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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한 대로 답은 경마장이다. 그녀가 디자인한 옷과 모자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외국의 경마장은 그만큼 패션의 경연장이 되어 왔다. 과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우리는 지난주에 술회한 바 있다. 해서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마돈걸의 멋진 패션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그깟 복장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사람은 내면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외면에 치중하는 우리의 경박함을 질타하시는 분도 물론 계신다. 이런 분 중에는 외면이 허름할수록 내면은 아름답다는 편견 내지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분이 많다. 물론 예술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은 복장이나 사회의 규범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대로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장소에 맞춰 격식을 갖춰야 할 때는 갖추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고 행동하기도 자유롭다는 걸 알고 있다. 야유회나 산행에 양복이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면 본인에게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나 그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경마장의 경우 특별히 뭘 입고 와야 한다는 규정이 없을 뿐더러 기준이라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다. 다만 ‘나는 경마장 가는 날은 좀 잘 차려입고 가겠다’ 이런 식의 작정 같은 게 필요할지 모르겠다. 허세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신사는 원래 일희일비하지 않으니, 한 레인 놓쳤다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실망할 것도 없거니와 운좋게 맞췄다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것도 없다. 왜? 그는 잘 차려입은 신사니까. 감정을 통제하고 나름대로 일관성을 유지해나가야 하니까. 그럼 승률도 다소 높아지지 않을까?
당나귀 신사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풍만한 몸매를 멋진 옷으로 감싸고 있는 마돈걸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인생이란 이렇게 한 잔 마시고 좋은 풍광을 바라보듯 숙녀를 느긋이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숙녀를 생선회에 비교해서 곤욕을 치룬 연예인이 누구더라? 쯧쯧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면 좀 좋아? 생선회 아니라 외산 암퇘지라고 생각한들 누가 뭐래? 엎어놓든 세워놓든 말이다. 마돈걸은, 백팔만 당신이야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내 알 바 아니고 어떻게 해서 주식으로 단돈 몇 푼을 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돈걸은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 새 옷을 장만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당연히 토요 경마와 일요 경마에 입고 가는 옷이 달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