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신사(41) - 그 시간에 휴대폰이 울리면

↑	우영창(소설가, 시인)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기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돈걸의 육체, 아직 그 표피에 머물며 탐색하고 있을 즈음 어디서 아련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디론가 한없이 끌고 가는 감미로운 음악이었지만 지금 온 감각이 한 가지 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유세련에겐 성가신 방해거리로 다가왔다. 아니다 다를까, 마돈걸이 “아이”하며 몸을 뒤채더니 일어나서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기어코 휴대폰을 받는 것이었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즉각적이고 신속한 반응이야 말로 나이 불문 모든 여성들의 공통점인데 뜨거운 관계 도중의 전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었다.
  첫째, “잠깐마안”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가급적 나른한 동작으로 전화를 받아 “지금 운전 중이니 나중에 하자” 끊고는 주행을 계속 하는 경우였다. 이 타입의 여성은 상당히 예의가 바른 경우로 파트너에 대한 존중심이 여간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자신의 쾌락을 쉽게 방해받지 않겠다는 결연함도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파트너는 더욱 뜨거워지며 동작도 활기차게 되는 것이다.
  둘째, “아이, 뭐야.”하며 짜증만 내고 휴대폰이 울다울다 지칠 때가지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다. 파트너가 “받아.” 하고 배려하거나 부탁하는 데도 ‘지까짓게 얼마나 울어대겠어’ 태평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이 타입의 여성은 파트너에게 상반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이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감정과 신경 쓰여 죽겠는데 이 여잔 어쩜 이렇게 태평인가, 혹시 그 느낌도 밋밋한 거 아닐까 하는 우려이다.
  셋째, 기다렸다는 듯 발딱 일어나 할 이야기 다 하고 때론 쓸데없는 수다까지 한바탕 떨고 난 다음 “으응 일하는 중이었어. 끝나고 다시 걸게.” 아쉬운 듯 끊고는, ‘우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더라’ 하는 눈길을 던지는 경우이다. 이때 파트너는 모욕을 받은 듯 거기가 바로 죽어버리는가 하면 하인 기질이 있는 경우엔 멈췄던 그 동작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몸은 몸대로 놀리며 태연히 전화를 받는 경우, “끊어 봐.”하고는 남자 아래서 문자질을 하는 경우,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나오지 않는 경우, “알아서 차려 먹어!”하고 버럭 소리지르고 끊어버리는 경우, 뭐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유세련이 봐온 바에 의하면 여자들은 대체로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휴대폰에 우호적이었다. 진짜 막강한 여자는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마음껏 즐기려고 작정한 여자였다. 그 날은 몸이 크게 상하기 십상이었다.
  오늘의 여자, 벌거벗은 마돈걸은 휴대폰에 대고 “응, 지금?”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련은 아연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