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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것도 동부에서 건너온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은 매너에 길들여져 온 서양 여자들에 비해 야생녀나 다를 것 없는 대한민국 송파구 마돈걸을 세련된 매너로써 감각의 세계로 인도하여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마돈걸이 누군가? 미국 동부 아니라 유엔 기구에서 파견된 남자라 하더라도 그녀의 상대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육체적인 마력과 현란한 대화술, 심장을 태울 듯한 뜨거운 눈빛을 가진 여자였다. 유세련의 온갖 속삭임과 허벅지를 맞대는 소소한 신호 따위에 특별한 감흥을 받은 것 같지도 않은 마돈걸은 오로지 존재감 자체로 존재하는 육체 자체로 그의 숨통을 막아가고 있었다. 유세련은 숱한 여자를 겪어봤지만 오늘밤의 마돈걸을 능가할만한 존재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편 우리의 주인공인 당나귀신사 백팔만은 여자 운은 없는 편이었다. 본인은 운이라고 알고 하지만 우리는 그 운이 학력, 재산, 몸매, 대화술, 유머, 자동차 등 온갖 것들의 집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여자 운이 없는 남자는 없다. 다른 목록들이 없을 따름이다.’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의 진정한 운은 사랑에 눈이 먼, 사내의 순수한 마음 하나만 보고 따라 나서는 여자를 만나는 건데, 옛날엔 그런 여자들이 대다수였는데도 우리의 아버님들은 또 다른 여자를 맞아들이기에 바빴다니! 요즘은 눈 씻고 보려고 해도 없는 한 떨기 백합과 같은 순수한 여자, 백팔만의 아버지는 그런 여자를 부엌대기로 만들어 평생을 종 부리듯 했던 것이다. 그 아버지에 반해 백팔만에겐 백합 아니라 이름 없는 한 떨기 꽃도 잘 걸려들지 않았다. ‘돈을 벌어 좋은 여자를 만나리라!’ 다소 어리석어 보이는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주식과 경마에 투자를 해왔으나 대박은 멀리 있고 오늘밤 탁주잔만 가까이 있었다. 백팔만이 술잔에 입술을 갖다 대는 그 순간 유세련은 그 도둑놈의 입술을 마돈걸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