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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평화로운 집의 가장인 살찐 뱀은, 남자가 생각이 제대로 된 여자에게 돈을 좀 풀면 어떤 보답을 받게 되는지 보여주려는 듯 신체 접촉을 약간 은밀한 느낌으로 부단히 가해왔다. 배국장은 여성에게 그 무엇이 있다고 자꾸 그리로 들어가려는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거기는 중심으로만 삼고 중심에서 위, 아래 그리고 뒤에까지 펼쳐져 있는 여성의 다양한 부위에 폭넓은 관심을 보여 왔다. 배국장은 그녀의 앙증맞은 배꼽과 팽팽한 두 젖가슴과 배 국장 같은 자가 둘은 매달려도 될 만큼 튼튼한 목, 풍만한 궁둥이와 뭉클한 넓적다리와 알이 밴 것 같은 종아리와 시원하게 드러난 굵은 팔, 그것들 하나하나의 느낌을 깊이 음미하고자 했다. 배국장은 그것들에 손을 대겠다는 게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열광적인 찬사와 관심을 표명하고는 홀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러한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자가 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마냥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흥분하고, 심하면 실신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이 살찐 뱀 같은 마력적인 여자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마녀 느낌이 나고 교양 있는 말투와는 거리가 말고 살냄새가 여편네 냄새와는 확연히 달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아무리 호감을 가진다 하더라도 하룻밤에 뿌리를 뽑을 수는 없다. 남녀란 한 번에 모든 걸 보여줄 수도 없고 또 모든 걸 알려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며, 밤낮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위해선 어딘가 신비로운 구석과 보여주지 않은 신체 부위와 발설하지 낳은 비밀과 의외의 호감이 가는 사소한 몸짓 몇 개쯤은 감춰 둬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술값 계산을 치르고, 마담은 이 집에 남아 뒷정리를 하고 배 국장은 가던 길로 즉 집으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했다. 배 국장은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마담은 기쁜 마음으로 계산서를 내밀었다. 21만8천원이라고 천 원 단위까지 나와 있는 계산서를 보며 국장은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