼돌이’ 역시 인계받아 이송 중이며, 남은 말 5마리도 인계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꽃마차를 끌던 이들은 다리도 안 좋고 마른 상태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본지 <말산업저널>이 렛츠런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을 직접 찾아 취재하니 현재 깜돌이로 알려진 말과 다른 말 총 2두가 입사해 있으며 1두는 양뒷다리절음을 보이고 있다. 1두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영양 상태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사람을 특히 경계해 거부하지 않았고, 말보건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고유번호가 없어 현재 당장은 나이와 출생지 등 파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점.
렛츠런한국마사회는 언론을 통해 꽃마차 말 학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사랑실천협회와 공동으로 대응, 학대당한 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치료와 휴양을 위해 위탁 관리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말산업계의 귀감을 샀다.
말보건원에서 수의 진료 담당을 맡고 있는 김아람 과장은 이들에 대한 수의학적 소견을 밝힌 뒤 “학대를 받은 말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정신적인 힐링”이라며, “초지와 같은 곳에서 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 학대를 이용한 영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현행법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경주시는 앞으로 우마차 운행을 금지하고 동물보호 명예감시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된 꽃마차 업체는 경주에서 마방으로 쓰던 컨테이너와 마차 등을 모두 철거하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유튜브 경주 꽃마차 말 학대 영상 캡쳐 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