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돈걸에게 밤은 은은히 달구어진 화롯불이자 동시에 미구에 타오를 횃불이었다. 오로지 이 한 몸 급히 불살라 여체를 녹이겠다고 조바심치는 유세련, 이것은 그가 꼭 젊고 대책 없는 바람둥이여서만은 아니니, 단지 남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남자의 이 조급함과 공격성이 없었더라면, 여인을 보자말자 작동하기 시작하는 사생결단의 분투가 없었더라면 인류는 과연 어찌 되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인이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그러한가?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걸어가도 걸어와도, 몸을 기울여도 몸을 숙여도, 웃어도 울어도, 눈을 깜박여도 찡그려도, 호들갑 떨어도 잠자코 있어도, ‘어머’ 해도 ‘아이’ 해도, 남자는 번번이 놀라며 그 신비한 자태와, 의미를 초월한 듯한 몸짓과 심오한 콧소리에 그만 넋이 나가 분별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분별력인지 모른다. 여인을 찬양할 수밖에 없는 이 단순하고도 심원한 구조, 남자는 여자, 여자는 남자를 원하는 이 불멸의 법칙이 분별력을 초월한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학이라고? 과학은 침대 아닌가?
막걸리를 세 통이나 비운 오늘의 젊은 커플은 어디로 가는가? 버스도 다니고 지하철도 있고 택시가 멈칫멈칫 하는데 그들은 말없이 걸어 형태도 장엄한 9층짜리 모텔로 가고 있었다. 마돈걸은 가볍게, 액세서리라도 하나 고르러 가는 듯 모텔 문을 열고 들어가 엘리베이터 앞에 꼿꼿이 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팔짱을 끼고 노곤한 몸짓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마돈걸의 쏘아보는 당당한 눈빛에 눈을 내리깔고는 비칠비칠 사라져갔다. 다만 뭔가 미련이 남은 듯한 청년만이 모텔 출구에서 마돈걸의 빈자리를 뒤돌아보며 남몰래 한숨지었다.
자 한 가지 밝혀두자면 엘리베이터에서 기습처럼 키스해오지 않는 남자는 뭘 모르는 것이다. 얼마간의 쑥스러움을 깨는 유쾌하고 귀여운 변칙이 여기에 있다. 거울이 지켜보고 CC카메라가 지켜보고 직사각형 통이 지켜보는 가운데 키스로 그것들을 압도하는 듯 구경꾼으로 세워두는 듯 하며 스르르 상승하고 있는 두 남녀. 우리는 이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올라갈 동안 한 번도 서지 않는다는 데 주목을 해야 한다. (다음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