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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뒷돈이 좀 있어 보이는 김 감독과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도 풀 겸 해서 젊은 사내놈과 시간을 좀 보내기로 하고 논현동 커피숍에서 강호영이라는 자와 앉아 있는 중이었다. 시시한 조연배우를 하다 어느 년을 만나 사업자금을 삥쳤는지 재건축 시행 일 등 갖가지 사업에 발을 뻗치고 있음을 과시하던 놈은 저녁이나 하지고 했고 뭘 먹고 싶냐고 했고 이에 장화자는 참치나 문어로 하겠다고 정확하게 대답한 터였다.
문어는 퓨전 일식집에서도 나오지만 제대로 된 것을 먹으려면 현지에서 공수를 해 와야 하는데 포항이나 통영에서 맛보라고 보내온 것이 논현동에 있을까 싶었다. 해서 문어는 숙제로 남겨두고 간판이 도쿄 냄새가 나는 일식집을 찾아들어가 최고가 바로 밑의 무슨 특이라고 적힌 참치를 주문하였다.
“경마장 내일 갈 거야?”
토 일요일은 경마장에서 사는 작자이니 내일 토요일은 경마장에 가 있어야 마땅했다.
“봐서.”
사업이 바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놈이 말했다. 이 자가 내일 경마장에 가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경마장에 한 번 데려가 달라고 한 장화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그가 만약 오늘밤 그녀와 일을 낸다면 내일은 혼자 경마장에 갈 것이고, 오늘 미련을 갖고 돌아간다면 경마장 핑계를 대고 내일 즉시 나오라고 할 것이었다. 사실 장화자는 경마장에 갈 생각이 그리 간절하지는 않았다. 돈을 딴다는 보장도 없었다. 다만 말이 뛰는 걸 보며 그 역동성을 보며 삶의 활력을 좀 얻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여러 방면에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가령 추레한 김 감독에게 어떤 에너지를 부여하면 그는 통장에 든 돈을 그녀에게 이전시키려는 생각이 강해질 것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생각으로 젊은 강호영과 경마장에 가 볼 마음은 있었으나 이왕 몸을 좀 풀기로 작정하고 나온 이상 오늘 당장 이 자와 밤을 새워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물론 그 결심은 아직까지는 사내가 몰라야 했다.
참치가 입 속에서 녹아들었지만 장화자는 음식이 매우 까칠하다는 표정으로 그래도 먹어주긴한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술을 소주가 아니라 사케를 시킨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여성의 보드라운 혀에 맑은 청주 한잔이 감길 때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는 것을 이 조연배우 출신 사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놈도 돈을 벌긴 좀 번 것 같았다. 아니면 여자 유혹할 비용만 겨우 확보해서 다니는 건지도 몰랐다. 아무튼 여자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남자를 매우 좋게 보는 법이다. 장화자는 뼈가 녹는다고 누군가 칭찬한 바 있는 그 미소를 사내를 향해 은근히 날렷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