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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논 오랜만에 논현동 커피숍에서 젊은 사내와 대화라는 걸 나누고 있었다. 건축 시행 일 및 각종 사업에 간여하고 있다는 놈은 매우 바쁘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인상을 풍기며, 짜증나게스리 간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문자나 카톡을 날려댔다. 그러나 대놓고 하는 전화통화는 자제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너를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경마도 여가 선용으로 하고 있다며 돈을 좀 잃어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했다. 장화자는 놈이 경마 할 돈이 있다면 나에게도 쓸 돈이 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나 질러대는지는 모르겠지만 명품 가방 하나 사 줄 돈은 있겠다 싶었다. 오늘 저녁을 함께 하고 몸과 마음이 동하면 밤을 함께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무엇보다, 뒷돈이 상당히 있어 보이는 김 감독을 배경으로 두고 이러한 젊은 사내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흡족했다. 기댈 언덕이 있다는 건 사람을 꽤나 여유롭게 만드는 일이어서, 여자가 여유를 보이면 사내는 더 달라붙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보험이나 하나 팔아볼까 하거나 또는 무슨 도움을 달라고 압박하는 여자를 좋아할 사내란 별로 없었다. 사내도 마음이 동해야 저절로 지갑이 열리는 것인데, 이렇게 여자가 여유를 보이고 너 아니라도 나 좋아할 사내는 많다는 인상을 풍기면 사내는 더 애가 타고 선물공세를 퍼붓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경마장은 혼자 가?” 장화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주로.” 주로 라고 말하는 걸 보니 때론 여자와 동행한다는 소리로 들렸다. 진정한 꾼이라면 혼자 경마장에 가지, 질주하는 말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돈을 건 말이 뒤쳐져 들어올 때 아쉬움의 탄식을 내지르는 여자 옆에 절대로 있으려 하지 않는 법이었다. 하긴 어떤 년인지 놈과 함께 다니는 것에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오늘 만나고 나면 다음은 육체의 갈증이 일어나가나 심심할 때 한번 씩 불러내 회포나 풀면 그만이었다. 놈도 장화자가 그런 여자라는 걸 알고 있고 행여나 이 여자가 영화 쪽으로 뜨면 내가 누구와 뭐 한 사이라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떠벌릴 수 있어서 좋을 것이었다. 그런 목적으로 놈은 장화자가 스타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가 행복하거나 진정한 배우의 길을 간다거나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오직 오늘 밤 어떻게 해 볼 여자가 사내의 가슴에 하나의 훈장으로 남을 것을 바랄 뿐인 것이다.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경마장에.”
“그래? 날 잡아 한 번 가지 뭐” 만날 경마장에 가는 놈이 뭔 날을 따로 잡나. 장화자는 코웃음을 쳤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