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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지 국장은 진심으로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여자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이다. 일상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면서 그러한 욕구는 점차 커져갔다. 그런데 마침내 마돈걸이 호소하는 듯한 비음으로 본인의 가슴을 헤집어 놓기에 이른 것이다. 모텔의 베드에서, 벌거벗은 마돈걸의 뒤에 바짝 붙은 유세련이 쉬지 않고 젖가슴을 만지면서 새어나온 신음이라는 걸 알 리 없는 국장은 마돈걸이야 말로 내숭을 떨지 않는 진실한 여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때 성악을 전공할까 고민까지 해봤던 자신의 타고난 미성이 4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녹슬지 않고 무선을 통해 여심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과 함께 자신감마저 되살아나고 있었다. 비록 ‘가급적 대낮에 전화해주십사’ 하고 오늘밤의 전격적인 만남을 거절한 그녀였지만, 그 사실이 일회적인 만남보다 진실한 관계를 갖기 위한 고귀한 심성에서 비롯되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배삼지 국장은 비록 본인은 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참된 예술을 이해하기에, 고독하고 뛰어난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각오로 이날 이때까지 일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겪어본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은 본인의 순순한 의지와 순결한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예술가들은 기업가나 세무사나 정치가나 행정가들과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 돈과 권력과 상관없이 숨은 진실과 높은 이상과 아름다운 꿈을 추구하고 노래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국장이 보아온 예술가들은 그게 아니었다. 예술가 뿐인가? 체육인은 또 어떤가? 체육인들은 신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함께 부단한 연습에 의한 경기력 향상을 꾀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정신을 함양해야 하지 않는가? 허나 역시 국장이 보아온 체육인들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러한 깊은 회의와 자기 정체성 혼란에 따른 정신적인 위기 속에서 공감의 능력이 남다른 마돈걸의 등장이야 말로 한 줄기 구원의 빛이요, 샘솟는 맑은 샘물 한 바가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유세련은 아직도 통화 중인 마돈걸의 젖가슴을 좀 더 리드미컬하게 애무했다.
“국자앙님, 으음, 국자앙님 그럼 으응, 안녕... 아아” 마돈걸의 이러한 진실한 응답과 작별의 인사에 배삼지 국장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려 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