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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가 어때서?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는, 여배우라는 스펙에 한 미모와 몸매 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지금보다는 훨씬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내들이 자기 같은 여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마저 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이혼녀에 자식이 하나 딸려 있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무슨 큰 흠이 되겠는가. . 국가적으로 봐도 여성이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다면, 그 애비가 어디에 있건 일단 애국녀 아닌가. 국가가 선진국으로 들어섰네 하지만 인구 및 성장 정체로 자칫 앞으로 중진국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국에, 삼십대에 아이를 하나 낳아 기르고 있다는 건 일단 국가의 미래와 자신의 운명을 함께 한다는 것 아닌가. 또 좋은 남자 있으면 그 남자의 아이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결심까지 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여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것 아닌가 싶었다.
물론 오늘 데이트를 한 영화감독 김이 남편감으로 어울린다는 건 아니었다. 어디서 무슨 유산을 물려받기라도 했는지 뒷돈이 만만치 않게 있어 보여 그게 급호감을 줬고, 인간이 성격이 우유부단해 컨트롤하기도 쉬울 거라는 건 좋은 조짐이었다. 그러나 결혼은 글쎄요? 였다. 아무래도 재혼을 한다면 중진기업의 오너나 오너 자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었다. 연애기획사나 무슨 브로커 같은 애들은 잘못 만나면 생활비는커녕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게 빚 따위나 생각하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편하게 쇼핑하고 문화생활 즐기고 외식하고 해외여행 다니고 자식 과외나 시키며 살고 싶은 게 소망이었다. 그런 와중에 좋은 배역이 하나 들어와 스타로 뜨는 게 그녀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양식이었다. 그런 소망을 이루어줄 남자를 만나기 전에 일단 이 어리비리한 영화감독 김과 교류를 가지는 게 나쁠 건 없었다.
감독 김이 이미 반은 자신에게 혼이 나가 있는 건 맞지만 갖고 있는 돈을 다 퍼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 뭔가가 필요하다는 걸 장화자는 느끼고 있었다. 장화자는 스마트폰을 작동하며 몸을 앞으로 좀 숙였다. 이런 동작에서 가슴이 이상적인 형태로 드러난다는 건 여러 차례 거울을 통해 확인한 바였다. 그 구형과 탄력 면에 있어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을 따라오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전 남편도 이 가슴에 한해서만은 어떤 악담도 늘어놓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그는 그녀의 가슴 사이에서 울기까지 한 놈이었다. 그런 놈이 비쩍 마른 가슴을 가진 년과 바람을 피웠다는 건 정말 미스터리였다. 아무튼 무심코 내민 가슴에 감독의 시선이 깊숙이 꽂히고 있었다. 이 가슴 하나로 감독을 사로잡겠다는 건 아니었다. 가슴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