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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작전이 걸린 칠성 테크 주식으로 벌어들인 쥐꼬리 수익에 감격한 데다 다른 생각도 좀 있어 마돈걸을 정갈한 일식집으로 모셨다. 시간은 오후 네 시 경으로, 이러한 시간에 중년남녀가 호젓이 입장하여 자연산 회 한 접시를 시켜 먹는 건 일식집 사장이 보기엔 매우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일식집 사장은 수완 좋은 아주머니를 붙여 그들이 참이슬 대신 몸뚱어리를 은은하게 덥힐 수 있는 사케를 마시게끔 유도하였다.
“오빠, 어디서 정보를 들은 거야?” 마돈걸은 사케가 석 잔도 돌기 전에 칠성테크가 왜 올랐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듯 물었다. “정보는 무슨? 감이지. 며칠 전부터 움직임이 좋았어.” 은혜를 입은 자들이 정보를 흘리고 다니면 탈법자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작전에 차질을 주는 것은 물론 작전 총사령관의 권위를 깎는 얌체 짓이 될 터였다. 그동안 마돈걸이 들고 온 정보라야 정말 쓰잘데 없는 것으로 주식이면 주식, 말이면 말, 돈 털어먹기 딱 알맞은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고급정보를 함부로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아, 난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을까? 돈 벌이는커녕 사는 재미도 없고.” 여자의 이런 말을 당장 돈을 벌게 해 달라, 사는 재미를 달라 꼭 이렇게까지는 해석할 건 없다. 황금가루 마사지 받은 듯한 얼굴로 보나 풍만한 몸매로 보나 패션으로 보나 가엾기는 커녕 어느 놈이 이 여자에게 돈을 양동이로 퍼붓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돈걸은 심심한 건 잠시도 못 참는 성격이라는 걸 우리가 감안해야 한다. “진짜 좋은 정보가 들어오면 가르쳐줄게.” 희망을 주는 게 중요했다. 여자는 거울과 희망 없이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진짜?” 이제야 활짝 웃는 마돈걸을 보며 사케 따라 피어나는 한 송이 백합과 같다고 당나귀 신사는 감탄한다.
당나귀 신사 백팔만은 마돈걸을 작년 초가을 과천경마장 관중석에서 만났다. 어제 이후 무려 17번의 연속 실패 끝에 복승식 3.8배당을 터뜨리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있을 때, “아저씨, 대박인가 봐. 부럽다.” 하고 꾀꼬리 목소리에 향수냄새가 나기에 돌아보니 마돈걸이 옆에서 슬픔 반 부러움 반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때 백팔만이 깜짝 놀란 것은 몸매도 몸매지만 그 풍만한 몸매를 감싸고 있는 고급스러운 옷이었다. 정말 군돈일학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패션이었다. 숱한 여성 경마인들을 봐왔지만 그녀처럼 옷을 멋지게 빼입고 경마장을 빛내는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마돈걸은 왜 이렇게 뛰어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알고 보니 그 모습은 남자를 유혹하려는 것보다는 패션철학과 경마에 대한 존중심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녀를 좀 더 탐구해보자.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