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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기만 하면 그 부가가치가 상당하리라
10대의 동영상 제작자 즉 감독은, 복권 탄 돈이 주머니에 한 뭉텅이 들어 있고 또 통장에 십억여원이 보관되어 있는 상태에서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만나 다음에 다시 한번 만날 것을 기약한 다음 모범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돈이 있다와 돈이 없다, 돈이 조금 있다 와 돈이 꽤 있다, 돈이 꽤 있다와 돈이 아주 많다, 이 차이는 각각 크며 거기에 따라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감독은 자신이 `돈이 아주 많다`에 속함을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돈이 아주 많다`는 본인의 기준으로 10억 정도로는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도 되지 않는바 일반적인 기준으로도 크게 만족스런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동자산과 현금의 무게는 다른 것이다.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점심값을 아끼고 교통비를 아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월세로 살면서도 쓰는 것 하나만은 풍족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성향 차이일 수도 있고,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현금 유동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수십억 아파트에 대출이 70퍼센트이고 이자 내느라 수입의 상당액이 나가고 있다면 생활은 윤택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전월세 사는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땐 그냥 아파트 팔아서 빚 갚고 나머지로 소박하게 맘 편히 살지 그러냐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자녀교육, 사회적 위치 등 여러가지를 감안하여 쉽게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데 그러다 60이 넘어서야 정리하고 수도권의 저렴하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 십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영화감독은 집이야 월세고 동거는 해 봐도 결혼은 못해 본 총각이자, 소소한 빚이 있지만 어떤 건 안 갚아도 그만인 계약문제에 얽힌 것들이고 해서 10억의 돈은 충격적인 무게를 지니는 것이었다. 이 돈으로 우선 좀 즐기자는 게 감독의 생각인데 감독으로서 평소에 추구하던 예술영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은 때문에 희미해져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돈이 없다고 여기저기서 얼마나 괄시를 받았던가. 모욕감 비슷한 걸 받았던가. 우선 사람처럼 좀 살아보자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감독은 모범택시의 뒷좌석에 앉아 서울의 심야풍경을 새로운 느낌으로 바라보며 장화자의 그 뇌쇄적인 몸매가 오버랩되는 것을 흐뭇하게 또 안타깝게 떠올리며 어쩌면 여배우로서의 그녀의 재능을 활짝 만개시켜 볼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까지 하는 것이었다. 사실 감독과 여배우 이 둘이 맺어지는 경우란 희귀하지 않으며 주위의 시선도 긍정 일변도이지 않나 싶었다. 그녀에게 일정액을 투자해서 그녀를 황금보따리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녀가 뜨기만 하면 그 부가가치는 상당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감독은 이 멋진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지며 빠른 시일 내에 그녀를 재차 만나 큰 사업을 해야겠다고 작정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