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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의 생김새와 걸치고 있는 옷가지와 어벙한 표정에서 이미 종합판단을 내린 마담은 이 작자가 뭘 원하는 어떤 인간인가 바로 간파하였다. 국장은 실망스런 인간관계와 복잡한 현안들로부터 도망쳐 진정한 쾌락과 행복의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편안하게 윗도리 벗으세요.”
혼자 왔냐고 묻지 않고 윗도리를 벗으라고 말하다니! 국장은 그 말을 이십년 전 신혼 첫날밤에 들어보고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국장의 아내는 윗도리를 벗으라거나 윗도리를 받아들거나 윗도리를 내오거나 이런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고 오직 윗도리의 안주머니에서 뭐가 나오는가에 관심이 있었다. 현금이냐 수표냐, 상품권이냐 오페라 특석 초대권이냐, 다이아 상자냐 금덩어리냐, 제주 호텔 2박3일권이냐 태국 특급호텔 골프 이용권이냐, 주로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 양복 깃에 립스틱이 묻어 있거나 고추장이 묻어 있거나 그런 웃기는 것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 걸 묻히고 다닌다는 건 아직 순진하다는 증거였다. 그런 순진함은 여자라면 알아볼 수 있는 거로 카페의 마담은 이미 순진함 저 너머를 보고 있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이럴 수가? 밤 10시 30분에 식사에 대해 묻다니? 국장의 아내가 저녁 8시 30분에도 묻지 않는 이야기를 마담은 하고 있었다.
“식사는 뭘. 술이나 한 잔 주시오.”
국장은 미술대전 심사위원들이 사는 고급한우를 배터지게 먹었지만 쌀밥 반 공기를 먹는 다는 걸 그만 깜박하였다. 해서 인생은 곧 술이 아니겠냐는 표정으로 ‘술이나’ 하고 말한 것이다.
“어머, 식사도 안 하시고. 가만 소면을 좀 올려야겠네. 마침 무안에서 갓 올라온 싱싱한 낙지도 있고. 술은 뭘로 하실까? 우선 시원한 맥주로 목이나 축이세요.”
“배부르게 맥주는 뭘. 위스키나 하나 따지. 중자로.”
“그러실래요? 잠간 기다려요옹.”
마담은 터질 듯한 몸매를 이끌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눈앞에서 거대한 엉덩이가 좌우로 실룩이자 배삼지 국장은 숨이 막혀 왔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