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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단한 마돈걸과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입술을 맞대고 9층까지 올라갔다는 건 사실이었다. 키스는 매우 낭만적인 행위로 여자에겐 순수와 매혹, 깊은 공감을 의미하는 바가 있다. 그런데 유세련에게 키스는 그런 정서적인 의미보다는 그냥 빨아먹는 행위에 가까웠다. 새 사탕을 빠는 것, 사탕 맛은 여자마다 다른데 떨떠름하기도 하고 맹물 같기도 하고 심하면 침 맛만 나는 여자도 있었다. 키스하면서 여자가 접촉해오는 신체 부위도 느낌이 다 달랐다. 뭉클한 게 기본인데 뼈다귀를 부딪쳐오거나 핀으로 찌르거나 허벅지 대신 핸드폰을 비벼 대기도 했다. 유세련은 최근엔 키스에 대해선 박사가 다 되었는데 ‘키스방’이라는 델 드나들면서부터였다. 유세련은 몇 푼의 돈만 있어도 자기 한 몸 먹고 노는 데 쓰지 않고, 가급적 몸매가 좋은 가난한 여자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했다. 경마장 말에 걸면 자주 꽝이지만 키스방 여자에게 걸면 뭐라도 돌아오는 게 있었다. 그만 하라고 밀치는 여자를 강제로 덮치다 뺨을 맞는다든가 식으로.
마돈걸의 입은, 씹거나 말을 하거나 침을 뱉는 등 정해진 몇 가지 작업 외에 어떻게 그 기능이 무한히 확장되어 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세련은 마돈걸의 입이 그 핑크빛 입술을 열어 내부를 공개하며 동시에 기능할 때, 혀를 감고 이빨을 부딪치며 침을 교환할 때, 세 가지 행위를 앞 뒤 없이 마구 뒤섞을 때, 정신이 까무룩 멀어져가는 것과 함께 세상을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잊어버림과 동시에 새 세상이 열리어 아랫도리의 발기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감각의 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맛본 강력한 환희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존재했던 것, 존재했다고 믿게 만드는 시간은 얼마나 멋진가.
마돈걸은 남자의 혀가 밀고 들어올 때, 그 혀의 성격을 바로 파악하여 어떤 화학물질을 내뿜어야 할지 자동적으로 판단하였다. 경주마가 성급한 기수, 다그치는 기수, 주인다운 기수, 사랑하고 싶은 기수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적절히 또는 열렬히 반응하듯 말이다. 유세련의 혀는 동물적이고 그만큼 뜨겁지만 섬세한 애정은 결핍된, 힘과 욕망과 정복을 자랑하는 혀였다. 마돈걸은 거기서 뭘 뽑아내야 할 지 잘 알고 있었다. 노련한 말은 기수의 공격성을 슬기롭게 에너지화해 마침내 승리하는 것이다. 여자의 승리란 남자의 승리처럼 일회적이고 무식한 게 아니라는 건, 9층에서 내려 객실로 향하는 두 남녀를 계속 따라가 보면 알 수 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