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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란 여자들에겐 집 다음으로 친숙하고 또 장시간 머물게 되는 곳이다. 그 외양으로 보자면 거대한, 그러나 그다지 높지는 않고 상당한 면적에 쇼핑객의 자유로운 이동과 폭넓은 시야가 확보되어 있는 그러한 공간이다. 이는 다량의 물건들을 다양하고 빠짐없이 비치하고 동시에 쇼핑객들 특히 여성 쇼핑객들의 동선확보에 신경을 써서 설계된 것이다. 대체로 지하를 포함하여 4,5층을 넘기지 않는 거로 유명한 마트는 또한 상당한 면적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는 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트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은 여성들의 대량 물품 구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인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핸들을 꺾어 들어갈 수 있고 또 운전 중 머리를 식힐 때도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를 갖고 다니는 남성들의 경우 주차 문제는 언제나 신경 쓰이는 것인데 남자들은 이 마트에 차를 주차시킨다는 생각은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살 물건도 없을 뿐더러 마트만 보면 딱 머리가 아프다는 남자가 태반인 것이다. 그러나 여성은 마트가 다양한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마트 안으로 들어서서 돌아다니며 주전부리를 먹고 물건을 고르다 보면 줄기세포처럼 쾌락이 분화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여성들은 필요한 게 있거나 때론 불필요하지만 어떤 충동 또는 어떤 필 또는 어떤 영감에 의해 물건을 사며 그 영수증을 제시해 주차비를 면제받는다. 여성들은 마트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이러한 모든 심적인 쾌감 또한 돌아오는 다양한 보상에 대해 총체적으로 꿰뚫고 그러한 것들을 내면화시키는 것이다.
도도녀 그녀의 경우, 일단 마트에 들어서면서 무엇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은 채 물품 진열장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각종 물품의 용도와 가격을 따져보고 구매욕이 어떻게 일어나며 또 소멸되는가를 면밀히 인식하고 있다. 도도녀, 그녀가 굳이 뭘 사야 한다면 필요한 건 오늘 저녁을 해결할 연어초밥 일인분, 청하 한 병, 캔 커피 하나, 비스킷 약간 초콜릿 한 개 정도일 것이다. 그러한 건 최종적인 구매목록에 남겨두고 우선은 다양한 물품들을 눈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며 심미적인 쾌감을 갖고자 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시간에 한 남성의 시선이 상품이 아니라 이 마트 최고의 고급품목이라 할 수 있는 자신에게 꽂혀있다는 인식에 도도녀는 살이 떨리고 있다. 도도녀는 남자의 정체를 유전자 염기서열을 판독하듯 파악해가고 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