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사회 김종필 팀장

“경마장 오는 길,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드릴게요!”

가을의 문턱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사회가 발굴한 올림픽 스타, 이원희·장성호 선수가 여성 경마팬과 일일 데이트를 하는 날… 마사회 홍보팀 김종필 팀장의 얼굴은 잔뜩 찌푸린 하늘같다.
“비 오는 것도 용서 못하겠는데, 웬 바람이람…” 연신 투덜투덜 혼잣말…
엉망인 그의 마음을 아부半, 칭찬半으로 달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국마사회 홍보팀 붙박이, 김종필 팀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인간적인”이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그러나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소주와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두고 “요즘 보기 드문 인간적 인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팀장의 생활철칙 중 하나가 ‘회식은 새벽 네시 반까지’래요. 덕분에 저희 팀원들은 죽어났었죠” 서비스팀 여걸, 이소라씨는 햇병아리 홍보맨 시절 김팀장 때문에 ‘죽어났던’ 회식자리를 떠올렸다. 또 인간적인 것을 중요시해 야박하게 “니 탓, 내 덕” 하기 전에 뒷수습 먼저 하던 그라고 덧붙였다.

아테네 영광 그 중심에서…!
유도스타 이원희가 아테네에서 한국에 첫 금 낭보를 전한 날, 마사회 홍보팀 관계자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해야 했다. 자신들이 발굴해 키워낸 바로 그 이원희였기에 그의 금소식은 더 의미가 컸을 터.
집에서 아이들과 경기를 지켜보던 김종필 팀장, 경기 종료 40초 전 비로소 한판승이 터져나오자 옆에 있던 쿠션을 넘어뜨리며 환호했다는데,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준결승에서 이탈리아 선수한테 절반을 먼저 내줬잖아요. 그땐 정말 끝인가 싶었죠”
지난 시드니 대회 때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유도. 이는 사실상 한국유도를 대표하는 한국마사회팀의 부진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이번엔 절치부심했고, 기대를 걸만하다며 경마팬이고 국민 앞에 벌써부터 자랑 해놓은 터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또 그들이 아무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경마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려요. 우리 선수들도 경마팬의 성원과 관심에 무척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없다면 자신들의 울타리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아테네 출정을 앞둔 얼마 전 “저희들 금메달 따오겠습니다!”했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시상대에서 “약속 지켰습니다!”하는 모습에 많은 경마팬들의 마음은 흐뭇했다.
올림픽 기간 내내 한국마사회의 스포츠마케팅은 새삼 그 진가를 드러냈다. TV에 광고 내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었던 마사회와 경마, 스포츠캐스터나 해설자들이 연신 “한국마사회 소속 ○○○” 해대는 통에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본 셈이다.


 
▶ 이원희, 장성호 사인회


역전의 명수, 이원희처럼…!
4강전에서 이탈리아 선수에게 먼저 절반을 내주고도 “한 판만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며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반전할 수 있다고 했던 이원희.
한국마사회도 지금은 반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사행산업이라는 외부의 지탄 속에서, 또 공기업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사실상 한계에 부닥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마 홍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의 애로사항이다. 왜 안 그럴까.
30억 들여 방송용 CF라도 찍으려니 방송위에서 ‘경마’라는 용어도 안 된다, 경주장면도 쓰지 말라 갖가지 참견부터 했다. 영화사에서 영화촬영 협찬 요구하기에 장소 제공을 했더니 기껏 범죄자 검거하는 장소로 쓰겠단다. 경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홍보 부족을 절실히 느낍니다. 경마 매출을 늘리겠다는 단편적 차원이 아니라, 경마가 갖는 긍정적 얼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느껴요”
그가 기획하는 홍보전략은 꽤나 거창했다.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PPL(소품 제공, 장소 협찬 등을 통한 간접 광고)도 해보고, 아테네 마케팅을 잇는 이원희·장성호 유도캠프를 열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고 싶다. 또 요즘 영화 기획에 뛰어든 국내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사이더스와 손 잡고 경마영화도 만들고픈 욕심이 있다.
“광고/보도의 단순한 PR 활동에서 벗어나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하고 싶어요. 광고, 보도에 이벤트를 가미하고 이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폭을 넓혀 경마와 마사회 홍보에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거죠”

사람 많은 지하철 안에서 경마예상지를 꺼내는 것을 망설였던 경마팬이라면, 또 젊은 여성이 예상지를 들여다보는 것에 지탄을 보냈던 국민이라면 “경마장 오는 길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김종필 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