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돈걸은, 밤은 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내란 숨 가쁘게 산 정상으로 올라가 크게 소리를 한 번 내지른 다음 내려올 땐 낙하산으로 저 혼자만 탈출하는 존재이기에, 꽃도 보고 나비도 보고 떠가는 구름도 보며 꿈결인 듯 동반자와 손잡고 천천히 하산하고 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과 로망을 알 리 없는, 그저 철없이 무정한 수컷이라고 봐야 했다. 그러기에 사내에게는 애타는 시간이라도 더 길게 갖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만이라도 느낌을 좀 가져보라는 것이다. 이런 배려가 꼭 막걸리로 표현될 필요는 없었으나 배에 거지가 들어앉았는지 마돈걸은 빈대떡에 두부부추까지 해치우며 다섯 사발이나 비우는 것이다. 유세련은 그녀의 젖가슴이 부풀었다가 내려앉는다든가 화장실을 오가는 엉덩이가 성급하면서도 보기 좋게 흔들린다든가, 잔을 내려놓고는 바로 시원한 미소가 입가에 머금는다든가, 머리를 가볍게 무심한 듯 쓸어 올린다든가 그러한 모습들에 신비의 세계를 엿본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성적인 충동 그 이상의 열망이 끓어올랐다. 세계적인 디바가 무대에서 내려와 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랄까?
마돈걸은 오늘 경마에서는 깨졌지만 ‘칠성테크’ 주식이 선전하고 있는 까닭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밤을 리드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백팔만처럼 경마, 주식 다 깨진다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었다. 마돈걸이 유세련의 허벅지에 슬쩍 손을 얹자 유세련의 온 몸이 작동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뛸 준비가 되어있는 혈기왕 성한 말이 여기 한 마리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