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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전화하면 여자는 받는다
감독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만나 소주를 한 잔 한 지 며칠이 지났다. 감독은 사실 당장이라도 그녀를, 그녀의 뇌쇄적인 몸매와 화려한 미모를 뵙고 달콤한 몸내를 맡고 싶었으나 만난 지 하루 만에 연락을 해 안달복달하는 건 전략상으로도 상수는 아닌 듯싶어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뭘 해도 밥을 먹을 때나 드러누워 있을 때나 걷거나 차를 마시거나 택시에 오르내릴 때도 (복권 탄 이후 대중교통은 삼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삼삼하게 떠올라 이것이 상사병인지 뭔지 아무튼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를 손에 넣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는데 과거에 영화작업을 같이 할 땐 아무리 감독이라지만 함부로 넘보기가 쉽지 않았다. 명성이 있거나 대중적인 인기가 있거나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예술적 아우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빈털터리 이다 보니 감독 스스로 몸을 사렸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돈 있는 놈과 덜컥 결혼을 했으나 아이만 내지르고 마침내 홀로가 된 것인데 이제 와서 그녀의 불행을 어쩜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보아하니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그녀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오후 세 시였다. 그녀를 만난 지 3일 하고도 15시간이 지나 있었다. 검독은 오후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늘의 포토에서 프로농구 치어리더와 카레이스와 란제리 모델과 프로야구 시구 모델들을 살펴본 바, 발랄하게 두 팔을 휘저으며 다리를 쩍 벌린 모습, 비키니 같은 복장으로 스포츠카에 비스듬히 기댄 모습, 란제리가 휘말려 올라가 허벅지와 엉덩이의 경계가 애매한 상태로 애독자들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 다리 하나가 70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하체근육이 터질듯 공을 뿌려대는 모습 등이 모두 개성이 있었다. 감독은 입가에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복권 탄 돈이 생긴 지 벌써 보름. 스마트폰도 최신형으로 바꿨는데 약정이고 뭐고 귀찮다며 현금 주고 사버린 것인데 화면이 영화 못지않게 선명하고 세상의 정보란 정보, 사진이란 사진, 글이란 글은 다 올라와 있어 습관적으로 보게 되어 있었다. 감독은 이제 수신인 장화자를 불러냈다.
"화자씨, 아 접니다." 마치 오랜 지인처럼 말을 꺼내자 "어머 감독님." 하고 매우 하이톤으로 장화자는 전화를 받았다. "아 저녁에 시간이 어떠신가 싶어서." "오늘요? 오늘 보자. 마침 비어 있네요." 마침은 무슨, 주구장창 비어 있는 거지. "아 잘됐네요, 식사나 하시죠."
"식사요? 어디서요?" "블루 로얄 호텔 어떠세요? 거기 중식당이 음식이 특색이 있던데."
"호텔요? 어머 비쌀 텐데요." "뭐 좀 비싸면 어떻습니까? 일단 로비에서 보시죠. 6시 반쯤" "네, 7시쯤 갈게요. 어디 좀 들려야 해서요." 아 미장원에 다녀오겠단 거겠지. 옷도 이것저것 꺼내 입어보고. 여자에게 그런 시간은 소중하리라. 감독은 오늘 밤 하나의 특별한 모험담이 전개되겠구나 싶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