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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미국에서 건너온 허여멀건 유세련이 강남의 와인바에서 마돈걸의 뜨거운 입술을 훔치려 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현장을 지켜본 손님 A에 의하면 마돈걸이 무엇에 데인 듯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사내는 여자의 배꼽 부분에 코를 부딪치며 엎어졌다 한다. 사실 마돈걸은 유세련의 기습 키스 따윈 전혀 예측 못하고 스커트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부르르 떠는 바람에 급히 일어섰던 것이다.
당나귀 신사 백팔만이 이럴 때 전화를 하는 것은 무슨 타이밍인가? 백팔만이야 술도 한 잔 마셨겠다 무심코 건 전화였지만, 우리는 이것이 세상의 남녀사를 주관하는 도깨비의 장난인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속도와 시간을 주관하는 도깨비가 심술을 부릴 때면 말들도 뒤죽박죽 달리고, 만년 꼴찌가 선두를 치고 나옴으로써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은 경마장에서 도깨비가 황금방망이를 휘두르며 날뛰는 걸 자주 본다고 한다. 아무튼 마돈걸은 부르르 떨며 넓적다리를 옮겨 다니는 휴대폰을 얼른 끄집어내 귀에 대고 와인바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집에 잘 들어갔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백팔만이 한심했지만 잘 들어가서 씻고 누웠다고 듣기 좋은 말을 해줬다. 오빠는 전화를 끊기 전에 “칠성데크는 아직 갖고 있지?” 하고 한밤중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해서 “칠성데크? 있나? 없나?” 하고 헷갈리게 대답하고 말았다. 왜 갑자기 그 얘길 꺼내는 걸까? 자신이 매도한 주식을 사서 재미를 보니 배가 아픈가? 그렇게 소심한 사내인가? 마돈걸은, 술을 한 잔 또 드신 것 같은데 당나귀 등에 배를 바짝 붙이고 얼른 집으로 가라고 당부하였다.
유세련은 마돈걸이 누가 돌아가시기라도 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는 걸 보자 일이 틀어지는 게 아닌가 바짝 긴장되었다. 오늘 마돈걸이 이대로 내뺀다면? 그런 공포심도 들었다. “오빠, 2차 가자.” 돌아온 마돈걸이 이렇게 말했을 때 2차가 무엇을 뜻하는 지 잠시 생각해봐야 했다. 뭐땜시 또 돈 들여 술을 마시며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는가? 한 시간만 마셔도 말이 천 미터를 50번은 뛰겠다. 남자는 몇 번 뛸 수 있는가? 그것보다 완전히 술이 떡이 된 여자, 축 늘어진 여체 그 위에서 일반적인 노동을 하란 말인가? “커피나 한 잔 하지.” 유세련은 세련된 대답을 내놓았다. 커피로 각성을 시켜 여체를 다크빛으로 물들여 가겠다, 그런 생각이었다. “커피는 무슨?” 마돈걸은 철썩 유세련의 넓적다리를 쳤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