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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다르더라도 각자가 문화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견해가 없는 작자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사내들을 보라. 오랜만에 영화난 한 편 보자고 하면 ‘깜깜한 데서 답답해 죽겠구만, 그런 걸 뭐하러 봐.’ 대형서점에 가자고 하면 ‘딱 길 잃기 좋더구만. 그리고 지하잖아. 난 지하 알레르기 있어.’ 우리도 뮤지컬 한 편 볼까 하면 ‘그 돈 있으면 고기나 구워 먹지. 남 춤추고 노래하는 거 뭐 하러 봐. 노래방 다녀온 지 얼마 됐다고,’ 그리스 로마 조각전은 꼭 봐야 한다고 하면 ‘신들 이름만 해도 머리 아프다. 단군 신화 처럼 좀 간단하면 안 되냐?’ 이렇게 갖가지 무지막지한 소리를 해대며 소파에 꼼작 않고 드러누워 양파깡을 집어올리며 야구중계나 보는 게 소위 사내들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요즘 그림전시는 인사동이나 도심 각처의 유명 화랑뿐 아니라 호텔에서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로비뿐 아니라 객실에서도 열리는데 일단 교통이 편리하고 특별히 작품 구입에 열의를 갖고 있는 애호가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그러나 대세는 아직도 전통적인 화랑이다. 여자들은 엉뚱한 오해를 받기 쉬운 호텔보다는 보다 전문적인 장소를 선호한다. 그런데 여자가 화랑에 오게 하려면 초대권을 보내야 하고, 초대권이 무사히 전해졌다 하더라도 왜 이런 게 내게 왔지 하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면 그만이다. 거부하지 못할 미끼를 던져야 하는데 이는 여의치 않은 일이다. 그보단 역시 동네 백화점의 부속 화랑에서 열리는 그림 전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편이 낫다. 여자는 쇼핑을 하다 말고 내가 너무 물질에 정신이 팔렸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물질과 영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림 한 점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물질만 채우다 보면 정신적인 공허함이 찾아오기 마련인 것은 여자가 남자보다 심하다 볼 수 있다. 물론 그 정신적인 것은 장식적인 면도 상당수 갖추고 있다. 결핍의 허기 속에서 정서적으로 뭔가 뒤흔들어 주는 것, 마음을 때려주는 것, 그러한 충격을 원한다. 그 충격은 그림 한 점이 매개가 되어 찾아올 수도 있다. 바로 남자다. 돈 주고도 못 사고, 벽에 걸려 있어 마음껏 감상할 수도 없는, 그러나 온갖 변화와 쾌락이 예상되는 남자라는 실체가 화랑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 남자를 당신이라고 하자.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